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로 본 삼국시대 음악 문화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
한흥섭 지음 / 책세상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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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악기로 본 삼국시대 음악 문화

교양으로 읽어야 할 내용. 박사 학위 논문이라면 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는 것이 보통입니다.
우리나라의 박사 학위 논문 수준이 그리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 책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박사 학위 논문이라도 일반 교양 수준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노동자들은 E.H.카가 쓴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수준 높은 책-문고본-을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는다고 하더군요.
[역사란 무엇인가]는 예전에 대학에서 신입생들의
커리큘럼에 무조건 들어가던, 아주 좋은 책입니다. ^^
이 책 역시 보통의 상식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어서 좋은 책입니다.
책의 내용도 적고, 삼국시대와 중국에서 사용하던 악기와
시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됩니다.
고구려와 백제와 신라의 음악이 사뭇 다르게 출발했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뒤에 있는 더 읽어야 할 책들의 목록이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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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
권명아 지음 / 책세상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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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바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말하는 것 같다.

파시즘의 출현은 현실적 관계를 구성하는 소위 보수적 집단과 진보적 집단의 비전이 자신들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대중들의 불만, 위기감과 관련 있다. 역사적으로 근대 파시즘은 소위 부르주아나 프롤레타리아라는 현존하는 계급 관계로 포착되기 힘든 집단들-룸펜 지식인, 소외된 여성 집단, 인종적 소수 집단들, 프롤레타리아라는 범주로 설명하기 힘든 노동자 집단 등-이 나타난 시점과의 연관성에서 출현한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현존하는 오래된 대안이 자신들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불만, 이에서 비롯되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증오와 공포가 만연할 때 변화에 대한 이들 집단의 요구는 ‘제3의 길’로서의 파시즘과 불행한 조우를 하게 된다. 물론 이들 집단의 집단적 무의식과 현실적 요구가 파시즘을 산출하게 된 현실적 이데올로기적 토대라는 것이 아니라 파시즘이 강력한 정치 체제로서 대중적 기반을 획득하는 현실적 근거들이 이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
따라서 한 사회의 파시즘화를 경계한다면 보수 이데올로그의 준동에 격분하기 전에 그 사회의 집단적 원한의 수위를 살펴야 할 것이다. “남성을 적으로 돌린 여성 운동이 성취한 것이라고는 노후 대책 없는 사회에서 불행한 이혼녀나 가난한 독신 여성들을 양산한 것이 고작”이라는 식의 페미니즘에 대한, 또는 여성의 권리 주장에 대한 반동적 담론들이 보여주는 바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원한의 위험 수위이다. 불행한 이혼녀, 가난한 독신녀, 사회적 경제적 무능력자라는 자책감과 사회에 대한 환멸만을 키워가는 고학력 실업자들, 착실하게 직장생활을 해도 남들이 하루에 버는 돈을 평생 만져보지도 못하는 사람들, 기성 정치를 불신하고 진보 진영에 대해서는 회의하는 사람들, ‘자기’를 주장하는 여권 운동가와 신세대들 사이에서 이도 저도 못하는 수많은 ‘아줌마들’, 거리로 내몰려 ‘삐끼’, 폭주족이 되거나 룸살롱과 단란주점에서 하루벌이로 오늘이 인생의 전부인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 이들의 존재가 바로 우리 사회의 원한의 수위를 높여가는 것이다. 낙관적인 혁명가들은 혹시 이들의 원한이 최대 수위에 도달하는 순간이 ‘혁명’의 순간이라고 은근히 기대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의 거울에 비춰보면 이들의 원한은 파시즘이라는 혁명의 순간을 불러내기도 한다. 따뜻한 가족의 품이 안전 지대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적 강제 덕분이다. 가족의 경계 바깥에 어떠한 안전지대도 마련하지 않는 사회, 이 사회가 수많은 사람들을 무사회적 고립자, 거리의 사람들로 만든다. 전후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이러한 무사회적 고립자들의 원한이 그들로 하여금 따뜻한 가족의 품 외에는 어떠한 탈출구도 찾을 수 없게 만드는 현실, 바로 그 현실이 위험 사회로 달려가는 지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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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체성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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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체성

책세상 문고 [우리시대] 시리즈의 첫번째 책인 ‘한국의 정체성’은 ‘철학’에 관한 책이다.
이 세상에서 ‘개똥철학’을 제외한 모든 철학은 난해하다는 것이 나의 지론인데,
이 책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지은이 자신도 ‘근본적으로는 정체성의 문제가 형이상학적 난제’라고 인정한다.
지은이는 한국의 정체성을 정하는 기준으로 ‘한국어’와 ‘한글’을 제시했다.
이 책처럼 작은 문고본에서 어마어마한 주제를 걸고 논리를 전개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줄은 알겠지만, 머리가 나쁜 나는 이 책을 다 읽고도 솔직히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 책을 쓴 지은이는 주위 사람들이 철학책을 좀 쉽게 써보라는 권유를 받고
책을 썼노라고 책 앞에서 밝혔는데, 나름대로 쉽게 썼다는 책이 이렇게 어려운 걸 보면,
이건 책을 쓴 지은이의 잘못이 아니고,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지적 수준의 문제라고 본다.
나처럼 지적 수준이 낮은 사람을 위해서 글을 좀 더 쉽게 쓸 수는 없었을까?
아니면 이 정도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미리 참고로 읽어야 할 책들을 제시해서 훈련을 하도록 하거나…
지은이가 ‘한국 철학’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겠으나, ‘한국 철학’이
‘변증법적 유물론’보다 훨씬 더 난해한 것은 어떤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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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적 근대주의자 박정희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
전재호 지음 / 책세상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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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폭력을 정당화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폭력이 정당한 것은 아니다’
아주 좋은 말입니다.
박정희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개인적인 기억에
박정희에게 피해를 입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체제 속에 있는 개인은, 민주주의의 체감 지수가 낮을수록
독재에도 둔감하기 때문에 박정희 정권의 체제에 향수를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박정희의 무덤에 침을 뱉’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100% 잘못이라거나 100% 잘했다는 말을 할 수 없지만,
대체적으로 군사독재정권의 부도덕과 민주주의 말살에 대한 부분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것이지요.
박정희 정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필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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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점심 먹으러 안 갈래?‘

