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100년, 가치와 문화 한국 민주주의 토대연구 총서 2
김동춘 외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외 엮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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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 100년, 가치와 문화

한국에서 자본주의의 맹아는 조선 영조, 정조 시기에 시작되었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있다. 자본주의와는 다르게 '민주주의'는 외부에서 이식된 시기가 명백하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은 일본의 패전으로 끝났고,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이 해방되면서 한국(남한)을 점령한 미군에 의해 서양의 민주주의 형식이 도입되었다.
이 책은 '한국 민주주의 100년' 시리즈의 2편으로, 한국에 민주주의가 도입되고, 뿌리 내리는 과정에서 우리(한국인)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였으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를 여러 분야의 활동을 통해 알아보고 있다.
이 책은 아래 제목에서 볼 수 있듯, 민주주의의 핵심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민주주의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역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관점을 바르게 갖추는 데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민주주의에서 '자유', '평등'은 빼놓을 수 없는 가치인데, 한국에서 '자유'의 개념이 처음 들어온 것은 근대였으며, '자유'는 민주주의가 확립되기 이전부터 이미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길 만큼의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민주주의에서 '평등' 개념은 '자유'만큼이나 중요하지만, 한국에서 '평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개념과 실천으로는 존재했으나 헌법을 비롯한 법률로는 늦게 등장했다. '평등'이라는 단어 대신 '균등', '공정' 같은 단어들이 대신했으나 이제는 '불평등'한 사회의 모순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민주주의적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세계 어느 나라의 헌법보다 민주주의를 강조한 문장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일찍부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민주국'이자 '공화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는데, 학자에 따라서는 이 개념이 중복이라고 보는 경향도 있지만, 헌법 제1조에 담긴 가치는 군사정권에서 시민들의 투쟁과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시민의 민주주의 행동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토지는 '지주주의'와 '지공주의'로 크게 나뉘는데, 토지는 공동체 전체의 재산이어서 특정한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지공주의'이고, 토지도 다른 재산처럼 개인이 완벽하게 소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지주주의'다. 
과거 고려와 조선에서는 개인의 토지 소유의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가, 점차 왕족, 양반, 관료를 중심으로 토지 소유를 인정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대한제국에서 일본 식민지로 전락하자, 일본은 '지주주의'를 전면적으로 확대했고, 이것이 현재 한국의 '지주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일본은 한국을 영구히 지배하려는 야욕을 갖고 한국의 땅을 미세하게 분할해 일본인에게 판매할 목적을 갖고 토지조사사업을 벌였으며, 이 시기에 많은 한국인이 자기 땅을 빼앗겼다. 해방이 되고 일시적으로 농지개혁을 통해 농민에게 땅을 돌려주는 일이 있었으나, 박정희 정권 이후 부동산 개발을 통해 토지는 철저히 사유화된다.
토지 공개념을 도입하려는 정부 - 노무현, 문재인 정부 - 는 기득권과 부동산 욕망으로 가득한 개인들의 저항을 받게 되고, 보편적 토지공개념의 도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은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모범이 되는 나라다. 그것은 한국의 근현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한국의 국민은 지배계급, 지배권력에 맞서 자기의 권리와 민주주의의 확보를 위해 피와 눈물, 땀을 흘리며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민주주의 국가로 널리 알려진 것도 17세기에 있었던 '프랑스 혁명'의 영향이 매우 컸다. 하지만 프랑스는 제국으로 수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 착취한 범죄를 저지른 나라다. 반면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으나 3.1만세운동을 비롯해 무장 독립투쟁을 끈질기게 이어왔으며, 해방 이후 친일파, 매국노들이 권력을 잡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도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고 싸웠다. 4.19혁명, 박정희 군사정권에서 민주화 투쟁, 전두환의 군부쿠데타에 맞선 광주민주항쟁, 1987년, 1988년 노동자와 국민 대투쟁,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시킨 1600만 명의 촛불시위 등 한국 현대사는 민주주의 투쟁의 역사였다.
한국현대사에서 정당 정치는 민주주의 발전의 변화를 확인하는 아이콘이다. 한국에서는 정부를 수립한 이후 다당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독재정권에서 정당은 권력의 직접 조종을 받는 괴뢰집단인 경우가 많았고, 권력자의 의지와 의도를 실현하는 도구에 불과한 집단이었다. 특히 박정희가 만든 공화당은 박정희 정권의 지속, 독재 권력의 유지를 위한 도구였으며, 공화당 이후 전두환이 이름을 바꾼 민정당 이래 공화당의 정치 이념을 이어받은 정당은 수구 기득권 집단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수구 집단의 정당이 주류였던 사회에서 다양한 정당이 등장하는 사회로 발전한 것이 곧 민주주의의 확대가 이루어지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영향을 받아 '양당제'를 기본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2000년 이후 거대 양당 이외에도 소수 정당이 다양한 형태로 출현하기 시작했다. 현재 녹색당, 노동당, 민중당, 사회당 등 자본주의 질서에 반대하는 정당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증명하는 것이며, 이는 시민의 민주주의 활동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것을 뜻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성착취가 지난 100년 동안 어떤 변화를 보였는지 개략하는 내용은 민주주의 학습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도 성차별, 성불평등은 마치 터부처럼 여겨졌다. 우리는 일본이 저지른 전쟁 성노예(위안부) 범죄를 강력하게 규탄하면서도 지난 100년 한국 남성이 여성에게 저지른 구조적, 제도적 성범죄, 성착취에 관해서는 짐짓 모른 체하며 살아왔다. 
여성의 인권과 권리가 확장된 것은 민주주의가 확대되어가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여성의 피눈물과 여성의 권리는 물론 보편적 인권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성폭력, 성착취가 문제되는 것은 한국사회가 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남성들은 태생적 우월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권리는 그들 스스로 지킬 만큼의 힘(사회적 권력)이 부족했고, 권력을 가진 남성들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는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여성을 억압했다. '미투' 운동은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여성의 성폭력 피해를 스스로 밝힘으로써, 피해자가 비난당하는 이중의 차별과 폭력에서 벗어나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의 법적, 윤리적, 도덕적 책임을 묻는 능동적 행동을 시작했다. 
학생운동은 1919년 3.1만세운동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이후 한국 민주주의 운동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박정희 군사정권 시기부터 반독재 민주주의 투쟁의 산실로, 민주주의 투쟁과 함께 노동운동,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새로운 이념의 도입과 전개의 마당으로 학생운동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학교에서 민주주의 운동의 역사를 배우지 못한 학생이나, 30대 이하의 청년들은 이 책에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꽤 많이 발견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사회과학 서적이나 정치경제학 같은 책을 즐겨 읽지 않는 시대여서 이런 주제가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은 상당히 쉽게 씌여졌고, 교양으로 읽기에 적당한 수준이라 특히 청년이 읽기를 권한다.


