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체성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의 정체성

책세상 문고 [우리시대] 시리즈의 첫번째 책인 ‘한국의 정체성’은 ‘철학’에 관한 책이다.
이 세상에서 ‘개똥철학’을 제외한 모든 철학은 난해하다는 것이 나의 지론인데,
이 책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지은이 자신도 ‘근본적으로는 정체성의 문제가 형이상학적 난제’라고 인정한다.
지은이는 한국의 정체성을 정하는 기준으로 ‘한국어’와 ‘한글’을 제시했다.
이 책처럼 작은 문고본에서 어마어마한 주제를 걸고 논리를 전개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줄은 알겠지만, 머리가 나쁜 나는 이 책을 다 읽고도 솔직히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 책을 쓴 지은이는 주위 사람들이 철학책을 좀 쉽게 써보라는 권유를 받고
책을 썼노라고 책 앞에서 밝혔는데, 나름대로 쉽게 썼다는 책이 이렇게 어려운 걸 보면,
이건 책을 쓴 지은이의 잘못이 아니고,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지적 수준의 문제라고 본다.
나처럼 지적 수준이 낮은 사람을 위해서 글을 좀 더 쉽게 쓸 수는 없었을까?
아니면 이 정도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미리 참고로 읽어야 할 책들을 제시해서 훈련을 하도록 하거나…
지은이가 ‘한국 철학’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겠으나, ‘한국 철학’이
‘변증법적 유물론’보다 훨씬 더 난해한 것은 어떤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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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적 근대주의자 박정희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
전재호 지음 / 책세상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박정희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폭력을 정당화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폭력이 정당한 것은 아니다’
아주 좋은 말입니다.
박정희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개인적인 기억에
박정희에게 피해를 입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체제 속에 있는 개인은, 민주주의의 체감 지수가 낮을수록
독재에도 둔감하기 때문에 박정희 정권의 체제에 향수를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박정희의 무덤에 침을 뱉’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100% 잘못이라거나 100% 잘했다는 말을 할 수 없지만,
대체적으로 군사독재정권의 부도덕과 민주주의 말살에 대한 부분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것이지요.
박정희 정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필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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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점심 먹으러 안 갈래?‘

태수가 어깨를 툭 치면서 인상을 쓰기 전까지 동혁은 작업하는 손길을 바쁘게 움직였다. 동혁은 연장을 내려놓고 장갑을 벗었다.

동료들은 벌써 식당을 향해 바쁘게 걷고 있었다. 동혁은 뒤를 돌아보았다.

‘떼제베(TGV)’의 늘씬하고 날렵한 몸매가 아름답게 드러났다. 앞으로 준공될 고속철도 위를 멋지게 달리는 녀석을 생각하면 동혁은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흐믓했다.

‘떼제베‘를 생산하는 거대한 현장 안은 사람의 마음을 미묘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것은 최첨단의 과학기지처럼 웅장하고 때로 위대한 창조의 현장처럼 보일 때도 있었지만 마치 구석기 시대의 거대한 공룡 몸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현장의 골격들이 낯설어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귀 울리다 못해 가슴속까지 울려 퍼지는 기계의 굉음과 여기 저기 흩어져 저마다 맡은 일에 몰두하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은 마치 공룡과 사투를 벌이는 인간들 같았다.

‘너 이번 주 크리스마스 연휴 때 계획있냐?‘

태수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물었다.

‘계획은 무슨, 특근이나 있으면 몰라두…‘

동혁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짜식이…노총각이 데이트할 생각은 안하고 만날 일이나 하냐? 너 그렇게 벌어서 어디 쓰려고 그래? 사람들이 널보고 짠돌이라고 하더라.‘

‘쓰긴, 그냥 일이나 하는 거지…연말이라고 달라질 게 있나…‘

두 사람은 식당으로 이어진 긴 줄을 따라 들어갔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사람들의 작은 말소리가 모여 웅성거리고 식판과 수저가 움직이는 소리, 잔반통에 부딪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동혁과 태수가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있던 여직원이 눈에 보였다. 여직원 서너 명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동혁은 한 여직원을 발견하더니 손을 흔들어 보였다.