태수가 어깨를 툭 치면서 인상을 쓰기 전까지 동혁은 작업하는 손길을 바쁘게 움직였다. 동혁은 연장을 내려놓고 장갑을 벗었다.

동료들은 벌써 식당을 향해 바쁘게 걷고 있었다. 동혁은 뒤를 돌아보았다.

‘떼제베(TGV)’의 늘씬하고 날렵한 몸매가 아름답게 드러났다. 앞으로 준공될 고속철도 위를 멋지게 달리는 녀석을 생각하면 동혁은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흐믓했다.

‘떼제베‘를 생산하는 거대한 현장 안은 사람의 마음을 미묘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것은 최첨단의 과학기지처럼 웅장하고 때로 위대한 창조의 현장처럼 보일 때도 있었지만 마치 구석기 시대의 거대한 공룡 몸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현장의 골격들이 낯설어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귀 울리다 못해 가슴속까지 울려 퍼지는 기계의 굉음과 여기 저기 흩어져 저마다 맡은 일에 몰두하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은 마치 공룡과 사투를 벌이는 인간들 같았다.

‘너 이번 주 크리스마스 연휴 때 계획있냐?‘

태수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물었다.

‘계획은 무슨, 특근이나 있으면 몰라두…‘

동혁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짜식이…노총각이 데이트할 생각은 안하고 만날 일이나 하냐? 너 그렇게 벌어서 어디 쓰려고 그래? 사람들이 널보고 짠돌이라고 하더라.‘

‘쓰긴, 그냥 일이나 하는 거지…연말이라고 달라질 게 있나…‘

두 사람은 식당으로 이어진 긴 줄을 따라 들어갔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사람들의 작은 말소리가 모여 웅성거리고 식판과 수저가 움직이는 소리, 잔반통에 부딪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동혁과 태수가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있던 여직원이 눈에 보였다. 여직원 서너 명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동혁은 한 여직원을 발견하더니 손을 흔들어 보였다.

여직원은 손을 흔드는 동혁을 보고는 흥!하는 콧김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동혁은 무안하지도 않은지 싱글싱글 웃었다.

‘마, 너 아직도 경옥 씨를 못잡았냐? 하긴, 너같이 무능력한 인간을 경옥씨가 좋아할 턱이 없지.‘

태수가 눈치를 채고 동혁에게 타박을 주었지만 동혁은 그러거나 말거나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경옥도 동혁이 훔쳐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태연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문을 나서던 동혁은 게시판에 붙어 있는 안내문에 눈길이 갔다. 여직원 모임에서 붙인 그 안내문에는 25일 성탄절에 고아원과 양로원을 방문할 계획과 성금을 모금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동혁은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경옥에게 다가갔다. 경옥은 약간 경계를 하는 표정이었지만 싫어하는 것같지는 않았다.

‘저…경옥 씨…‘

망설이는 동혁을 보자 경옥은 눈을 곱게 흘겼다.

‘이번 주 연휴 때 만날 수 있을까요?……‘

‘바빠서 안되겠는데요. 여직원 모임에서 할 일이 있거든요.‘

‘아, 네…그러시군요. 그렇다면 할 수 없죠…‘

동혁은 기운빠진 표정으로 어슬렁거리며 식당 앞을 떠났다. 경옥은 그런 동혁의 뒷모습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서운했다. 동혁은 집요하지는 않지만 은근하게 경옥을 마음에 두고 있었고 그런 동혁이 싫지는 않았지만 선뜻 마음이 끌리는 것도 아니었다.

동혁과 한 두 번 데이트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동혁이 보여준 모습에서 실망이 컸기 때문에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거였다. 동혁은 경옥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볼 때도 돈이 아까워서 어쩔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경옥은 그런 동혁이 좀스럽게 느껴졌었다.

며칠 후, 여직원 모임에서 고아원을 찾아가던 날에 눈이 내렸다. 풍성한 눈송이가 온통 하얗게 세상을 뒤덮고 있었고 반갑게 맞이하는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보면서 경옥은 참 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신나서 경옥과 그 동료들을 둘러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 아이의 ‘큰 형 왔다!‘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경옥을 둘러쌌던 아이들이 우르르 밖으로 몰려 나갔다.

경옥은 창문으로 누가 왔는지 내다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곳에는 봉고 차에서 막 내리는 동혁과 그의 동료들이 있었다. 봉고 차에는 아이들 옷이며 책, 필기구, 노트 등이 들어 있는 상자가 실려 있었다.

동혁은 기타를 어깨에 둘러메고 몰려드는 아이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동혁은 고아원 아이들과 가족처럼 가까워 보였다.

동혁은 경옥을 향해 환한 웃음을 보였다. 경옥은 그 웃음이 목화송이처럼 탐스럽고 마음속에서 훈훈하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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