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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한 유언들 밀란 쿤데라 전집 12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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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데라의 <배신당한 유언들>은 그의 작가적 철학을 담아놓은 사유의 모음집이라 볼 수 있을 만큼, 소설이라기보다 에세이에 가까웠다. 쿤데라는 문학 뿐 아니라 음악과 번역 등 다방면의 문화 예술에 깊고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었고, 그의 깊은 넓은 지식의 숲 속에서 열매맺은 사유 또한 깊고 오묘한 맛을 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그의 사유는 내 마음에 와 닿을 수 없었다. 아니 그 이전에 이 책을 읽어내는 것부터가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는 그가 논하고 있는 것의 기본적인 자료에 해당하는 것들 - 작가, 예술가, 작품, 역사 등- 에서부터 이해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의 작품을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접했다면, 어쩌면 이 책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1부 파뉘르주가 더는 웃기지 않는 날’은 옆에 컴퓨터를 두고 모르는 인물이나 작품이 나올 때면 일일이 다 찾아야 할 정도로 읽어내기가 힘이 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하나하나 알아가며 읽고 난 뒤에는 정말 많은 것을 겉핥기로나마 알게 되어 참으로 유익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1부에서 느꼈던 어려움과 곤혹스러움은 점차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사그라들었고, 2부, 3부를 읽으며 조금씩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 모르는 음악가들과 음악이 나오면 메모해 두었다가 꼭 들어보아야겠다며 체크를 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4부부터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에 대한 감이 어느정도 잡히기 시작했고, 5부부터는 어느 정도 재미가 있어 책을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쿤데라의 사유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평을 내릴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이 아니다. 그저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수동적인 독서를 하였던 것 같다. 번역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에는 그의 작가적 자존심과 뚜렷한 작가관을 알 수 있었고, 전반적으로는 문학과 타 예술과의 비교를 통해 사유를 확장시켜가는 그의 방식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쿤데라의 사유를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의 작품을 먼저 접하고 이 책을 다시 읽어본다면 그 때는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맛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슬그머니 기대도 된다. 다른 이들에게는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재독이 필수인 책, 그렇지만 한 권, 아니 그의 한 문장 한 문장을 통해 많은 것을 알고 배울 수 있었던 유익한 책이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리뷰라 하기에도 부끄러운 이 리뷰를 올리고는 다시 한 번 쿤데라에 빠져볼까 한다.

이제는 먼저 그의 작품으로 그를 만나보련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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