여직원은 손을 흔드는 동혁을 보고는 흥!하는 콧김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동혁은 무안하지도 않은지 싱글싱글 웃었다.

‘마, 너 아직도 경옥 씨를 못잡았냐? 하긴, 너같이 무능력한 인간을 경옥씨가 좋아할 턱이 없지.‘

태수가 눈치를 채고 동혁에게 타박을 주었지만 동혁은 그러거나 말거나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경옥도 동혁이 훔쳐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태연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문을 나서던 동혁은 게시판에 붙어 있는 안내문에 눈길이 갔다. 여직원 모임에서 붙인 그 안내문에는 25일 성탄절에 고아원과 양로원을 방문할 계획과 성금을 모금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동혁은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경옥에게 다가갔다. 경옥은 약간 경계를 하는 표정이었지만 싫어하는 것같지는 않았다.

‘저…경옥 씨…‘

망설이는 동혁을 보자 경옥은 눈을 곱게 흘겼다.

‘이번 주 연휴 때 만날 수 있을까요?……‘

‘바빠서 안되겠는데요. 여직원 모임에서 할 일이 있거든요.‘

‘아, 네…그러시군요. 그렇다면 할 수 없죠…‘

동혁은 기운빠진 표정으로 어슬렁거리며 식당 앞을 떠났다. 경옥은 그런 동혁의 뒷모습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서운했다. 동혁은 집요하지는 않지만 은근하게 경옥을 마음에 두고 있었고 그런 동혁이 싫지는 않았지만 선뜻 마음이 끌리는 것도 아니었다.

동혁과 한 두 번 데이트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동혁이 보여준 모습에서 실망이 컸기 때문에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거였다. 동혁은 경옥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볼 때도 돈이 아까워서 어쩔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경옥은 그런 동혁이 좀스럽게 느껴졌었다.

며칠 후, 여직원 모임에서 고아원을 찾아가던 날에 눈이 내렸다. 풍성한 눈송이가 온통 하얗게 세상을 뒤덮고 있었고 반갑게 맞이하는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보면서 경옥은 참 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신나서 경옥과 그 동료들을 둘러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 아이의 ‘큰 형 왔다!‘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경옥을 둘러쌌던 아이들이 우르르 밖으로 몰려 나갔다.

경옥은 창문으로 누가 왔는지 내다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곳에는 봉고 차에서 막 내리는 동혁과 그의 동료들이 있었다. 봉고 차에는 아이들 옷이며 책, 필기구, 노트 등이 들어 있는 상자가 실려 있었다.

동혁은 기타를 어깨에 둘러메고 몰려드는 아이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동혁은 고아원 아이들과 가족처럼 가까워 보였다.

동혁은 경옥을 향해 환한 웃음을 보였다. 경옥은 그 웃음이 목화송이처럼 탐스럽고 마음속에서 훈훈하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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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수경 씨는 오늘 아침, 특별한 마음으로 정대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별러오던 일을 실행에 옮기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여~ 좋은 아침, 미스 차도 안녕?” 언제나 변함없이 오늘도 정대리는 어김없이 하루의 일과를 순서대로 시작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서 가방을 책상 옆에 내려놓고 구두를 벗은 다음, 슬리퍼로 갈아신고 아침에 배달된 종합지, 경제지, 스포츠 신문을 펼쳐놓은 정대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앉아있는 차수경 씨를 보며, 아니 정확하게는 책상 밑으로 나와있는 차수경 씨의 다리를 쳐다보며 말을 건넨다.

“미스 차, 좋은 아침이야. 커피 한 잔 빼다주겠어? 그런데 오늘도 치마를 안 입고 왔구먼. 그리고 옷은 왜 그렇게 촌스럽게 입고 다녀. 미스 차도 이제는 화장도 좀 하고 그래야지.”

차수경 씨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다가 정대리의 책상에 놓았다. 예전같으면 마지못해 했던 일이었다. 정대리가 싱글싱글 웃으며 은근한 말투로 차수경 씨를 불렀다.

