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도서관 1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여름, 모 백화점 야외 무대에 우연히 들렀던 적이 있었다. 잠시 잠깐의 짬을 보내기 위해 찾은 장소였는데 그곳에서는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젊음이 솟구치고 있었다. 일상이 무료해질 즈음이어서 더욱 더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그들의 열정이 너무도 부러웠다. 그들은 가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무대 아래에서 펜을 잡고 있는 심사위원들의 심판을  향해 고래를 풀어 헤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 때 나는 나에게도 저런 열정이 있었던가, 나는 왜 저런 열정을 가지지 못했었나 하는 고민에 빠져 들었고 지금도 그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연년생 두 아이를 키우는 일이 힘에 겨워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고 말한다면 그건,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더이상 내 아이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라는 그 상투적인 말이 실감이 났다. 나도 내 주머니속의 고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었으나 내가 원하는 고래가 빨간색인지 노란색인지 나 자신이 알지 못할 때의 괴로움이란 차라리 인생의 황혼기였다면 덜 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금이 작가님은 이름 석자 만으로 무한한 신뢰를 준다. [유진과 유진]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공통 분모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금이 작가님의 두 번 째 청소년을 위한 소설을 기다리고 기다려 왔다. 따끈따끈한 호빵같은 책을 펼치면서...다소 가볍게 시작되는 이야기에 혹시 이 책을 덮을 때 쯤이면 실망이라는 단어가 엄습하지 않을까 했지만 그저 십대들의 꿈을 풀어놓지 않고 그들을 속속들이 이해하고자 하는 작가님의 사려깊음에 가슴이 뭉클해지면서,,,다소 안심이 되는 어느 지점에서 이야기는 끝이 났다. 꿈이 현실이 되는 부분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서...청소년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자녀를 키우시는 부모님,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나의 청소년기는 책 속의 연호처럼 흐릿흐릿한 안개였다. 딱히 뭔가 되고 싶은게 없었고...내가 뭘 잘하는지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도 알지 못했다. 나는 스스로 내가 너무 평범하다고 폄하해 버렸고....그래서 인지...지금도 너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연년생 두 아이들이 어느 듯 자신의 꿈을 얘기할 정도로 자랐다. 여전히 어리지만..그럴 때마다 엄마는 왜 아무것도 되지 못했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너무도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질 지경인 나를 들킬 때마다....나는 정말이지 내가 싫었다. 그래서 어느 때부터인가 나의 고래를 찾기 시작했고 결국 어느 하나의 빛깔을 가진 고래를 내 가슴 속에 품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부자가 된 것 같다. 이제 내 가슴 속 고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일만 남았다. 아직도 사춘기를 겪고 있는 삼십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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