서문: 한국 민주주의 100년, 가치와 문화의 변화_김동춘
1부한국민주주의의 가치와 지향
1장 자유 대 자유, 저항과 반동의 역사를 넘어서 _문지영
2장 평등과 균등의 길항, 또는 연대 _이나미
3장 헌법 제1조의 기원과 변화로 본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 _정상호
4장 한국의 토지소유 이데올로기는 어떻게 변천해 왔을까?: 지주주의와 지공주의의 갈등과 대립을 중심으로 _전강수

2부 민주주의 문화에 대한 성찰
5장 한국 저항문화의 전통과 변화: 3·1운동에서 촛불집회까지, 1919~2019 _신진욱
6장 한국 정치 100년, 정당조직문화의 변화 _서복경
7장 미투 100년, 성폭력을 넘어 민주주의로 가는 길 _김아람
8장 이념서클을 통해서 본 학생운동 조직문화의 변화 _김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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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축의 전환 -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거대한 물결
마우로 기옌 지음, 우진하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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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축의 전환

불과 10년 사이에 일어날 변화를 예측한 책이다. 저자 마우로 기예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이 앞으로 10년 사이에 벌어지는 극적인 변화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되는 나라라고 말한다. 우리로서는 기분 좋은 전망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문화 컨텐츠 - K팝, 영화, 드라마 - 로 인지도가 높은 나라이며, 삼성 스마트폰, 엘지의 백색 가전으로도 세계 최고 입지를 굳히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더 신경 써야 할 것을 말했는데, 1) 노년층의 시간제 일자리 확보를 위한 정책 개발, 2) 여성의 창의력을 적극 활용하는 정책, 3) 세계화, 국제 무역, 이민을 받아들이는 정책 등 세 가지를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실행한다면, 한국의 입지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했고, 각 장은 앞으로 변하게 될 사회 변화에서 핵심이 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제목의 특징만 보면, 1) 여성과 출산, 2) 노인 세대의 활약, 3) 새로운 중산층의 탄생, 4) 더 강하고 부유한 여성, 5) 도시의 기능과 역할, 6) 과학기술의 발달로 바뀌는 세상, 7) 소유보다는 공유 경제, 8) 암호 화폐의 미래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성과 출산의 문제는, 현재 세계 인구가 80억 명에 가깝게 꾸준히 늘어났지만, 앞으로 인구는 줄어들고 출산율은 낮아진다.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은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뿐이며, 그 외 모든 지역에서는 인구가 꾸준히 줄어들게 된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 여성의 사회, 경제 활동이 활발하게 되는 것과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일자리, 임금 수준, 주거 문제, 물가인상률 등 사회적 압력이 클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선진국, 중진국에서는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이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과거 미국에서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그 이민자들이 여러 분야에서 나라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례를 들고 있다.

