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 - 밀레니엄 프로파일 1
로버트 서비스 지음, 정승현 외 옮김 / 시학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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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레닌에게 정치를 빼면 뭐가 남을까? 그러니까 볼세비키 당과 코민테른을 빼놓고 레닌의 이야기를 하면 레닌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분명 생물학적 결론만이 나올 것이다. 비약이 심하다고 해도 레닌이라는 한 인물의 삶에서 정치는 핵심이며 저변이다. 그런데 레닌에게 인간적 감성을 추가한다면 과연 역사에서 레닌에 대한 평가나 의의가 재정립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회의를 감출 수 없었고 <<레닌>>을 읽으면서 의구심을 해결하고자 했다.

로버트 서비스의 <<레닌>>은 정치적인 동물이었던 레닌에게 인간적 감수성이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길게 인용하겠다.

'우리는 실제로 악렉상드르의 처형에 대해 레닌이 얼마나 많이 분노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리고 확실히 그는 객관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을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냉정했고 또한 분석적인 모습을 지닌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로마노프 왕가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든지 간에 그는 짜르가 지배하는 전체 사회체제에 강력히 대항했다. 그는 귀족과 기업가와 은행가를 혐오했다. 게다가 레닌에게 있어서의 자유주의는 보수주의자나 철저한 반동주의자만큼이나 나쁜 것이었다. 다른 정치 지도자들과는 달리 그는 임시정부를 새로운 체제의 구현이 아닌 낡은 것의 새로운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는 맑스주의 이론에 입각하여 '자본주의 하수인 과 그들의 지지자들을 비난했다. 그는 악렉상드르의 사형이 집행된 후 자신의 가족이 심비르스크에서 어떻게 추방되었는지를 회상했다. 분명 볼코보 공동묘지의 방문이 그의 기억을 일깨웠을 것이다 그에게 용서하고 잊으려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확실히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는 빚을 청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복수를 원했고 살아남은 그의 가족들--당의 다른 사람들도(그리고 일반 대중들도)--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p484

'레닌이 중산계급을 완전하게 제거하는 것을 당의 목표로 삼았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증명할 수 없다. 그러나 부유층과 귀족층, 특권층들에 대한 가혹한 조치에 관한 문제들은 확실히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했고 레닌은 이들을 가혹하게 다루었다. 1887년 레닌의 형인 알렉상드르가 교수형을 당한 후에 구통치 엘리트들에 대한 레닌의 격렬한 원한은 결코 생각의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을 수 없었다.'pp.579~580

레닌의 형, 테러리스트 알렉산드르의 교수형이 레닌의 의식에(그러니까 정치활동과 정책결정)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이야기한다. '임시정부'에 대한 태도와 '부유층과 귀족층, 특권층에 대한 가혹한 조치'가 교수형 당한 형을 위한 복수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교묘히 주입하고 있다. 내 의구심(<<레닌>>이라는 책에 실망할지도 모른다는)은 확실했다. 이중권력에 대한 레닌의 견해는 사라졌고, 왜 노동자계급의 지배가 구통치 엘리트를 억압해야만했는지를 설파한 그의 견해는 희석 되 버렸다. 레닌에게는 형의 죽음이 '결코 생각의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위대성을 높이 평가하는 로버트 서비스의 글이 있다하더라도 가장 정치적인 동물이었던 레닌을 가족사의 복수 극을 멋들어지게 행한 인물로 그려진 것이다.

아직 레닌의 사상이 한국에 온전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전기가 나온 것이 아주 찝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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