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에 대한 공부를 하는 중에 가장 처음 읽은 책이 바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였다. 그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인 이 책은 그가 이 것을 쓰기까지의 숨은 역량이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다. 다이나믹한 극적 전개와 뭉클한 사연은 없는 소설이지만, 그 이상으로 감동을 안겨주는 것은 소세키가 풀어내는 재치있는 입담 때문이라 생각한다. 수다스럽지만 절대 천박하지 않은 유머가 이 안에 담겨있었다. 나는 마지막 결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술에 취해 독 안에 빠져 죽어가는 고양이의 묘사는 나에겐 정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소세키는 이러한 결말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것일까? 그 안에는 세상을 향한 냉소적인 시선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있기 힘든 세상. 오히려 자살이 더 살길로 보여지는 세상... 그는 구샤미와 고양이를 자신의 분신으로 설정하면서 자기의 가식적인 측면을 낱낱이 고백한다. 그리고 고양이를 죽임으로써 세상에 대한 차가운 조소를 던져버렸다. 폴 오스터의 신작 '폐허의 도시'에 묘사된 풍경과 이 세상은 결코 다르지 않았다. 그곳에서 이뤄지는 무의미한 자살과 폭동들, 그리고 현재의 우리들..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소세키가 고민했던 많은 문제들이 지금 역시 우리에게도 같은 위치에 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