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금요일 맑음 : 이 기분, 이 가을의 향기를 절대 잊지 말자.

또 늦잠을 잤다. 30분의 여유가 있었지만 그나마 밍기적거리느라 또 늦음. 엄마가 해놓은 알밥을 먹었는데 완전 대빵 맛있다!! 기분 좋게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 햇빛이 따갑다. 하지만 바람에서는 가을 냄새가 난다.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시작되는 환절기의 상큼한 떨림. 이 기분, 이 가을의 향기 절대 잊지 말기. 간신히 3분 남기고 도착. 다음주 월요일에는 꼭 학교 걸어올라가야지 다짐. 세계 자본주의론 두번째 시간인데 사람들이 참 많이 도망갔다. 1/4이 수업을 뺐다는 ㅡ_ㅡ.  사회 문제를 고찰할 때 왜 구조적 접근이 중요한가 배웠다. 똑같은 바다이야기를 두고도 어떤 사람은 이렇게, 어떤 사람은 저렇게 바라본다. 구조적 시각의 차이이다. 그리고 내용 상 똑같아 보이지만 구조적 시각을 가지고 분석해보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좀 더 깊은 이해. 오~ 이래서 이론적 분류가 필요한 거구나, 혼자 감동했다. 수업 끝나고 과방에 와서 어제 고기 구워먹은 후라이팬을 씻는데 수세미가 없어서 휴지랑 손으로 힘들게 씻고 있었다. 그런데 청소부 아주머니가 수세미를 빌려주셔서 참 감사했다. 역시 세상은 아직 따뜻해, 라며 혼자 또 감동했다. 그리고나서 과방에서 밍기적거리다 집에 일찍왔다. 집에 와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경비실에서 책 찾아가라고 연락이 왔다. 극단의 시대. 매일매일 30쪽씩 읽어야지,하고 독서계획을 세운다. 문자가 왔다. 근대비교문화론 수업인원이 부족하여 좋은 수업이 폐강 위기입니다. 수강 부탁드립니다. 정외 수업인가 사학 수업인가. 분류가 모호한 제목이로구나. 문자를 보낼 정도로 절박하다니 가슴이 찡하지만 이미 나는 힘들게 18학점을 꽉 채워서 더 이상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답니다. 그리고 맛보기 수업을 들어보지 않고 수강신청하는 것도 매우 어리석인 일이기도 하고. 개강총회 연락을 돌려야하는데 쑥쓰럽다. 나도 다른 애들처럼 반항하면서 밍기적밍기적 느리게 일하고 싶지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이 부담스러운 위치. 빨랑 연락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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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목요일 맑음 :  삼겹살 파티

