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울 땐 별님에게 물어봐! 18
아베 미유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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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창 야오이물의 재미에 푹 빠져 있던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 제목과 표지부터가 '수상한 냄새'를 폴폴 풍기는 통에 망설임 없이 손을 뻗게 되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발랄한 청춘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 아닌가...

남녀공학에서 벌어지는 식상한 순애보도 아니고, 어찌어찌 하다가 애인 사이가 되는 야오이물도 아닌, 여전히 야릇한 분위기를 고수하는 학원물. 그러면서도 그냥 학원물로 치부해버리기엔 아쉬움이 남는...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술에 취해 방짝에게 키스해버리고, 전교생 앞에서 키스를 받기도 하는 주인공. 항상 붙어다니고, 뭐든지 함께 하는 것이 거의 연인 수준이지만, 그 외에는 너무나도 정상적(?)으로 보이는 생활이다.

꼭 뭔가 벌어질 듯 말듯, 주인공의 심리를 알듯 말듯...사람의 마음을 쥐었다 놓았다 하면서 그렇게 주인공들은 학년이 바뀌고 권수는 어느덧 18권에 달했다. 그동안 '독자를 가지고 노는' 작가의 행태는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어쩌면 분노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한편 유치하고, 또 기대를 배반함에도 이 책의 매력에 빠져서 헤어나질 못하게 되는 것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너무나 가볍고 유쾌하게 읽혀지는 이 야릇한 분위기를 목놓아 기다리게 되었다. 타카라의 순진함과 키요미네의 무뚝뚝한 매력, 현심감이라곤 조금도 없고 너무나 만화적인 인물 카시와기에게 푸욱~빠져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 아아...19권은 언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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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횡단 특급
이영수(듀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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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TV의 책 소개 코너에서였다. 한국형 SF라고 소개된 이 책은 평소 SF에 흥미 없던 내게 묘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책을 읽어가면서... 표제작 태평양 횡단특급을 필두로 이 책이 던져준 고요한, 그러나 입맛 씁쓸하고 가슴 저린 파문은 예상 외였다. 거대 자본이 이룩한 권력인 철도회사는 마치 현대 세계의 부패와 권력구조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SF라기보다는 정치소설 같은 이미지였다.

또한 인간과 구분이 안 가는 로봇이라거나 클론 같은 것은 이미 수없이 다루어졌던 분야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신기한 로봇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나약함과 오만함, 추잡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던 세계 질서가 파괴되고, 인간은 로봇에게 사육되고 도살당하며, 로봇에 의해 자연은 그 질서와 아름다움을 되찾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세계를 파괴하고 인간이 지배하는 세계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있는 반면, 그에 반하여 지키고자 하는 인간이 있어서 다시금 인간의 세계로 돌아가길 바라는 독자의 마음에 씁쓸한 일침을 놓는 것이다.

이 책에는 절대강자가 없다. 약육강식의 세계 정세 속에서 볼 때 또 한 차례 새로운 감흥을 주는 책이다. 스스로를 지구상의 지배자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오만함에 비수를 꽂고, 고정관념이라고 하는 낡은 틀에 돌을 던지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그 속에 실린 중단편들은 하나하나 그 개성이 다르지만, 이야기의 배경도 진행방식도 전혀 다르지만, 하나같이 독자의 머리와 심장을 마구 헤집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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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그릇 18
우에하라 키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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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을 놓고 따질 때, 특히 여자의 인생에서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결혼과 출산이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젊은 남녀만 보면 결혼시키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랄까? 그것이 성공하면 그 다음은 당연히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말할 수 없는 것이 출산이지만, 이 책을 보고 있으면 그것처럼 코믹하면서 감동적인 것이 없는 것 같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가정파탄을 겪고 새삶을 시작하고, 불륜의 결과인 아이를 갖고, 아무런 공포도 고통도 없이 아이를 낳고, 갈등도 없이 살아가는 세상.

너무나도 기형적인 이 세상이 가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겉보기엔 말짱해 보이는 우리의 세계가 많이 비틀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론 도저히 용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일, 즉, 남편이 바람 피워 만든 아이를 직접 받아내고, 또 그 남편을 용서하고, 재결합하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부모없는 아이를 입양하고 사랑하고. 너무나 억지스럽지만 정말 이 만화처럼만 모든 것이 단순하다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할까?

어쨌든 작가의 억지가 유쾌함을 던져주면서, 때론 코끝을 찡하게 만들면서, 그렇게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일 것이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생명의 소중함!! 너무나 단편적이고 억지스런 흐름이 마이너스를 먹지 않았다면, 별 다섯개를 다 줬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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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1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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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가득 꽂아놓고 심심할 때면 한번씩 읽어보는 책이 백귀야행이다. (세상~비밀도 함께^^) 몇번을 읽어도 재미있고 질리지 않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주인공 리쓰는 '보이고 들리는 사람', 즉 이형인 것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이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고, 그 존재 가능성 자체를 무시해버리는 이형. 쉽게 말하면 귀신이요 요괴다. 게다가 좀 무섭기까지 하고, 실제로 리쓰는 그들을 무서워한다.

하지만 리쓰는 그들에게 간섭하지 않으려 하고 못본척 피하며 세상에 해를 주는 사악한 존재가 아닌 한 존재를 묵인한다. 이것은 리쓰가 '보이고 들리는 사람'인 탓에 이 세상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신이 지나는 길에 인간이 호텔을 세워 재앙을 부르고, 산신의 몸체인 돌을 훔쳐내 목숨을 잃는 등 일련의 사건은 인간이 이형의 존재를 부정한 데서 온 것이다. 그 사건들을 해결하는 것은 이형의 존재를 알고 있는 리쓰.

그러니 백귀야행은 단순한 호러물이나 귀신 얘기와는 격이 다른 것이다. 보통 호러나 귀신물에는 '퇴마'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제법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 요괴와의 공존이다. 백귀야행도 공존의 성격이 짙다.'세상은 인간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존재가 있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다른 존재에 대해서도 배려를 해야 한다.' 마치 이러한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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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 1
하츠 아키코 지음, 서미경 옮김 / 시공사(만화)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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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좋아하는 인형이나 장난감에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그것을 친구 삼아 말을 걸고 함께 웃기도 하며 놀이를 한다. 아마도 풍부한 상상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른이 되면 그런 추억은 까마득한 기억 저편으로 멀어져 가게 마련이다.

이 책,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을 읽다 보면 어린 시절의 그런 추억 한토막을 떠올리게 된다. 사물에도 생명이 있다고 믿었던 때, 가장 좋아하던 인형이 낡고 낡아서 버리게 되었을 때, 마치 살아 있는 강아지를 버리는 것 같아서 마음 아팠던 기억 말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꿈꾸는 상상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할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렌'을 보면서 다시 한번 그 시절의 꿈을 떠올려본다. 상상의 힘으로 뭐든 될 수 있었던 그 때를...

어쩌면 정말 세상에는 우리가 보지 못할뿐 많은 신비한 것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좀 으스스하기도 하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책이 말을 걸어오거나 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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