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를 위하여 - 새롭게 읽는 공산당 선언
황광우.장석준 지음 / 실천문학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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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를 위하여

흠…이 책을 말하기 전에 먼저 ‘레드 컴플렉스’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우리나라의 정체성-그게 정확히 있는 지도 모르지만-은 조선이 망하고 나서 식민지-해방-좌우익의 충돌-분단-전쟁-냉전-자유당 독재(이승만)-군사쿠데타1차(박정희)-군사쿠데타2차(전두환)-유사군부독재(노태우)-민간정부1차(김영삼)-민간정부2차(김대중)-민간정부3차(노무현)의 순서로 정치형태가 바뀌어 왔습니다.

50년의 긴 시간동안 식민지 시대부터 기득권을 행사했던 친일파들이 전혀 청산되지 않은 채, 오히려 기득권이 강화되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반공을 ‘국체’로 한-한심하죠-파시즘 체제가 이어진 것입니다. 이런 국가체제에서 ‘공산주의’를 말한다는 것은 학문적인 목적이건 단순히 호기심이건 무조건 ‘반공법 위반’으로 심각한 고통을 받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사상을 통제하려는 이런 야만적인 법이 지금도 존재하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레즈를 위하여]라는 책은, 이를테면 해설서입니다. 맑스와 엥겔스가 쓴 [공산당 선언]의 영문판을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우리나라의 현실을 설명한 내용입니다.

서양에서는 맑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은 세계 100대 명저에 반드시 들어가는 인정받는 서적입니다.

그 내용이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주장하고, 자본주의의 파멸을 예고하는 것이지만, 학문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이만한 명저가 없기 때문에 부르주아 정권(국가)에서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국가보안법이 예전처럼 악랄하지는 않다해도 여전히 사람들의 사상을 제약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이렇게 책으로 나온 것만도 민주화가 많이 진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책은 딱딱한 책이 아닙니다. 아주 재미있게 써서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특히 주3일 노동에 관한 대목이 기억에 남는군요. 이 책의 지은이와 관계없이 저도 주3일 노동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곤 했거든요.

주5일도 힘들게 시작하고, 그나마도 야근, 철야작업으로 시간외 노동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주4일-프랑스-도 아니고 주3일이라니.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생각을 할까 하시는 분도 있겠습니다만,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하루 8시간 노동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피의 대가였다는 사실을 아신다면…

우리의 노동이 고통과 소외가 아니라, 창조와 자기 실현의 과정으로 변할 수 있다면, 인간의 본질에 더욱 다가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진보적인 시각이 왜 중요하며 왜 바람직한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겠죠.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현재의 체제를 겨우 유지하려고 하고, 기회만 되면 더욱 열악한 조건-기득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좋은 조건-으로 퇴행하려고 노력하죠.

인간답게 산다는 것, 물질보다 정신적인 풍요로움으로 인간을 평가할 수 있는 사회, 일을 하면서 자신이 소외되고 있다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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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농민전쟁 1 - 제1부 계명산천은 밝아 오느냐 - 양장본
박태원 지음 / 깊은샘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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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의 갑오농민전쟁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박태원의 갑오농민전쟁은 한국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뛰어난 수작이자 숨겨진 보물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이태준, 김기림, 이상, 김유정 등과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한국문학 초기의 작가이자 모더니스트였던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해방과 전쟁 이후 그가 북쪽으로 올라가서 [갑오농민전쟁]과 같은 훌륭한 작품을 남겼다는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글의 말과 글을 맛깔나게 쓰는 몇 안 돼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의 작품은 일단 재미 있습니다.

대개, 30년대 작가들의 글이 매력적이고 맛이 있는 이유는, 그때까지의 언어가 자연스럽게 역사 속에서 이어져왔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식민지 환경에서 일본말과 글을 써야하는 제약때문에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발전시키지는 못했겠지만 언어가 인위적으로 단절되지 않은, 즉 조선 언어의 마지막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언어를 몸에 익힌 작가들이 소설을 썼기 때문에 그 글과 말이 맛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언어는 너무 딱딱하고 인위적이며 건조하고 삭막합니다. 말과 글이 맛이 없고, 별로 아름답지도 않고, 사용하는 어휘도 풍부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벽초의 [임꺽정]이나 박태원의 [갑오농민전쟁], 그리고 30년대 작가들의 작품-김유정도 으뜸이죠-을 많이 읽으면 우리 말이 얼마나 재미있고 아름다운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답니다.

책읽는 재미가 다시 붙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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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세트 - 전10권 - 개정판 홍명희의 임꺽정 1
홍명희 지음, 박재동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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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판을 시작하면서, 처음에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나 작가 가운데 한 분이 바로 벽초 홍명희였습니다.

홍명희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라면 할 말이 많습니다만, 이제는 남한에서도 해금이 되었고, 그 작품이 모두 출판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90년까지만해도 출판금지가 되어 있어서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컷지요.