아침 수업이 없는 날. 그런데 몸이 너무 힘들다. 늦잠을 자고 수업에도 30분이나 지각했지만 영 몸이 찌뿌둥한게 불쾌지수 엄청 올라간다. 첫 수업은 북한 정치론. 30분이나 지각해서 이왕 지각한거 천천히 느긋느긋 갔다. 수선관으로 가는 길, 학교 운동장을 보니 선배 한 명이랑 동기 한 명이랑 야구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진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우리 과 사람들. 가끔은 너무 속상하고 미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 다 너무 착한 사람들이다. 다시 힘을 얻어서 9층으로 씩씩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강의실에 들어가보니 김정일에 대한 영상물을 보고 있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권력 이양이 '투쟁'의 결과인가, '세습'의 결과인가가 주제이다. 결론은 투쟁이였다는거. 김정일은 김일성의 우상화, 선전, 선동 작업의 성과로 인해 당 내에서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 당 조직 내에서도 뛰어난 용병술로 당원들로부터 절대적인 충성을 받았다. 전반 30분을 놓치고 나머지 부분에서 본 내용은 대략 그랬다. 비디오만 보고 끝나서 교수님이 어떤 스타일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수강신청을 해야할지 고민. 같이 수업을 듣는 선배 언니를 만났는데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서 슬프다. 6개월간의 낯선 나라에서의 생활은 물론 사람을 많이 변화시키겠지만 그래도 슬픈건 어쩔 수 없다. 과방에서 엄마가 싸준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먹고, 다시 힘차게 수선관으로 돌진. 정외과 사무실을 찾아갔다. 드디어 담당조교를 만났건만 자리를 늘려줄 수가 없단다. 허탈감. 복수전공신청 결과를 확인해본다. 탈락. 허탈감. 다음 수업은 3시 조선. 16C는 건국 이후 훈구 세력들의 헤게모니를 청산하고, 소빙기 동안 17, 18C 사회, 경제적 발전을 가능하게 기반을 쌓은 도약 준비의 시기였다. 4시 30분 역사학의 이론과 실제. 한시간 15분 동안  책 얘기. 그래도 재밌다. 마르크스 평전이랑 역사란 무엇인가 꼭 읽어봐야지. 6시 경제관 옥상에서 삼겹살 파티. 배부르다. 개강하면서 한 학기 잘해보자고 의미 부여를 해주려고 했거만 결국 놀고 먹는데 그친 것 같아서 뭔가 좀 허무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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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수요일 맑음 :  수선관 6층까지의 험난한 여정.

날씨가 좋았다. 하지만 아침 일찍 전공 수업이 있는 대학생이 늦잠을 자버리다니  ㅡ_ㅡ. 제-길. 10시 30분 수업이라 8시 30분에 나가야 하는데 8시 사십 몇분에 일어났다. 세수하고, 옷 입고 바로 튀어나왔다. 다행히 무지 열심히 걷고, 뛴 결과 수업 시작 5분 전에 도착. 하지만 이틀 동안 셔틀을 타지 않고, 학교를 걸어다닌 신화의 기록은 깨졌다. 언제쯤 되살아날지. XXX 선생님의 서양 현대사 수업.  지난 학기 ○○○ 선생님의 근대 유럽의 형성에서도 배웠던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대해서 배웠다. 우리나라의 천민 자본주의는 개발과 근대화를 동일시해서 '근대'라는 목표를 위해 무차별적인 개발을 해왔다. 공장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판자촌을 불도저로 싹 다 밀어버리고. 정말 대단한 무개념 ㅡ_ㅡ ^ / 선생님이 영국 여행을 했던 얘기를 해주셨는데 마구마구 부르주아의 냄새가. 역시 가난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걸까. 다음 수업은 1시 30분 세계 자본주의. 공강 시간에 친구랑 쪽문 쪽에서 냉면을 먹었는데 전날 음주로 인해 속이 매우 그렇다. 제길// 할아버지 교수님이셨는데 강의에 체계는 없지만 시각이 마음에 든다. FTA 반대. 들을까 말까 고민. 수업이 끝나고 정외과 사무실을 갔었는데 또 담당 조교가 자리를 비웠단다. 그것도 내가 오기 바로 전에. 수업이 끝나고 수선관으로 향하는 길, 후배를 만나서 너무 신나게 얘기한게 죄였다. 한 시간 뒤에 사무실로 전화하라는 얘기를 듣고 과방에서 밍기적 거리다가 도서관가서 신자유주의 남은 세미나를 했다. 나랑 옆친구 둘 다 개강 3일째의 피곤으로 인해 듣는 둥 마는 둥 무기력한 세미나였다. 체력을 길러야해. 그리고는 다시 정외과 사무실에 올라갔는데 불을 켜져있지만 사람이 없었다. 정말제길제길 ㅡㅡ. 개강총회 동아리 식당 예약하고 오는 길에 후배들을 만났다. 나도 껴서 놀러가고 싶었지만 돈도 없고 너무 피곤했다. 간만에 집에 일찍 와서 가족들과 즐겁게 저녁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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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화요일 비 : 비를 맞으며 고독이 가득한 낭만을 맞보았다.

