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횡단 특급
이영수(듀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TV의 책 소개 코너에서였다. 한국형 SF라고 소개된 이 책은 평소 SF에 흥미 없던 내게 묘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책을 읽어가면서... 표제작 태평양 횡단특급을 필두로 이 책이 던져준 고요한, 그러나 입맛 씁쓸하고 가슴 저린 파문은 예상 외였다. 거대 자본이 이룩한 권력인 철도회사는 마치 현대 세계의 부패와 권력구조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SF라기보다는 정치소설 같은 이미지였다.

또한 인간과 구분이 안 가는 로봇이라거나 클론 같은 것은 이미 수없이 다루어졌던 분야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신기한 로봇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나약함과 오만함, 추잡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던 세계 질서가 파괴되고, 인간은 로봇에게 사육되고 도살당하며, 로봇에 의해 자연은 그 질서와 아름다움을 되찾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세계를 파괴하고 인간이 지배하는 세계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있는 반면, 그에 반하여 지키고자 하는 인간이 있어서 다시금 인간의 세계로 돌아가길 바라는 독자의 마음에 씁쓸한 일침을 놓는 것이다.

이 책에는 절대강자가 없다. 약육강식의 세계 정세 속에서 볼 때 또 한 차례 새로운 감흥을 주는 책이다. 스스로를 지구상의 지배자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오만함에 비수를 꽂고, 고정관념이라고 하는 낡은 틀에 돌을 던지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그 속에 실린 중단편들은 하나하나 그 개성이 다르지만, 이야기의 배경도 진행방식도 전혀 다르지만, 하나같이 독자의 머리와 심장을 마구 헤집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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