“미스 차. 이번 일요일에 나하고 연극 구경갈까? 내가 표는 이미 예매를 해놓았다구. 저녁은 근사한 부페에서 사줄께.”

정대리의 농담섞인 데이트 신청에 차수경 씨는 기다렸다는 듯 “좋아요”하고 대답을 했다. 날마다 하는 말이어서 정대리는 오늘도 차수경 씨가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돌아설 줄 알았다가 ‘좋아요’라고 말하자 눈이 둥그렇게 떠지고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았다. “침이나 닦으세요” 차수경 씨가 돌아서며 한마디 했다.

부탁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사실은 명령이나 다름없는 정대리의 심부름을 도맡아 하고 있는 차수경 씨는 이제 입사 3개월의 신참이기도 하거니와 나이도 어려서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처지였다.

예쁘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귀염성 있는 얼굴에 성격도 활달한 차수경 씨는 정대리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늘 심부름을 해주었다. 정대리의 하는 짓이 밉기는 하지만, 정대리가 그에게 입사 초기부터 친절하게 잘 대해 주었고 자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무실에는 차수경 씨 말고도 여직원이 세 명이나 더 있는데, 유독 정대리는 차수경 씨에게만 온갖 심부름을 다 시키고 있었다. 가장 막내이기 때문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그래도 차수경 씨는 가끔 짜증이 났다. 차수경 씨도 정대리가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대리가 자기를 어린애 취급하거나 여자라고 무시하는 태도가 못마땅했다. 특히 자신을 ‘차수경 씨’라고 부르지 않고 늘 ‘미스 차’라고 부르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사실, 나이도 어릴 뿐더러 사회 초년생인 차수경 씨는 사무실 선배 언니들이 하고 다니는 것처럼 화장도 진하게 하지 않고 옷도 카드 할부로 구입한 비싼 메이커 옷은 입을 형편이 못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늘 수수하고 조금은 촌티나게 하고 다니는 것이 남보기에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정대리는 그런 차수경 씨를 보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놀려대는 것이다.

“미스 차, 미스 차는 왜 치마를 한 번도 안입는거야? 혹시 다리에 흉터가 있는거 아니야? 그러면 시집가는 데 지장이 많을텐데… 아니면 다리가 무우 처럼 생겨서? 그것도 아니면 다리에 알통이 박혀서 그런가?”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정대리의 뺨을 찰싹 때려주고 싶지만, 그렇게는 못하고 속이 상해서 점심을 굶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오늘도 정대리는 아침부터 차수경 씨의 속을 뒤집어놓고 있었다. 사무실의 선배 여직원들은 차수경 씨에게 격려와 꾸중이 섞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얘, 수경아. 너 정대리에게 잘 해주는 것은 좋지만 정신차려. 정대리가 너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말을 함부로 하는 것들이 바로 성차별이라는거야. 정대리가 너를 좋아하기 때문인줄은 알지만 정대리의 성차별 의식을 고쳐놓지 않으면 앞으로 결혼한 다음에 문제가 많을걸.”

“아니, 언니는 그렇게 심한 말을… 내가 언제 정대리와 결혼한다고 했나…”

“그래, 정대리가 아니라도 좋지만, 어쨌거나 남성들에게 그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거야.”

그런 이야기를 듣고 차수경 씨의 마음 속에서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대리는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차수경씨는 회사의 여직원 모임인 ‘진달래회’에 늘 참석하고 있어서 여직원 모임을 통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진달래’는 해마다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도 하고 정기적으로 양로원이나 고아원을 찾아가서 외로운 사람들을 돕는 좋은 일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체 교육을 통해 여성문제도 토론을 하고는 했던 것이다.

토요일 퇴근 시간에 정대리는 차수경 씨에게 다시한번 다짐을 하고 일요일 점심시간에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미스 차. 내일 나올 때는 화장도 좀 하고 멋있게 하고 나오라구. 다른 여자들하고 비교되면 괜히 쪽팔리잖아.”