한국 현대사 수업이 있었지만 가지 않았다. 나중에 서중석 선생님 수업을 들을 거라 어차피 뺄려고 했기도 했고, 좀 더 정확한 이유는 늦잠을 잤기 때문이다. 월요일날 간만에 수업을 들었더니 밤에 완전 피곤했었는데 그나마 늦잠을 잤더니 살 것 같았다. 다음 수업은 3시 조선 시대의 사회와 사상. 미적미적 학교에 갔는데 수업 시작 전까지 40분 정도가 남아서 체력 단련 차원에서 혜화역에서 과방까지 걸어갔다. 신해순 선생님은 지난 학기까지 안식년이셔서 이번 수업에서 처음 봤는데 맘씨 좋게 생기신 할아버지 선생님이셨다. 아저씨일줄 알았는데. (옆자리의 친구는 아줌마일 줄 알았다고 ㅡ_ㅡ) 변경기간이여서 금방 끝내주실 줄 알았는데 풀타임으로 수업 다하셨다. 덕분에 이 수업을 꼭 들어야겠다는 결심을 다져주셨지만. 16C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들. 16C는 붕당정치의 폐단인 환국으로 얼룩진 어둠의 시기였다는 식민사관. 16C는 17,18C의 사회, 경제상의 발전을 가능하게 해주었다는 가교의 시기였다는 사관. 두번째께 더 끌린다. 난 낙천주의자, 진보주의자이므로. 이어지는 4시 15분 수업.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김택현 선생님 수업. 그런데 선배들이 너무 많다. ㅡ_ㅡ 그래도 내가 잘하면 학점도 잘 받을수 있을거야,라고 위로. 첫 시간이라 수업을 일찍 끝내주셔서 수선관에 정외과 사무실에 북한 정치론 자리 늘려달라고 찾아갔었다. 그런데 밖에 나와보니 비가 와서 참으로 난감했다. 집에서 나올때 그냥 하늘만 흐린 줄 알았는데. 제길제길. 근데 우산 없이 비를 맞아보는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다. 평소에 일기예보를 잘 챙기는데다 비가 안 오는 날도 귀찮아서 우선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비를 맞아본 적이 별로 없다. 수선관까지 걸어가면서 고독이 가득한 낭만을 맛보며 비를 맞는게 이래서 낭만적이구나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추적추적 젖어오는 불쾌감은 어쩔 수가 없다. 수선관 그 언덕까지 힘들게 걸어올라가니 담당조교가 없다고 내일 다시 오란다. 제길제길제길. 6시 학회. 2학기 커리를 정했다. 나는 문학과 종교 근본주의, 야스쿠니 참배에 관한 발제 3개를 맡았다. 학회지는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다들 원하는데 어쩌니. 집단의 폐해야 ㅡㅡ.  학회지에 들어갈 글 9월에 미리 써둬야겠다. 10월이랑 11월은 엄청 바쁠테니까. 뒷풀이 고기 미친듯이 먹고 포만감에 빠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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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스트라우스 - 부활하는 네오콘의 대부
박성래 지음 / 김영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신은 죽었다.

그럼 세상은 누가 지키지? .... 독수리 오형제?

걱정마, 우리에게는 네오콘이 있잖아.

 

신은 죽었다.

