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난 아이
사노 요코 글 그림, 임은정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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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우산>의 사노 요코 그림책.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던 아이가, 어느날 세상에 태어난다는 이상스런 이야기이다.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사자도 모기도 고양이도 개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래서 다른 여자아이의 개가 물어도 하나도 아프지 않다.

그런데 그 여자아이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개에게 물려 울고, 엄마를 부른다.

엄마는 여자아이에게 반창고를 붙여준다.

그러자,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던 그 아이는, 반창고가 붙이고 싶어졌다.

그래서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게 된다.

엄마, 반창고 붙여주세요!

엄마는 개에게 물린 자리에 반창고를 붙여주고, 아이를 도닥여준다.

그리고 세상에 드디어 태어난 아이는, 가서 자랑한다.

내 반창고가 더 예뻐!

 

'어떠어떠한 아이'라는 주어가 길어서 읽어주기 조금 뭐한 구석이 없지 않았다.

읽고 나자,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아이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 하고 바랐을

화가 난 아이임을 알 수 있었다.

고로 이야기의 주인공은 화가 나서, 이 세상엔 태어나고 싶지도 않았던, 부루퉁한 아이다.

사실 아이들은 태어나고 싶어서 세상에 태어나는 건 아니다.

사람이 태어나는 일은 운명처럼 또는 우연처럼, 아니면 사고나 가족 계획인 경우도 있겠지...만

아이의 뜻은 아닐 것이다. (유전자나 세포에도 의지가 있을까?) 

 

화가 나서, 세상 만사가 다 상관 없고, 태어나고 싶지도 않았던 아이들의 마음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

작가의 마음일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스토리.

단순하고 강렬한 그림과 어울린다.  

마치 아이가 그린 것 같은 느낌.

 

<아저씨 우산>에서 사노 요코는 적극적인 삶에 대해, 비를 맞는 우산에 빗대어 이야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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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나무 국민서관 그림동화 35
패트리샤 폴라코 글 그림,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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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책인데 글이 많았다. 

그래서 아이에게 빨리 읽혀주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사람들이 한 명씩 두 명씩 더 끼어들며,

꿀벌을 따라, 꿀벌나무를 찾아가는 모험이 떠들썩해졌다.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아이도 신이 났다.

그러니까 플롯은 '눈덩이 굴리기'.

점 점 점 점  더 많은 사람들이 꿀벌을 따라 뛰어가고,

맨 마지막에는 꿀을 맛있게 나누어먹는다.

좋은 책을 읽는 것에 어울리는 비유 같다. 책이야말로 그렇다. 

한가지, 꿀벌나무를 찾아가는 모험에 사람들이 끼어들 때마다 번역자는 고민을 했을 것이다.

생소한 외국 이름이 나와 누군진 모르지만 또 하나 끼어들었다고만 이해되면 재미가 덜했을 터.

헌데 아이 이름도 초롱이. 양치기는 산노래. 복조리 아줌마, 천둥소리 아저씨. 멋진수염 씨. 연두 양과 완두 양... 내가 이름을 참 잘 붙였다, 딸 아이에게 잘 읽히겠다 싶었는데,

아이는 그 즉시 산노래는 이 사람이고, 이 아저씨가 천둥소리 아저씨라는 둥,

이름을 그림에서 찾으며 듣고 있었다. 어떤 아저씨인지, 어떤 아이인지 그 작은 눈으로 맛을 보는 거였다.

아이의 눈은 그림 속의 벌이나 유모차 속의 아가 표정도 놓치지 않으니까.

암튼. 이름 붙이기도 맛갈스럽게 잘하셨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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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달님 옛날옛적에 3
이종미 그림, 송재찬 글 / 국민서관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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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이 이야기는 우리 미경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밤마다 수백 번씩 얘기해 주었던 이야기.

이 이야기는 무서운 호랑이에게 하나씩 떡을 던져주면서, 아이에게 빨리 가야 하는 엄마의 다급한 마음과

그것을 완전히 짓밟고 엄마로 둔갑한 호랑이라는 명확한 악을 향해,

대항하는 아이들의 절박함과 용기, 지혜 때문에 손에 땀을 쥐게 되는 전래동화다.

 

이 책에서 특이한 점은, 호랑이의 마지막 말이다.

저를 살려주시려거든, 썩은 동아줄을, 죽이시려거든 새 동아줄을 내려주세요."

하느님은 죄지은 호랑이도 살려주시려고 썩은 동아줄을 내리셨다.