노인 세대가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되는 시기를 2030년대로 보고 있는데, 그때가 되면 세계 인구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35억 명이 되며, 이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이 60세 이상 노인 세대는 다른 세대들과 비교해서 최대 23배 이상 재산이 많은 부자 세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실버 세대가 주류가 되는 사회에서는 제품, 서비스도 달라지며 실버 세대를 위한 건강 및 가사 관리 서비스 산업,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오락 산업, 삶의 질을 높여주는 산업이 발달하게 된다.
노인을 위한 도우미 로봇 산업, 인공지능 분야가 발달하고, 금융과 자산관리 서비스도 활발해 진다. 무엇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의료 기술의 발달로 건강한 노인이 많아지면서 여가 시간을 적당한 수준의 노동으로 일하기 바라는 노인이 늘어나 '노인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사회적 과제가 된다.

중산층 기준은 각 나라의 경제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연간 1만5천 달러에서 15만 달러 사이의 수입이 있는 가정을 중산층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미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에서 이런 중산층이 가장 두터웠으나, 이미 아시아의 한국, 중국, 인도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이런 수준에 도달했으며, 중산층의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이미 선진국인 유럽과 미국의 중산층을 '기존 중산층'이라고 한다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 경제적 부의 확대로 나타나는 '신흥 중산층'은 과거의 중산층과 다른 소비 성향을 보인다. 이들은 '기존 중산층'에 비해 나이가 젊고, 인구가 많으며, 새로운 문물에 적극적 태도를 보인다. 반면 '기존 중산층'에 속한 사람들은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밀리거나 경제가 쇠퇴하면서 중산층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기본소득'이라는 경제, 복지정책의 도입을 검토하게 된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지만, 2030년이 된다고 해도 현재의 상황 - 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 사회, 여성 차별 사회 - 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다. 여성이 주체적 삶을 선택할수록 비혼이 늘어나며, 출산율은 낮아지고, 인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는데, 이것은 여성이 여전히 사회에서 억압과 피해를 당하는 입장임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남녀의 전통적 사회적 관계가 변하고, 능력 있는 여성이 가정과 사회에서 주도권을 갖게 되는 비중은 늘어나며, 여성 전체의 재화도 꾸준히 증가한다. 여성의 경제 활동은 산업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여성 위주의 상품, 서비스가 발달하게 된다.

도시 지역은 지구 전체의 토지에서 1%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55%가 모여 사는 밀집 지역이다. 도시는 전세계 에너지 생산량의 75%를 소비하는 지역이며 탄소 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80%를 차지해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지역이다. 도시 지역의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서 2017년에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도시가 29곳이었다면 2030년이 되면 43곳으로 늘어나고 그 가운데 14곳은 인구가 2천만 명이 넘게 된다.
도시는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도시에 사는 전세계 1%의 부유층이 모든 부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도시 인구의 30%는 빈곤층으로 살아가고 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수 많은 문제들 - 환경오염, 물 부족, 탄소 가스 배출, 쓰레기 배출, 빈부 격차 등 - 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과학 기술의 발달을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3D 프린터,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나노 기술, 전자책 등 기술의 발달이 자원을 절약하고, 적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돕기 때문에 예전처럼 대량 소비와 대량 쓰레기를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개인이 소유하던 관념에서 벗어나 함께 쓰는 경제로 변환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원을 절약한다. 공유주택 개념인 에어비앤비, 공유차량 개념의 우버를 비롯해 자산을 공유하는 사업 아이템과 공공 부문에서 공유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공유' 개념이 확산하는 것은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인식되었던 '사적 소유'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핵심이랄 수 있는 '사적 소유'가 자연스럽게 붕괴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사회적 진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공유와 협력이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으로 자리 잡게 되면, 여기에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일자리'와 같은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경제와 복지 정책이 합류하면서 사회는 긍정적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미래의 경제 활동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를 사용하게 되고, 암호 화폐는 기존의 화폐와는 다르게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어 긍정적 효과를 발생한다. 블록 체인 기술은 암호 화폐 뿐 아니라 모든 정부, 공공기관, 기업의 문서에 적용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적 재산권, 무역 거래 등에서 위조를 방지하며, 총기를 규제할 수 있고, 빈곤 퇴치에 도움을 주며, 환경 보호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 
즉,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 블록 체인 기반의 기술이 적용되면서 세계는 디지털 사회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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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런던의 조선 사람 엿보기 - 1904년 러일전쟁 종군기, 제2판
잭 런던 지음, 윤미기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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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런던의 조선사람 엿보기

