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사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어여쁜 드레스를 만들었습니다.

헌데 엄마는 드레스를 공작부인에게 갖다줄 수 없을 만큼 피곤해요.

하지만 공작부인 댁의 파티는 바로 오늘 밤입니다.

 

아이린은 엄마를 대신해서 눈보라를 헤치고 드레스를 공작부인 댁으로 가지고 갑니다.

밖은 춥고, 눈보라가 몰아치고, 바람이 휘돌아치고, 점점 깜깜해집니다.

아이린은 저 길쭉한 옷 상자를 들고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바람이 말합니다. '집으로 돌아가.... 집으로 돌아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어찌 이런 일이...

바람 때문에 그만 아이린은 상자를 놓쳐 버리고,

상자 속의 드레스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어요.

 

이제 아이린은 어떡하나요?

아이린은 빈 상자라도 들고 가서 엄마를 대신해서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아이린은 너무나 힘이 들고 지쳤습니다.

눈 속에 파묻히기까지 하지요. (이 대목을 읽을 때면 아이이 눈에는 눈물이 반짝 맺힙니다.)

'아... 이렇게 끝나는 게 낫겠어. 너무 힘들어...'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죠.

'그럼 이제 다시는 엄마를 못 보는 거야?'

그럴 순 없어!

 

아이린은 다시 힘을 내서 눈 속을 헤쳐나옵니다.

그때 멀리서 불빛이 보입니다. 공작부인 댁이 가까워 온 것이에요.

아이린은 어떻게 머리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옷 상자를 타고 쭈르르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그리고 아이린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지요.

공작부인 댁 나무에 바람이 엄마가 만드신 예쁜 드레스를 가져다 놓은 것입니다.

아이린은 드레스를 들고 공작부인 댁 문을 두드립니다.

 

다음 장면의 그림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힘든 심부름을 마친 어엿한 아이에게 따스한 불가에서 맛난 음식이 주어지거든요.

아. 그런 게 행복 아니겠습니까...

 

공작부인 댁에서는 멋진 파티가 열립니다.

공작부인은 엄마가 만드신 예쁜 드레스를 입고 있어요.

아이린도 여러 신사분들 틈에서 춤을 춥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안 들어도 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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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스타이그는 아이의 마음을 참으로 잘 알아주면서

유머와 위트로 원형적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바자바 정글>이라는 작품 역시 이 이야기의 메시지와 비슷합니다.

 

힘든 일을 해낸 아이에게 진심으로 보내는 박수!

 

<자바자바 정글>이 남자 아이 버전이라면,

<용감한 아이린>은 여자 아이 버전이라고 할까요?

 

저는 작가가 선택한 설정이 참 마음에 듭니다.

 

아이린이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는 재단사입니다.

부자도 아니고, 귀족도 아닙니다.

하지만 아주 예쁜 드레스를 만드는 사람이죠.

그 엄마는 지금 아픕니다.

그래서 아이린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드레스를 배달하는 임무를 자청합니다.

 

엄마를 도우려는 기특한 아이 아이린은

엄마를 자랑스러워 합니다.

 

또 아이린은 혼자 역경을 겪어냅니다.

그것은 눈보라, 바람, 어두움, 넘어짐, 포기하고 싶은 마음 들입니다.

그 속에서 아이린을 다시 일어나게 하는 것은?

바로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작가는 역경을 겪어낸 아이에게 이렇게 박수를 보냅니다.  

반짝이고 흥겹고 맛있고 즐거운 파티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그것은 부모님과 따로 독립된 아이린이 경험할 수 있는 잔치의 공간이지요.

 

아이린이 의사 선생님과 함께 집에 도착했을 때,

공작부인의 편지를 들고 옵니다.

아이린이 성숙했다는 영수증 같은 것이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죠.

하물며 아이들이야... 

사랑과 칭찬으로 힘든 일을 스스로 해 내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저는 맛있는 밥을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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