북한에서 부수상까지 지낸 분이니 남쪽의 정권이나 극우들이 보기에는 이만저만한 ‘빨갱이’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홍벽초가 쓴 대하소설 [임꺽정]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견을 내놓지 못할 만큼, 그야말로 ’5천년 역사 속에서 한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문학’이 무엇인가라고 한다면 서슴없이 [임꺽정]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임꺽정]이 대체 왜 그렇게 위대할까? [임꺽정]을 쓴 홍벽초 그 자신부터 당대에 이미 ‘조선의 천재’라는 찬사를 받은 분입니다.

조선의 천재는 홍벽초, 육당 최남선, 이광수로 당시에 ‘조선의 3대 천재’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이광수가 천재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홍벽초와 최육당이 천재라고 한다면 그건 인정합니다만.

어쨌거나 그런 홍벽초가 틈틈이 집필을 한 것이 [임꺽정]입니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정본으로 10권짜리가 나왔죠. 저는 초판본 9권짜리와 새로 나온 10권짜리 2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국지가 중국 역사의 대하소설이라면 [임꺽정]은 조선 민중의 삶을 살아 있는 것처럼 그린 풍속화이자 민중의 성장하는 투쟁 기록입니다.^^(단어가 갑자기 이상해지네…ㅋㅋ) 단 한 줄의 외래어나 외국어가 없는, 순수한 우리말의 전형이며 가장 아름답고 멋있는 우리말로 기록된 문학이라는 점에서 [임꺽정]은 ‘우리 문학의 최고’라는 찬사와 영예를 앞으로도 계속 받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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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평전
윌리엄 J. 듀이커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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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호치민 평전]을 다 읽었습니다. 무려 4개월이 넘게 걸렸습니다. 게으름 때문이긴 하지만, 1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어서 진도가 더디게 나갔습니다.

이 평전을 쓴 사람은 베트남의 적이었던 미국인입니다. 그것도 베트남의 미국대사관에서 일하던 사람이었죠. 그는 베트남이 미국을 상대로 조금도 굴하지 않고 싸우는 원인이 무엇일까 찾다가 베트남의 영웅 호치민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그후 거의 평새을 바쳐서 호치민과 관련된 자료를 찾았고, 그 결과물이 [호치민 평전]으로 출판된 것입니다.

이 책은 우선, 방대한 자료와 팩트에 입각한 기술이 돋보입니다. 호치민의 행적을 좇아 프랑스, 미국, 소련, 중국, 싱가폴 등 거의 전세계를 다 돌아다니면서 호치민과 관련된 사실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냉정한 시각으로 베트남 공산당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호치민이 베트남 최초로 공산당 조직을 건설하고 소비에트와 정치적 관계를 지속하는 과정, 호치민이 중국과 소비에트를 오가며 베트남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자세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평전의 덕목이랄수 있는 ‘객관적 시각’에서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미국인의 시각으로 본 것이기 때문에 베트남 공산당 조직과 호치민과 그의 동지들이 독립을 위해 투쟁한 역사를 상당히 많이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해서는 거의 기술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베트남을 침공한 통킹만 사건에 대해서도 왜곡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미국과의 전쟁-에서 베트남인은 군인, 민간이 포함해서 1백만명이 죽었고 약 5백만명이 다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군은 5만 5천명이 죽었습니다. 한국군도 5만명 가까이 죽었죠. 베트남은 소비에트와 중국의 도움을 받아 전쟁을 치를 수 있었고 마침내 조국을 통일했습니다.

호치민은 지금도 베트남 독립과 통일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인물이고, 그의 헌신, 겸손, 검소함 등은 베트남 지도자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지금 도이모이(혁신, 개혁) 과정에 있고, 다른 권력들처럼 부패 현상이 나타나지만, 그래도 상당히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는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베트남에 용병으로 참가한 것에 대한 용서와 사죄를 구하는 행사가 있었고, 이런 행동이 베트남 국민들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주었다고 봅니다. 가해자가 먼저 솔직하게 반성하고 용서를 구할 때, 진정한 화해가 있을 것입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국가를 외세의 침략에서 구하고 독립과 통일을 이룬 호치민은 충분히 존경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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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0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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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움베르토 에코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의외로 오래되었습니다.

대부분 [열린책들]에서 나온 [장미의 이름] 이후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전에

전 외무부장관이었던 이동진 씨가 번역한 [장미의 이름]이 있었고, 기호학자로써 그의 저작 가운데 일부가

국내에 소개되었죠.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에코 교수의 책은 처음에 이윤기 씨가 번역을 한 것 때문에 좀 더 유명세를 탔다고 봅니다.

번역도 역시 수준급이었고, 그래서 문장도 잘 읽혔고요.

저 역시 에코 교수와 첫 만남은 [열린책들]에서 나온 [장미의 이름] 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읽고 나서 내내 충격에 휩싸였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1980년대의 지적 스승이 헤겔, 마르크스를 비롯한 변증법, 사적 유물론이었다면

1990년대의 지적 스승은 움베르토 에코였습니다.

[장미의 이름] 이후 움베르토 에코의 저작은 무조건(!) 구입을 했고 다 읽었습니다.

단, 최근에 나온 [바우돌리노]는 아직 완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도했을 때 느낌이 좀 지루했기 때문에 보류한 상태입니다.

[장미의 이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푸코의 진자]가 역시 백미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의 촌철살인같은 짧은 글들도 아주 좋구요.

움베르토 에코 교수님 같은 분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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