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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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는 엠마뉘엘 카레르의 소설 <콧수염>, <겨울아이>.
<적>은 <콧수염>과 <겨울아이>의 중간 시기 기획하고 쓰다가 더 이상 쓸 수가 없어서 잠시 보류시켜 놓았다가 <겨울아이>를 완성한 후 2년 정도 후에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실화이다. 1993년 프랑스 전역을 발칵 뒤짚어 놓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장클로드 로망이라는 사람이 자기 아내와 두 자녀, 그리고 부모를 죽이고 자살을 시도했던 사건인데, 끔찍한 살인도 살인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장클로드 로망이 만들어놓은 그의 모습이 모두가 거짓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거짓을 18년동안 그의 부모도 그의 친구들도 그의 아내조차도 몰랐다는 것이다. 모두들 경악할 만한 사건이었다.

이 작품은 사실 소설도 아니고 다큐멘터리도 아니다. 그저 작가가 엽기적인 살인자이자 끊임없이 거짓말을 일삼은 장클로드 로망이라는 사람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마치 감상문을 쓴 것 같다고나 할까? 장클로드 로망의 재판과정과 그와의 편지교류, 그리고 단 한번의 면담 등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담고 있다.

이 책을 고르면서 충격적인 소재에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것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끔찍한 사건에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것은 내게도 아마 어느 정도 폭력성이 존재한다는 뜻일 것이다. 사실 분명 그런 것이 내게 있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나는 군대에서 총을 쏘면서 무척 즐겼다는 생각이 든다.

18년간의 철저한 거짓말로 모두를 속이던 로망은 그것이 결국 탄로날 위기에 처하자, 아마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 같다. 자신을 사랑한 모든 이들이 눈빛이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경멸의 눈초리로 바뀌는 것을 그는 견딜 수가 없으리라. 그는 그만큼 나약한 자였다. 수 많은 거짓말의 거미줄로 자신을 철저하게 외부로부터 단절시키면서 자기를 외면해야만 했던 장클로드 로망에게 어쩐지 미움보다는 안타까움이 치미는 것은 왜일까?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어느 정도 자기 자신에 대한 사실을 왜곡시켜 보여준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심지어는 부모나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자기의 모든 진실을 고백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의 나약함을 보이기 싫은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장클로드 로망은 어쩌다 그런 악마 같은 거짓말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된 것일까? 결국 자신도 돌이킬 수 없는 거짓말의 구렁텅이로 어떻게 떨어지게 된 것일까? 작품에 그런 이야기가 어느 정도 등장하지만 사실 설득력이 없다. 더군다나 그것은 장클르드 로망의 진술에 근거한 것이다. 그것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이미 그는 거짓말에 중독된 상태다.

무섭다. 내게도 저런 거짓말이 있을 것이다. 장클로드 로망처럼 내 삶의 전체를 부셔버릴 핵폭탄 같은 거짓말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 자신의 일부분이 썩어 문드러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할 거짓말이 있을 것이다. 무섭다. 나는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거짓을 말하는 것일까?

...

<적>이라는 제목은 종교적인 질문을 해결하고자 우연히 읽게 된 성서에서 비롯되엇다. 악마를 규정하는 최종적인 의미는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적>은 물론 장클로드 로망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가 평생 <적>과 대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나 역시 <적>과 대면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종교적이 아닌 심리적 차원의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우리 안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어떤 것이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엠마뉘엘 카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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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5-12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계속 궁금하고 있었는데, 첫번째 리뷰시네요. 사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