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게 되었다  

그랬더니 읽는 내내 영화속 장면들이 오버랩되면서 

단숨에 쑥쑥 읽어내려가고 말았다. 

보통은 책을 먼저 보고 

그 책이 영화화 되었다고 하면 

반가운 마음에 부리나케 달려가 영화를 보곤 했었는데 

이번엔 색다른 경험이었다. 

어린 소년과 성숙한 여인과의 야한 신이 제법 야릇하고 사실적이어서 

움찟 놀라곤 했었는데 

책에서의 묘사를 따라가진 못했던 것 같다. 

소년은 비가 오던 어느날 구토를 하게 되고 

우연히 한나가 소년을 도와주게 된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다가갔다가 

한나의 성숙한 몸매를 훔쳐보게 되고 

둘은 헤어나올 수 없는 운명의 길을 걷게 되고 만다. 

많은 것을 알고 있고 

힘든 인생이었지만 소년보다는 조금 더 여유있는 마음으로 

인생을 바라보던 나이였던 한나는 

소년의 행동 하나하나를 이해하면서 

사랑하면서 혹은 부러워하면서 

즐거운 추억이 될만한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그들의 행로에서 소년은 늘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한나는 소년의 목소리를 통해서 문학 작품속에 빠져들고 

분노하고 기뻐하며 몰입하는 환희를 맛보게 된다. 

사춘기를 막 넘어서기 시작한 소년은 

여러가지 면에서 한나와의 지속적인 만남이 가져오는 

갈등을 겪게 되고 

한나는 그러한 소년의 감정을 충분히 간파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인생이란 늘 생각했던대로 흘러가는게 아니라서 

갑작스런 한나의 상황이 발생하고 

한나는 소년을 떠나고 만다. 

세월은 흘러 법정에서 한나를 쳐다보게 된 소년은 

피고가 된 한나의 상황과 

자신과의 옛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에 갈등하며 

결국 한나를 도와주지 못하고 

교도소로 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번민하던 소년은(이제 어른이 된) 

한나가 가장 행복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면 

문학 작품을 테이프에 녹음해서 

교도소에 있는 한나에게 보내게 되고, 지속적으로.. 

한나는 그것을 통해 

목숨보다도 소중한 자존심이었던 

문맹을 떨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여 

조금씩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다. 

모범적인 수감생활로 석방될 날을 기다리며 

소년을 만났지만 

한나는 이제 더이상 그 옛날 

성숙한 아름다움을 주던 여인이 아니었고 

소년은 더이상 그 옛날 

순수하고 무조건적이었던 남자가 아니었다. 

석방되기 전날 한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녀의 그런 선택에 괴로워하면서 

마지막으로 그녀가 남긴 것을 전하기 위해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여인에게 가게 되고 

조그마한 깡통하나를 끝으로 책은 마무리가 된다. 

영화를 볼 때도 그 문맹이라는 것이 

목숨보다 소중한가 하는 의문을 품었고 

책을 읽을 때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한나가 처한 개인적인 상황 

그리고 독일의 시대상황에 

비추어 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조용하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나는 소년이 읽어주는 책을 통해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문학의 세계, 그리고 리터러시의 세계를 경험했고 

그것이 더더욱 자신의 문맹을 부끄럽게 한 것은 아닐까... 

소년은 보내주는 녹음테이프를 이용해서 

글을 깨우쳐가는 한나 

그 과정에서 어린아이같은 기쁨을 느끼는 

맑고 순수한 모습은 

리터러시가 그다지도 그녀에게 

중요한 의미였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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