은근히 무시하는 정대리의 말을 들으면서 차수경 씨는 마음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그래, 내일 한번 보자구요.’

일요일. 점심시간 무렵, 문예회관 앞은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선남 선녀들이 하나같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성이며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데, 약속시간보다 10분이나 늦은 정대리는 두리번 거리며 차수경 씨를 찾았다.

‘분명 나왔을텐데… 그렇게 촌스럽게 하고 있으면 금방 눈에 띌텐데, 아직 안나왔나?’

마음 속으로 비맞은 중처럼 중얼거리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정대리는 시계를 보았다. 약속시간에서 30분이나 지난 것이다. 조금씩 짜증이 나는 정대리는 담배를 피워물었다.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연극을 보고, 저녁에는 분위기 있는 까페에서 술을 마시며 미스 차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겠다고 별렀던 계획들이 머리 속을 지나갔다. 10분만 더 기다리다 안오면 가버리겠다고 화를 내던 정대리의 앞으로 어떤 여자가 다가왔다. 엷게 물결치는 머리칼과 산뜻한 투피스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매력적인 여성이 살폿한 웃음을 머금고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정대리는 ‘그래, 닭대신 꿩이다. 차라리 미스 차가 안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넥타이를 고쳐 맸다. 그 여자는 정대리의 앞에 서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저 모르시겠어요?”

정대리가 다시 한번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벌어지는 입을 다물 생각도 못하고 넋을 놓고 말았다. 정대리는 더듬거리며

“그…그…미스… 차…”

사무실에서 본 것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차수경 씨의 변신으로 정대리는 넋이 나가고 말았다. 그렇게 촌스럽게 하고 다니던 미스 차가 이렇게 아름답고 예쁠 수가 있었단 말인가. 정대리는 금방 춤이라도 추고 싶을 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40분이나 늦은 것도 아무렇지 않았고 오직 눈앞에는 미스 차의 예쁜 모습만이 어른거렸다.

“미스 차. 오늘 너무 예쁜데. 이렇게 예쁜줄은 정말 몰랐어.”

정대리는 흐믓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정대리의 귀에 들려온 목소리는 아주 냉정하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정명구씨. 제 이름은 미스 차가 아니고 차수경이에요. 앞으로 ‘차수경 씨’라고 불러주세요.”

찬바람이 쌩쌩 도는 차수경 씨의 말에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놀란 정대리는 다시 한번 차수경 씨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차수경 씨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정대리를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어서 정대리는 비루먹은 개처럼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 차수경 씨. 점심 식사 하러 가시지요.”

월요일 아침. 어느날보다 일찍 출근한 정대리는 수수한 옷차림으로 앉아있는 차수경 씨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차수경 씨, 커피 한 잔 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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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흐의 추측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강석진 감수 / 생각의나무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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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상의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이다’

이 단순한 명제가 ‘페르마의 대정리’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무명이었던 수학자 골드바흐가 세계적인 천재 수학자 오일러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질문인데, 25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문제에 대한 ‘증명’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페르마의 대정리보다도 훨씬 어렵다는 뜻일까? 아니면, 애초부터 증명할 수 없는 명제라는 것일까?

읽으면 읽을수록 수학의 세계는 ‘어렵다’기 보다는 흥미진진하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렇게 흥미있는 수학의 세계를 왜 우리는 지겹다고만 느끼게 배웠을까. 모든 것이 ‘교육관료’들의 책임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식민지 시절이나, 해방 이후 모두 일본의 뒤꽁무니를 그대로 쫓아왔을 뿐이니, 친일 세력들이 득세하던 교육계-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는 당연히 일본의 교육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말이 잠깐 옆으로 샜지만, 페르마의 대정리나 골드바흐의 추측이나 이밖에도 무수히 많은 ‘정리’와 ‘추측’들이 수학자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지적인 자극이 될 수 있도록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수학자들은 몹시 불쾌하겠지만, ‘순수한 학문’인 수학의 세계에 이방인들이 발을 들여놓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지 말고, 수학의 순수한 기쁨을 많은 사람에게 나눠준다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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