세계적인 작가 잭 런던이 한국에 왔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사건이다. 잭 런던은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신문사의 의뢰를 받고 종군기자 자격으로 미국에서 일본에 도착한다. 잭 런던이 시모노세키에서 인천(제물포)에 도착한 시기는 1904년 2월 초. 러일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이었다.
이 시기는 한국의 역사에게 가장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1894년 동학혁명이 발발하고, 조선정부는 일본과 청나라에 군대를 요청한다. 자기 나라의 백성을 죽여달라고 외국의 군대를 끌어들인 것이다. 
전봉준을 우두머리로 한 동학혁명군이 전주 백산에서 봉기해 한양을 향해 진격하다 공주 우금치에서 결정적으로 일본군에 패배하고, 혁명의 흐름이 끊기면서 조선은 급격하게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
일본(군)은 청나라 군대를 공격해 패퇴시키고, 현실적으로 조선을 지배하는 상황이 되었으며, 곧바로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기로 결정하고 일본 본토에 있는 군대를 조선으로 이동한다.
일본 군대는 일본에서 배를 통해 인천(제물포)에 도착한 다음, 기차를 타고 한양으로 들어왔다. 한양에 집결한 일본 군대는 걸어서 북쪽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는데, 잭 런던도 일본군이 진행하는 경로를 그대로 따라갔다.

잭 런던은 조선에서 활동하기 위해 통역할 사람을 구했는데, 조선인 통역, 일본인 통역을 각각 구하고, 필요한 물품과 돈을 실어야 하는 말도 몇 필 구입한다. 잭 런던이 한양에서 출발해 평양을 거쳐 의주와 만주까지 다녀오는 동안 겪었던 과정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미국인 잭 런던의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잭 런던의 눈에 비친 조선과 조선사람은 그리 훌륭하지도 않고, 멋진 모습으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과장 없이 담담하게 기술한 그의 표현을 보면, 조선인은 거의 모두 흰옷을 입고 있으며, '왜놈'들보다 체구가 크고 근육이 발달한 건장한 민족이었다. 하지만 진취성이 부족하고 비능률적인 민족이라고 봤는데,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 상황에, 외국의 군대가 침략한 분위기에서 가난하고 선량한 백성들이 겁에 질리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렇게 비쳤을 거라고 보인다.
잭 런던은 일본군이 행군하는 모습, 일본군이 마을에 들어가 숙박하는 장면을 보면서 일본군대가 조용하고,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군인들이라고 묘사했다. 일본군대가 명령에 절대 복종하고,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시기의 일본군대는 체계가 잘 잡혔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군인들도 장기간 행군을 통해 발에 부상이 많이 발생하자 고생하는 군인들을 치료하는 일본 군의관이 '그 정도는 참고 견뎌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병사들의 부상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장면은 뒤에서도 잭 런던이 일본인의 정체성과 본질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잭 런던은 일본인의 속성을 두고 '집단주의', '전체주의'라고 단정했다. 일본인은 '개인'으로 존재하지 않고 집단 속에서만 자기들이 존재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일본이 '천황'이라는 존재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며, '천황'의 명령에 따라 죽음까지도 당연히 받아들이며, 이것이 결국 나중에 일본이 '군국주의', '전체주의'로 나아가게 되는 원인이라는 것을 이때 이미 알아본 것이다.