  신은 죽었다,고 니체는 말했다. 중세 유럽의 학문들은 '신학의 시녀' 역할을 수행하며 카톨릭을 위해 존재했었고, 중세 유럽인들의 삶 역시도 카톨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러나 카톨릭의 헤게모니는 '근대이성'이 등장하며 깨졌다. 신은 버림받았다. 단순히 버려진 것이 아니라 신의 존재까지 부정되기 시작했다. 인간을 여타의 동물들과 구분지을 수 있게 만든 우리의 만능해결사 '이성'을 가지고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먼 옛날에 씌어졌던 '기적'인지, 후손들에 의해 '뻥튀기된 약간 비범했던 사람의 이야기'인지 확인할 길이 없는 성서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할 뿐이었다. 이성주의자들의 사회에서 진실로 신은 죽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전까지 도덕이 지향해야 하는 아웃라인을 제시해주며 사회 질서를 유지해 오던 종교가 힘을 잃으면서 사회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성주의자들이 신봉하는 자유주의는 상대주의, 허무주의 그리고 무책임한 방종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자유주의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해주려 했고 그에 따라 '너도 옳을 수 있고, 나도 옳을 수 있다'는 상대주의가 사회의 미덕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상대주의는 진리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 '허무주의'를, 제한이 없는 절대적 자유는 권리만 존재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방종'이라는 문제를 만들어냈다. 사회는 질서와 도덕을 잃었고 혼란스러워졌다. 

 

세상을 지킬 자는 누구?

   한국전쟁 때 목사 14명이 체포되었다. 그 중 12명은 처형됐으나 2명은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목사 중 한 명은 미쳐버리는 바람에 살아남았고, 주인공 신 목사만 온전하게 살아남았다. 신도들은 신 목사가 신앙을 배반한 대가로 살아남았다며 욕을 해댔지만 진실은 신도들의 추측과는 달랐다. 12명의 순교자들은 살려달라 아우성을 치면서 신을 부정하고 비참하게 죽어갔고, 자신의 신앙을 지킨 사람은 신 목사 한 사람 뿐이었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신앙을 지켜냈던 신 목사는 사실 신을 믿지 않았다. 모진 고문으로 괴로워하던 한 목사에게 사실은 신이 없다는 자신의 신앙의 비밀을 털어놓는 순간 한 목사는 미쳐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신 목사는 자신이 예수를 배신한 가리옷 유다라는 누명을 기꺼이 뒤집어쓰며 신도들 앞에서 잘못을 회개하는 척 연기하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신도들은 진리를 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믿음이 부정되지 않으면서, 혹시나 신이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그들의 불안감을 잠재워 줄 수 있는 촉진제, 즉 순교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신도들은 진리를 알고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인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십자가를 질 수 없는 사람들이었고, 그것을 아는 신 목사는 그들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것이다. 

   재미 소설가 김은국의 1964년작,「순교자 The Martyred」의 줄거리이다. 일반 대중들은 '신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일 뿐이고, 죽어서 가게 된다는 내세 따위는 없다'는 냉혹한 진리를 믿고 싶지도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아한다. 그래서 진실을 알고도 견뎌낼 수 있는 사람들은 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거짓 연기를 해야한다, 그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도덕도 마찬가지이다. 신이 실재의 존재가 아닌 것처럼 도덕 또한 그 자체로 옳고, 완벽한 것이 아니다. 도덕은 정치 엘리트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세속적인 것이다.

  하지만 도덕이 근거가 없는 세속적인 것이기에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을 빼앗아 버린다며 사회는 방종을 일삼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도덕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잣대로써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 다만, 도덕은 그 자체로 완전한 것이 아니고 가진 자들의 이익에 휘둘릴 염려가 있으므로 도덕 혼자서는 안되고 정치철학을 교육받은 엘리트들에 의해 사회가 움직여야 한다. 정치철학을 교육받은 엘리트들은 완벽한 지식을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공공선 good)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로 '네오콘'이다. 네오콘들은 국가 전반을 통제함으로써 사회질서를 지킨다. 동성애 금지와 같은 보수적, 자연적(네오콘들이 보기에) 가치 수호, 가톨릭의 국교화, 일반대중의 정치참여 금지 등이 바로 그것이다.

 

네오콘에 대한 비판

   분명 '너도 옳고, 나도 옳은 수 있다'는 상대주의적 사고는 진리에 대한 회의주의적 사고를 사회에 퍼뜨릴 위험이 있다. 하지만 상대주의를 거부하고 '나만이 옳다'는 식의 논리 또한 문제가 있다. 네오콘은 사회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하에 하나의 가치를 정하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그것을 강요한다. 동성을 사랑하는 것은 이성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오직 하나의 가치-이성간 결혼-를 추구하는 네오콘들에게 동성애자들의 행복추구권 따위는 관심 밖이다.

