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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괴 1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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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을 통한 범죄는 그 수단에 있어 더 이상 놀라울 것도 없을 만큼, 이 시대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 범죄 중 하나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활성화되고 일상생활의 당연한 패턴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이름을 숨긴 많은 이들이 깊숙이 감춰왔던 마음 속 악마를 꺼내어 가상의 공간에서 활보하도록 하였다. 범죄의 온상이 되어버린 인터넷, 그 곳에 모인 이들은 ‘여론몰이’라는 방법으로 스스로 악마가 되기도 하고, 악마가 되기를 부추기기도 한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괴>에서 나왔던 ‘악마를 만드는 법’은 이 책을 덮고 나서도 소름 끼치게 기억에 남는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의 문제점을 보는 듯하여 그런지, 그 잔상은 지워지지 않고 가슴에 유리 조각처럼 날카롭게 박혀 있다. 다카시가 범인으로 오해를 받았을 때 많은 이들은 가상의 공간을 통해 그를 공격하였다. 그가 범인인지 아닌지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도 인터넷상에서 그는 이미 범인이었다. 아니, 그가 범인이다 아니다는 이미 중요하지 않은 사실인지도 모른다. 인터넷상의 수 많은 악마들이 그를 세상에 둘도 없는 무자비한 미친 악마로 만들었고, 그들이 만든 악마는 유지되어야만 했으니까.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에도, 악마들은 의심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인정하는 순간, 그들 자신이 악마였다는 것이 밝혀지기 때문에 더욱 더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악마 만들기는 ‘시노하라 유지’라는 사이코패스를 통해서도 끝없이 생산되고 있었다. 완벽하게 선한 이도 없고, 완벽하게 악한 이도 없이 그렇게 우리 마음 속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마음 속에 있는 ‘악’은 잘못된 것이고 지양해야 하는 것임을 알기에, 또한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선을 추구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시노하라 유지는 료스케와 도모야의 마음 속 악마를 깨우는 데 성공했다. 언론이라는 것을 통하여 쉽게, 그리고 징그럽도록 빠른 속도로 번지게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악마는 또 다른 악마를 낳는다. 악마의 번식 속도는 무엇보다 빠르다. 특히 얼굴에 가면을 씌운 채로는 막을 수 없을 만큼 말이다.

 

소설 <결괴>를 읽으면서 등에 땀이 차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느껴질 만큼 소름이 돋았던 것은 잔인한 범죄 방법 때문이 아니었다. 언론을 통한 사람 죽이기 방법, 악마가 악마를 낳는 숨가쁘도록 빠른 악마의 번식력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또 하나의 타깃이 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음에 참을 수 없을 만큼 두려움을 느낄 만큼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강렬하게 남았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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