죄를 반성하는 것이 진정 사는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선조들의 지혜가 들어있는 재미있고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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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쟁이 프리더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8
구드룬 멥스 지음, 로트라우트 주자나 베르너 그림,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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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루카>, <작별인사>의 구드룬 맵스 작품이다.
 프리더 나이는 안나온다. 한 5,6살 된 아이 같다.
 할머니와 함께 온갖 장난질을 쳐대는데,
 이야기는 설명 없이 대뜸 할머니와 놀았다는 얘기다.
 할머니도 아이가 되어.
 엄마아빠가 아이를 보지 못할 형편인데, 왜인지는 말 안해준다.
 해줄 필요도 없고.
 내용은 할머니와 아이의 놀이 에피소드로 채워진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할머니는 방금 뿌린 씨앗에서 소시지와 바나나가 열리게 하고, 장난감 굴착기로 음식을 날라다 주고, 알 수 없는 이상한 외국어를 쏼라거리고, 늙은 몸으로 축구를 하고, 너무 착한 프리더는 부담스러워하신다.

루카루카와 작별인사에서 나타난 탁월한 아이 심리묘사는,
이렇게 아이 마음을 이해하는 것에서 비롯되었구나 생각된다.

제목 '뽀뽀쟁이'는 사랑스러운 험담이다.
혼내주다가, 이 뽀뽀쟁이녀석이라 하면,
아이는 사랑스런 아첨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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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사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어여쁜 드레스를 만들었습니다.

헌데 엄마는 드레스를 공작부인에게 갖다줄 수 없을 만큼 피곤해요.

하지만 공작부인 댁의 파티는 바로 오늘 밤입니다.

 

아이린은 엄마를 대신해서 눈보라를 헤치고 드레스를 공작부인 댁으로 가지고 갑니다.

밖은 춥고, 눈보라가 몰아치고, 바람이 휘돌아치고, 점점 깜깜해집니다.

아이린은 저 길쭉한 옷 상자를 들고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바람이 말합니다. '집으로 돌아가.... 집으로 돌아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어찌 이런 일이...

바람 때문에 그만 아이린은 상자를 놓쳐 버리고,

상자 속의 드레스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어요.

 

이제 아이린은 어떡하나요?

아이린은 빈 상자라도 들고 가서 엄마를 대신해서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아이린은 너무나 힘이 들고 지쳤습니다.

눈 속에 파묻히기까지 하지요. (이 대목을 읽을 때면 아이이 눈에는 눈물이 반짝 맺힙니다.)

'아... 이렇게 끝나는 게 낫겠어. 너무 힘들어...'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죠.

'그럼 이제 다시는 엄마를 못 보는 거야?'

그럴 순 없어!

 

아이린은 다시 힘을 내서 눈 속을 헤쳐나옵니다.

그때 멀리서 불빛이 보입니다. 공작부인 댁이 가까워 온 것이에요.

아이린은 어떻게 머리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옷 상자를 타고 쭈르르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그리고 아이린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지요.

공작부인 댁 나무에 바람이 엄마가 만드신 예쁜 드레스를 가져다 놓은 것입니다.

아이린은 드레스를 들고 공작부인 댁 문을 두드립니다.

 

다음 장면의 그림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힘든 심부름을 마친 어엿한 아이에게 따스한 불가에서 맛난 음식이 주어지거든요.

아. 그런 게 행복 아니겠습니까...

 

공작부인 댁에서는 멋진 파티가 열립니다.

공작부인은 엄마가 만드신 예쁜 드레스를 입고 있어요.

아이린도 여러 신사분들 틈에서 춤을 춥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안 들어도 뻔하죠.

 

-------

 

윌리엄 스타이그는 아이의 마음을 참으로 잘 알아주면서

유머와 위트로 원형적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바자바 정글>이라는 작품 역시 이 이야기의 메시지와 비슷합니다.

 

힘든 일을 해낸 아이에게 진심으로 보내는 박수!

 

<자바자바 정글>이 남자 아이 버전이라면,

<용감한 아이린>은 여자 아이 버전이라고 할까요?

 

저는 작가가 선택한 설정이 참 마음에 듭니다.

 

아이린이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는 재단사입니다.

부자도 아니고, 귀족도 아닙니다.

하지만 아주 예쁜 드레스를 만드는 사람이죠.

그 엄마는 지금 아픕니다.

그래서 아이린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드레스를 배달하는 임무를 자청합니다.

 

엄마를 도우려는 기특한 아이 아이린은

엄마를 자랑스러워 합니다.

 

또 아이린은 혼자 역경을 겪어냅니다.

그것은 눈보라, 바람, 어두움, 넘어짐, 포기하고 싶은 마음 들입니다.

그 속에서 아이린을 다시 일어나게 하는 것은?

바로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작가는 역경을 겪어낸 아이에게 이렇게 박수를 보냅니다.  

반짝이고 흥겹고 맛있고 즐거운 파티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그것은 부모님과 따로 독립된 아이린이 경험할 수 있는 잔치의 공간이지요.

 

아이린이 의사 선생님과 함께 집에 도착했을 때,

공작부인의 편지를 들고 옵니다.

아이린이 성숙했다는 영수증 같은 것이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죠.

하물며 아이들이야... 

사랑과 칭찬으로 힘든 일을 스스로 해 내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저는 맛있는 밥을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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