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현궁의 봄 한국문학대표작선집 15
김동인 지음 / 문학사상사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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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 대원군 이하응. 어릴 적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 수업시간에서나 TV사극에서 자주 들어왔던 것 같다. 그만큼 그는 역사적으로 많은 이야기 거리를 남긴 사람이고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책을 읽고 난 지금, 더 확실하게 다가온다.

“운현궁의 봄”이란 제목은 상당히 잘 지어진 제목처럼 느껴진다. 이 제목 속에는 이하응의 일생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겨울을 지낸 이하응이 맞게된 봄. 소설은 이 봄에서 끝이 나지만, 이 소설은 그만으로도 충분한 재미거리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이가 거대한 꿍꿍이를 가지고 현실의 온갖 고난을 겪은 후, 그 뜻을 실현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런 이유로 이러한 사연은 종종 드라마의 소재가 되고, 소설의 주요 테마가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 환호하고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는 단순히 부럽다는 느낌을 넘어서는, 일종의 ‘노력하고 인내한 사람이 그 보답을 받아야 한다’는 인간 심리의 자연스러운 발현이라 생각된다. ‘고진감래’ ... 세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너무도 많기 때문이리라.

운현궁의 봄은 그러한 우리의 목마름을 실제 이 땅을 살았던 인물을 통해 해소시켜 주고 있다. 흥선군의 고난은 시대적인 상황과 함께 더 절절하게 우리를 후벼파고, 독자는 이를 따라가며 그가 무엇인가 이뤄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다. 바꾸어 생각하면, 이런 느낌도 든다. 내가 품을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말 너무나도 가혹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로구나! 내 자신을 되돌아 보게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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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괴물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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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것이 현실이라는 말을 한다. 새벽까지 눈이 벌개지면서 미친 듯이 책에 빠져들다가, 마지막 책장을 덮고 생각나는 말은 바로 저 말이었다.

오스터의 책을 여러 권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미묘한 글풀어내는 솜씨가 좋다. 그는 말도 안되는 우연을 정말 개연성 있게 전달해 내고 있다. 마치, 사실인 양. 그래서 분명, 이 책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래 현실은 정말 영화보다 더한 곳이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정말 지독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가 제목에 달아 놓은 '거대한 괴물'은 아마도 '우연'에 대한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의 화자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삭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우연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또한 파괴시킬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화자 피터는 여기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비중있는 조연인 동시에 모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모든 우연을 만들어가는 인물이다. 삭스에게 펼쳐진 모든 일련의 사건들은 그로 인해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책을 읽는 독자나 말을 하고 있는 화자나 '이건 나비 한 마리가 폭풍을 일으킨다는 것과 뭐가 달라?' 하는 생각을 잠재적으로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그렇지 않았다면...'이란 말은 언제나 우리의 뒤통수를 잡아당기고, 화자는 '나 때문이야, 나때문이야'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내뱉는 것이다. 이 소설은 그 말도안되는 생각의 산물이다. 그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엄청난 흡입력을 갖는 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거대한 괴물의 지배를 받으며 세상을 살고 있고, 그리고 늘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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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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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쓰여진 소설인데다 '도련님'이라는 아주 고전적인(?) 제목이라 읽기 전부터 '따분할지도 몰라'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시작했다. 휘익~ 그 걱정은 책을 넘겨가면서 눈 녹듯이 사라졌다.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넘겨가면서, 나는 남몰래 킥킥 웃고, 책에 빠져들어 버렸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도련님의 생각이나 행동은'착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기준에 딱 들어맞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세키는 여기에서 우리를 뒤집어 엎는다. 도련님 같은 사람을 우리는 '착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 알고 있는 것의 괴리.도련님을 읽고 나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즐겁게 읽고 나서, 생각할 여지를 주는 소설이었다. 너무나 유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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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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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에 대한 공부를 하는 중에 가장 처음 읽은 책이 바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였다. 그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인 이 책은 그가 이 것을 쓰기까지의 숨은 역량이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다. 다이나믹한 극적 전개와 뭉클한 사연은 없는 소설이지만, 그 이상으로 감동을 안겨주는 것은 소세키가 풀어내는 재치있는 입담 때문이라 생각한다. 수다스럽지만 절대 천박하지 않은 유머가 이 안에 담겨있었다.

나는 마지막 결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술에 취해 독 안에 빠져 죽어가는 고양이의 묘사는 나에겐 정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소세키는 이러한 결말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것일까? 그 안에는 세상을 향한 냉소적인 시선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있기 힘든 세상. 오히려 자살이 더 살길로 보여지는 세상... 그는 구샤미와 고양이를 자신의 분신으로 설정하면서 자기의 가식적인 측면을 낱낱이 고백한다. 그리고 고양이를 죽임으로써 세상에 대한 차가운 조소를 던져버렸다.

폴 오스터의 신작 '폐허의 도시'에 묘사된 풍경과 이 세상은 결코 다르지 않았다. 그곳에서 이뤄지는 무의미한 자살과 폭동들, 그리고 현재의 우리들..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소세키가 고민했던 많은 문제들이 지금 역시 우리에게도 같은 위치에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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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도시
폴 오스터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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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도시'를 다 읽은 지금. 나는 우울의 구렁텅이에서 허부적대고 있다. 예전에 이 비슷한 기분을 영화 '나쁜 남자'를 보고 비스무리하게 경험했던 것 같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이므로, 이 책을 쓴 작가분이나, 그 영화를 만든 감독님에게 누가되지 않기를 바란다. 음. 쓸데없는 걱정거리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전체적인 내용은 안나 볼룸이라는 여인이 '폐허의 도시'에 취재를 하러 간 기자 오라버니를 찾아 가 겪게 되는 '생존의 기록'이다.

이 책은 줄거리보다는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세밀한 묘사 그리고, 표현할 수 없는 암울한 분위기에 주목해야 할 듯 싶다. 그 부분에 있어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거리묘사, 사람들의 행태에 대한 설명, 그리고 주인공이 겪게되는 사건의 과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둘러싸고 있는 서술방식은 이 책의 전반에 흐르면서 서로 놀라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나는 책장을 넘기면서 계속 나락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이 모든 내용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한 단면을 갈갈이 쪼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읽는 중간, 그것을 깨닫게 된 이후부터, 나는 읽어가는 계속 너무나 힘들었다. 마지막에는 내 심장이 헉헉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나는 최근에 턱을 다쳐서, 먹을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결핍. 가장 기본적인 결핍에서 오는 일종의 공포와 우울감은 내 전부를 파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더 깊게 다가왔다. 지금 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야 겠다. 이 책의 뒷부분은 ... 이제 나의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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