잭 런던이 본 조선은 가난하고, 사람들은 어리석으며, 비능률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잭 런던이 당시 조선과 조선인에 대해 의도적 편견이 있던 것은 아니고, 눈에 보이는대로 묘사한 것이기에 당시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은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고집하면서 외국과의 교류와 개방을 늦게 하는 바람에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시기가 늦어졌다. 결국 새로운 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일본보다 조선의 개혁, 개발이 늦어지면서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인데, 이는 일본의 침략 야욕과 함께 당시 조선의 정책과 정치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잭 런던은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에 방문했고, 조선 사람들의 괴로운 모습을 보았다. 결국 1910년, 조선은 일본에게 나라를 뺐겼고, 식민지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으며 해방이 될 때까지 36년을 노예로 전락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불과 50년만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잭 런던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한국인의 저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면서 크게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도 놀랄 만큼, 우리는 커다란 희생을 치르고 일어섰다. 잭 런던이 1904년의 몇 달을 기록한 이 책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과거의 아픔을 잊지 말고, 자만하지 않도록 하는 기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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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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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장편소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 곧바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빠른 전개와 속도감 있는 문장, 심리 스릴러의 긴장이 팽팽하게 느껴진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주인공의 눈에 비치는 가족과 이웃의 모습이 재해석되고 있다.
작가는 시작하면서 독자를 향해 묵직하게 한방을 날린다. 겨우 열두 살인 주인공 앙투안이 여섯 살이던 옆집의 꼬마, 귀엽고 자기를 잘 따르던 착한 꼬마 레미를 살해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주인공이 아이를 살해한 것을 보면 싸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앙투안이 레미를 살해한 이유를 억지로 들어 변명하자면, 레미의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 윌리스는 앙투안을 매우 잘 따랐다. 앙투안이 혼자 숲속에서 오두막을 짓거나 혼자 시간을 보낼 때, 윌리스는 친구처럼 가깝게 앙투안 옆을 지켜주었고, 외로운 앙투안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준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그런 윌리스가 우연히 교통사로를 당해 다쳤고, 윌리스의 주인이자 레미의 아버지인 데스메트는 고통으로 죽어가는 윌리스를 위해 총을 쏴서 절명시킨다. 그리고 마당 한쪽에 포대에 넣어둔다. 이 장면을 지켜본 앙투안은 말할 수 없는 슬픔으로 괴로워한다. 그러던 순간에 숲속으로 레미가 찾아왔고, 앙투안은 슬픔과 분노로 발작을 일으켜 레미에게 그의 아버지 데스메트를 투사해 죽이게 된 것이다. 물론 이건 변명이고 합리화다.

한순간의 발작으로 좋아하는 레미를 죽인 앙투안은 자기가 저지른 짓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가 깨닫는다. 그는 레미의 주검을 은폐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엄마에게 거짓말한다. 그날 오후부터 레미의 부모는 아이가 실종되었다고 경찰에 신고하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을 근처를 수색한다.
레미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앙투안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레미의 부모, 경찰이 앙투안에게 레미의 행방을 묻지만, 앙투안은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이 곧 들통나 자기는 감옥에 갈 거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레미가 실종되고 이틀 뒤부터 마을에는 어마어마한 태풍과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마을은 쑥대밭이 된다. 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레미의 실종이 안타깝지만, 수색에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레미의 실종 사건은 시간 속으로 묻힌다.
앙투안이 레미를 죽인 후, 몇 번이고 자백할 마음을 먹고, 심지어 자살할 생각까지 했으며, 끊임 없이 스스로 자책하고, 벌을 받게 될 것을 상상하면서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 앙투안은 싸이코패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고등학교를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진학하며서 마을을 떠난다. 단 한 순간도 마을에 있고 싶지 않았고, 마을을 떠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맹세까지 했다.
하지만, 앙투안의 맹세는 깨진다. 마을을 떠나고 12년이 지난 뒤, 앙투안은 다시 집을 찾는다. 마을 주민인 르메르시에 씨의 60회 생일 파티였는데, 그는 앙투안의 엄마를 고용한 사람이기도 했다. 앙투안은 여자친구가 있고, 지금은 인턴으로 의사가 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었다. 12년만에 돌아온 마을은 이미 많은 것이 변했다. 이웃이던 레미의 가족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고, 레미의 아버지는 뇌출혈로 사망했다.
앙투안은 엄마의 부탁으로 하루 마을을 찾았는데, 이날 저녁에 우연히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에밀리를 만나 갑작스럽운 섹스를 한다. 그리고 12년 전, 앙투안이 레미를 살해했던 그 숲이 재개발된다는 뉴스를 본다. 앙투안은 숲이 재개발되면 레미의 시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다시 범인을 찾는 수사가 시작되면 자기가 체포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다시 마을을 떠나 여자친구가 있는 집으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지만, 몇 달이 지나 갑자기 에밀리가 찾아와 앙투안에게 임신했다고 말하고, 앙투안은 에밀리에게 낙태를 하라고 애원하지만, 에밀리의 아버지는 유전자 검사를 해서라도 아이의 아버지를 찾아낼 거라고 소리친다.
그때, 레미가 묻혀 있는 숲속에서 아이의 형해를 발견하고, 아이의 것이 아닌 머리카락을 발견했으며, 그 머리카락의 유전자를 검사하면 범인을 찾아낼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앙투안은 유전자 검사의 덫에 걸리고, 에밀리와 결혼하기로 결정한다.

