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열지 않으면
답답한 열기가 느껴지는
유월의 시작
창을 열고
바람과 함께 풍겨오는
나뭇잎 서걱대는 소리
유월의 여름
지나가는 사람들과
지나가는 지난 일들
수박 한 통
자전거 뒷편에 친친 감고
순박한 환한 미소로
달려오시던
아버지의 자전거 페달 소리
삼남매의 환호 속에
수박 한 통은 극진히
자전거에서 내려오시고
반짝이는 눈동자는
온통 초록 세로줄과
검정 세로줄에
초록이 먼저인지 검정이 먼저인지
함박 웃음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고
삼남매의 미소속에
수박 한 통은 쪼개졌다.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수박 한 통이 사라졌다.
아파트 안을 윙윙 돌며
울부짖는 아이의 울음 소리
서걱이던 나뭇잎도
잠잠하게 하고
앙앙대며 우는 아이는
정겨운 시절과 지금의 나를
갈라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