    이러한 네오콘들의 태도는 비단 미국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사회에 강요할 뿐만 아니라 세계 최강의 힘을 가지고 국제 정치에도 관여하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선(善)'을 휘두른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며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멋대로 심판 전쟁을 벌이는 등 그 전과가 화려하다.

   네오콘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으로 다른 나라를 얼마든지 희생시켜도 좋다고 한다. 그들에게 세상은 '강자의 자연권'이 지배하는 정글이다.(P.186) 네오콘의 외교는 다윈의 적자생존법칙을 뛰어넘는 제국주의 논리이다. 

   네오콘식 정치의 근본인 정치적 엘리트와 우월한 하나의 가치에 의한 다스림은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 흥미, 사고방식 등을 탄압함으로써 엘리트들을 제외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책에 대한 비판

  "단순히 독일이 우경화되고 유대인들을 쫓아냈기 때문에 우파의 원칙들이 자동적으로 거부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스트라우스의 말을 비판하기 위해 "마치 스탈린식의 현실 공산주의가 폭압적인 일인 독재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목도하고도 '공산주의가 자동적으로 거부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공산주의자처럼 이야기한다."고 저자는 154쪽에서 얘기한다.

  저자는 스트라스를 비판하기 위해 공산주의자의 경우를 예로 든다. 독일이 우경화되고, 유대인들을 탄압한 것은 우파의 원칙들이 시행된 것이므로 우파는 배제되어야 한다. 스탈린의 공산주의가 나쁘기 때문에 역시 그 큰 틀인 공산주의 역시 자동적으로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논리는 이렇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우선, 왜 스탈린을 예로 들며 가지고 비유를 해야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저자처럼 스탈린을 예로 들며 공산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스탈린의 러시아에서 일어났던 변화는 공산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라며 진정한 사회주의가 아니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그에 못지 않게 많다. 저자는 전자의 입장인 듯 하지만 난 후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저자의 예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스탈린 치하의 러시아는 스탈린을 필두로 공산주의에서 타도의 대상인 엘리트들이 정치적, 경제적 실권을 장악한 사회였다. 자본주의의 '자본가-노동자' 관계, 즉 '엘리트 독재' 관계를 타파하기 위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공산주의였는데도 결과적으로 엘리트 독재를 답습한 꼴이 되어버린 스탈린의 러시아는 결코 공산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우파가 그리고 스탈린이 잘못했다고 그들의 원칙이 '자동적으로' 거부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나는 우파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분명 안정적 변화와 전통의 가치를 중시하는 그들의 태도는 사회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스탈린을 공산주의자라고 봤을때) 스탈린의 공산주의가 잘못됐다고 공산주의 전체를 싸잡아 자동적으로 거부하는 태도도 옳지 않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는 말처럼 한 이불을 덮고도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의(-ism)'라는 단어로 서로 나누고 묶어서 생각을 분류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반대로 우파의 일부만 보고, 공산주의의 일부만 보고 그 전체를 싸잡아서 '자동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웃긴 일 같다. 

   이 외에도 빨간 것에 대해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저자 역시 책의 여기저기서 사회주의에 대해 거부감을 표출해서 잠깐잠깐씩 답답함을 느꼈었다.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네오콘의 사상적 기반이나 내용, 실제 정치에서의 네오콘의 영향력에 대한 설명이 쉽게 잘 되어 있어서 나같이 국제정치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는 네오콘에 대해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였다. 부시 대통령이 소위 불량국가라고 불리는 나라들에 대해 주장하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가 무엇인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의 레반논 침공에 대해서 어떻게 '평화의 확산을 위해서 그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지 그 저의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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