앙투안은 마을을 영원히 떠나고 싶었으나, 오히려 영원히 마을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그는 에밀리와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으며, 마을 의사가 되어 마을 주민을 진료하고 있었다. 에밀리는 앙투안과 그랬던 것처럼, 아무 남자하고 불꽃같은 섹스를 하면서 살았고, 아이의 아버지가 앙투안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앙투안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며칠 동안 식물인간이 되었을 때, 무의식 상태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던 그녀가 몇 사람의 이름을 불렀는데, '앙드레'라는 이름을 앙투안은 모르고 있었다. 그가 마을 병원에서 진료를 보다 '안드레이 코발스키' 씨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그가 '앙드레'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코발스키 씨는 곧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다고 말하며, 앙투안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앙투안은 열두 살 때, 발작을 일으켜 레미를 살해했던 그 당시, 도로를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자동차가 코발스키 씨의 차라는 걸 떠올렸고, 엄마가 코마 상태에서 '앙드레'를 애타게 불렀던 것을 결합하면서, 진실을 알게 된다.
마지막 장면은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다. 앙투안은 한순간의 실수로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그의 삶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앙투안은 17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그것도 아주 우연한 계기로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다. 자기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사람이 누구인지, 누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고통과 슬픔 속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 가득한 인생의 쓴맛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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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파친코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애플TV'에서 이 소설을 드라마로 만들겠다고 2018년에 발표했고, 지금 촬영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소설이 미국에서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30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판되었고,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소설이 미국의 주류 문학계에서 주목받는 현상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인은 미국에서 소수민족이며, 그리 주목받지 못한 대상으로 100년을 살았다. 한국인의 미국 이민과 일본 거주는 20세기 초반의 비극적 역사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의 기원이 있다. 1910년, 일본의 강제병합 이후 조선인의 삶은 고통과 울분, 비통의 연속이었다. 
비참한 삶에서 벗어나려던 조선인들은 가까운 일본으로 건너가거나 하와이, 쿠바, 멕시코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가는 배를 타고 고향을 떠났다. 이렇게 떠난 조선인은 인종차별과 하층 노동자로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한국인에게 근현대사의 시작은 비극이었다. 동학혁명이 일본군의 폭력에 무너지면서 민중의 삶은 짓밟히기 시작했고, 그것은 조선왕조에서의 삶과는 비교할 수 없이 참혹한 것이었다. 이 소설에서는 당시 조선의 근현대사 배경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부산의 영도 바닷가에 살던 이름 없는 가난한 어부 부부에게 온전치 못한 몸을 지닌 아들 '훈'이 있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더 가난한 집안의 막내딸 양진이 부부로 맺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훈'이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몸은 튼튼했고, 듬직하고 다정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너무 가난해서 입 하나를 덜기 위해 시집 온 양진은 시부모와 함께 힘든 시간을 지내지만, 그럼에도 행복한 삶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선자가 태어나고, 선자는 튼튼하고 야무진 여성으로 성장한다.

이 작품은 4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세대는 드라마틱하게 다른 삶을 살지만 등장인물들이 일본에 정착하면서 살게 된 삶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재일조선인', 일본사회에서의 소수자로 당하는 차별, 멸시의 구조다. 주인공들이 일본에서 자기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일본의 '재일조선인' 정책과 조선인을 차별하는 사회적 공모가 강하게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재일조선인'의 구성은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가난한 조국 조선을 자발적이든, 강제로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디아스포라적 삶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은 '실존적'이든 '이념적'이든 '경계인의 삶'으로 존재하고 있다. 역사 속의 집단이자 개인으로 디아스포라이면서 경계적 존재로 사는 사람들은 유대인과 재일조선인이 공통점을 갖는다. 유럽에는 '집시'도 있으나 그들은 단일한 민족 정체성을 갖지 못한 집단 유랑민이라는 점에서 유대인과는 또 다르다.

