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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희망을 논할 때, 우리네 삶이 현재로 끝나지 않고 다가올 미래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에 예기치 못한 시련이 다가와 때때로 무릎을 꺾어놓고, 시야를 흐리게 할지라도 ‘희망, 앞으로 다가올 그 찬란한 미래’를 상상하며 이를 악물고 버텨낸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핑크빛 풍선 같은 희망에 아주 가늘고 긴  바늘같은 물음표를 슬쩍 대어보자.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는가? 이에 폴 오스터는 ‘마일스 헬러’라는 인물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미래가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가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사라지는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지금만을 위해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328쪽)

 

버려진 것들의 사진을 찍으며 그것들이 반짝였던 한 때를 회상하며 마지막을 위로해 주는 삶을 살아가는 마일스 헬러. 자신의 인생도 그것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듯 어떠한 일을 계획하거나 희망하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내는 그. 그가 처음부터 이러한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한 때 촉망받는 인재였다. 그러나 형의 죽음 이후, 죄책감과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자신의 방식으로 스스로에게 벌을 가하고 있었던 인물이다. 그러던 그의 시야에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있는 필라가 들어오고, 아직 미성년이지만 떠오르는 해처럼 총명한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루하루 의미없이 살아가던 마일스는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사랑하는 그녀 필라에게 물질적,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그녀와 동거를 시작한다. 이렇게 마일스 헬러의 인생은 필라를 만나고 나서부터 다시 한 번 전환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필라의 큰 언니의 심술로 인해 마일스는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그녀와 떨어져 살게 된다. 그리고 갈 곳 없고 가진 것 없는 그에게 친구 빙 네이선이 손을 내민 곳은 다름 아닌 선셋파크.

 

선셋파크는 무허가 건물로, 법적으로 거주가 금지된 곳이다. 이 금지된 장소에 살고 있는 마일스, 빙, 앨리스, 엘런. 그들은 그들의 삶의 방향을 좌지우지할 만한 크기의 결핍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런 서로의 삶에 자그마한 힘이 되어주며 그들은 긴 통로를 거쳐 나가고, 스스로의 방식으로 결핍을 해소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들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보이겠다 싶을 때쯤, 선셋파크에서 강제로 쫓겨난다.

설상가상, 마일스는 앨리스를 돕다 경찰을 부상입히게 되고, 돌고 돌았던 삶이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와 사랑하는 그녀 필라와 함께 환한 행복을 맛보겠다 싶을 때쯤 다시 칠흑같은 어둠의 미래를 맞이할 수 밖에 없는 현재에 위치하게 된다.

 

현재 미국의 상황을 자연스레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 이는 폴 오스터가 가진 작가적 힘이다. 소설 속에 시대를 녹여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 시대를 살아나가야 할 자세라는 우리의 과제를 둥글게 말아 재미라는 반짝거리는 알사탕 안에 쏙 집어넣어 즐겁게 맛볼 수 있게끔 만든 유익한 책, 선셋파크. 왜 많은 이들이 폴 오스터에 열광하는지 이 작품을 통해서 제대로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더불어 현재를 살아나가는 법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계기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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