작품 제목인 '파친코'는 '재일조선인'을 상징하는 단어다. 이는 마치 유대인을 상징하는 단어로 '고리대금업자'를 떠올리는 것과 같다. 두 경우 모두 그 집단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직업이 아니며, 사회에서 천대와 멸시를 받는 존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작품의 제목인 '파친코'와 작품의 등장인물에서 여성의 삶은 서로 만나는 지점이 없다. 즉, 이 작품은 여성의 서사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제목은 '재일조선인' 가운데서도 남성이 운영하는 '파친코'로 되어 있어 제목과 내용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이것을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상징성에 무게를 두었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여성 서사를 다루고 있다. 작가가 여성이어서 여성의 삶에 보다 공감과 깊이를 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여성은 남성에 비해 사회적 약자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삶은 물론, 가족의 삶을 구원하는 구원자적 존재로 등장한다. 여성은 늘 남성의 그늘, 발 아래, 뒤치닥꺼리, 조력자, 보조자 등으로 존재하지만, 길게 보면 남성을 품고, 기르고, 키우고, 성장시키는 구원자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품에서도 양진은 가난한 집 막내딸로 굶주리는 삶을 살다, 나이가 많고, 몸도 성치 않은 어부의 아들 '김훈'의 아내가 된다. 다행히 김훈은 장애가 있지만,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이어서 양진은 가난 속에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딸인 선자는 아버지가 병으로 죽자 엄마와 두 사람의 일하는 여성과 함께 하숙을 치면서 성장한다.
선자가 고한수를 만나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평양에서 온 백이삭 목사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하고 정식으로 백이삭의 아내가 되어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면서, '재일조선인' 1세대의 삶이 시작된다. 백이삭의 형 백요셉은 이미 그의 아내 이경희와 함께 일본에서 정착했고, 이경희는 선자를 동생처럼 여기며 끈끈한 연대와 우정을 쌓아간다. 
고한수는 조선인이지만 일본인 아내와 결혼하고 세 딸을 두었고, 그의 장인은 야쿠자 두목이었던 것이 나중에 드러난다. 고한수 역시 장인의 야쿠자 조직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그는 평생 야쿠자로 살면서 돈과 권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선자의 남편 백이삭은 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 신사참배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고, 2년의 옥살이 끝에 결국 숨을 거둔다. 백요셉 역시 미군의 폭격에 화상을 입고 고생하다 죽는데, 남성들이 이렇게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도 '재일조선인'의 비극이라는 것을 작가는 드라마틱한 사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남성(남편)의 부재로 곤란한 생계를 꾸리는 건 여성들이다. 경희와 선자는 김치 파는 행상을 시작으로 집안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김치는 맛있다는 소문이 나고, 김창호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이들의 김치를 전부 구입하겠다며 두 사람을 식당 주방에서 직접 김치를 담그게 한다. 시간이 지나서 김창호의 뒤에 고한수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설령 일찍 알았다 해도 경희와 선자는 그 주문을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희와 선자에게는 아들 노아와 모자수가 있었다. 두 아이를 건강하고 떳떳하게 키우는 것이 삶의 전부이자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두 사람은,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움도, 고통도, 굴욕도 참을 수 있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아버지의 부재로 성장하는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는 평생 힘겹게 일하는 엄마와 큰엄마를 보면서 엇나갈 수 없었다. 아버지의 부재는 곧 조국의 부재이기도 하다. 나라를 잃은 민족, 조국을 떠나 낯선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디아스포라의 존재인 이들 '재일조선인'은 끊임 없이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아버지' 고한수는 노아에게 고통의 근원이다. 이미 아내와 딸이 있는 그는 어린 선자를 좋아하고, 임신시켜 선자의 인생을 망친다. 그렇게 태어난 노아는 아버지의 존재 자체가 불행이며,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 백이삭이 죽은 이후, 존재할 수 없는 아버지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그 아버지가 사회에서 가장 비난받는 야쿠자라는 이유로, 자기의 삶을 방기한다.
이삭의 비극은 '재일조선인'이기 때문에 발생한 필연적 결과일까, 아니면 야쿠자를 부모로 둔 자식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절망과 자포자기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걸까. 이삭의 자살은 '재일조선인'이 일본에서 뿌리내리는 것이 얼마나 절망적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노아는 자신의 실존적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데, 그의 삶도 모순적이긴 마찬가지다. 그가 자기의 정체를 숨기고 파친코 가게에 취업해 많은 돈을 벌면서 '아버지' 고한수가 보내준 학비를 다 갚고, 어머니에게도 많은 돈을 보낸 이후에도 그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여럿 낳아 기르면서 평범한 중산층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었다고 삶을 스스로 끝내는 것은,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는 애초에 결혼할 마음도 없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 이삭은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말한다. 그건 분명하다. 아내와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 극단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한다 해도, 이삭의 결정을 존중할 수는 있지 않을까.

모자수는 우연하게 파친코 업계에 발을 들여 놓지만, 이 역시 그의 존재가 '재일조선인'이라는 점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일본 사회에서 주류에 속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일본의 주류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사회에서 강하게 밀려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럴 때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위험하거나 더럽거나 불법한 일일 수밖에 없다.
모자수를 파친코로 끌어들인 사람 역시 재일조선인 고로 씨였다. 성실하고 머리가 뛰어난 모자수는 빠르게 일을 배우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을 하면서 빠르게 성장한다. 그는 고로 씨의 도움으로 파친코를 직접 경영할 뿐 아니라 가게도 늘리면서 막대한 돈을 벌기 시작한다.
모자수의 아내 유미는 모자수의 단골 양복점에서 일하던 미싱공이었으나 늘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가는 걸 꿈꾸던 여성이었다. 모자수와 결혼해 아들 솔로몬을 낳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데, 이런 크고작은 비극이 재일조선인 사회에서 끊임없이 일어난다.
솔로몬은 부자 아버지인 모자수 덕으로 어려서부터 국제유치원에 다니며 영어를 배우고,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 일본으로 돌아왔지만, 일본인 상사에게 이용당하고 해고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으면서, 솔로몬은 아버지가 하는 파친코 업계에서 일을 하겠다고 자청한다.

'재일조선인' 4세대인 솔로몬이라면 자기가 원하는 삶을 충분히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버지가 파친코로 돈을 벌어 아무런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고, 원한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솔로몬의 위치였다.
하지만 솔로몬은 일본에 눌러 앉는다. 솔로몬은 할머니와 엄마, 아버지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봤고, 자신 역시 '재일조선인'으로 3년 마다 지문을 등록해야 하는 차별을 당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경제적으로 성공한 '재일조선인'이라 해도, 일본 사회에서 늘 변두리, 울타리 너머에 존재하는 이방인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외국에서 공부하고, 부모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삶을 살아온 솔로몬 같은 청년 세대가 '재일조선인'으로 일본 사회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결심은, 차별과 멸시의 땅, 고통과 비난이 발목을 잡는 일본 사회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재일조선인'은 불행한 역사를 만든 일본이 상상하지 못한 존재였지만, 일본 내부의 모순을 뚫고 성장하는 기형적 존재이면서, 한편으로 일본인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재일조선인'은 일본의 과거 침략과 범죄 역사의 살아 있는 증거이자 증인이며, 조선인의 의지와 투지를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존재 그 자체다.
'재일조선인'의 존재는 일본의 내부적 모순을 드러내는 한편, 모순을 첨단, 극대화하는 존재로 작동한다. 일본은 '재일조선인'의 존재를 부정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으며, 이들의 존재만으로도 일본의 과거 전쟁범죄는 사라지지 않고 유효하며, '재일조선인'을 차별하는 구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일본인의 저열함, 야비함, 악랄함을 증명하기 때문에, '재일조선인'은 일본 양심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작동하고 있다.

작품에서 '재일조선인' 인물들 가운데 기독교와 관련한 내용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 작품에서 백이삭과 선자가 만나는 대목은 어색하지 않다. 백이삭은 평양의 부잣집 둘째 아들로, 목사가 되어 일본에 있는 교회로 목회를 하러 가는 중이었다. 일본에는 이미 그의 형 백요셉이 아내와 함께 정착했고, 이삭을 불러들인 것이다. 
백요셉이 일본으로 가는 과정에서 선자의 부모가 하는 하숙집에 머물렀던 인연이 있었고, 요셉은 그 하숙집을 소개한 것이다. 그렇게 이삭과 선자가 만나는데, 선자는 이미 임신을 했고, 아버지인 고한수가 유부남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선자는 고한수와 결별한다. 선자는 이삭의 헌신에 감동하고, 진심으로 이삭을 사랑하지만, 이삭은 일본 경찰에 잡혀 고문당하고 일찍 사망한다.
이삭의 아들은 노아, 모자수이고, 모자수의 아들은 솔로몬이다. 일본은 기독교가 극히 미미한 존재인데, '재일조선인'으로 조선사람의 흔한 이름이 아닌, 성경에 나오는 이름을 차용한 것은 작가의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백이삭과 백요셉이 평양에서 온 기독교인이라는 점은, 미국과 깊은 관련이 있다. 
평양은 미국 개신교 선교회가 가장 먼저 자리 잡은 곳으로, 당시 조선에서 기독교가 처음 뿌리를 내린 곳이기도 하다. 개신교 선교사들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학교를 세우고, 조선사람을 교육시켰다. 교육과 목회는 서로 떨어지지 않았고, 공부를 잘 하는 조선인은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 공부하도록 돕기도 했다.
따라서 조선의 근대화에 미국 개신교는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으며, 재미교포 작가인 이민진 작가는 작품 취재를 통해 '재일조선인'으로 살고 있는 사람 가운데 이 시기 평양의 개신교도를 취재했거나 자료를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읽으면서 독특한 문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가 재미교포로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가서 성장한 사람이고, 영어를 모국어로 쓰기 때문에, 한글 문장과는 사뭇 다른 영어 문장으로 작품을 썼고, 그것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면서 한국소설을 읽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내용은 분명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한국인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문장은 한국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구조로 짜여 있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의식구조는 이미 '미국인'으로 확고히 정립되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 그가 모국인 한국과 한국의 역사, 한국인의 고난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는 건 퍽 높게 평가하면서, 이민진 작가의 영어 소설이 한국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세계 문학의 보편성을 획득하기에 필요한 문장구조가 서양(미국)식으로 짜여지고 있는 것은 흥미를 갖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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