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 풀무질신서 8
조지 오웰 지음 / 풀무질 / 1995년 12월
평점 :
품절


작가 조지오웰에게 있어 전환기와 버팀목

한 사람의 개인사는 역사의 큰 줄기에 극히 미약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래서 역사와 개인사를 거시와 미시로 대응하는 것이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사가 역사에 열려있듯이 그리고 역사가 개인사의 집합체이듯이 개인과 역사는 떼어낼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역사적 사건이 한 개인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쳐 전화기를 마련하도록 강제했다면, 이미 개인은 역사의 도상(刀上)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동물농장]과 [1984]의 작가로 유명한 조지 오웰에게 있어 스페인 내전은 그에게 육체적 상흔을 남긴 것뿐만 아니라 그가 자평하듯이 자신의 문학의 지향(민주주의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는)을 보다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카탈로니아 찬가]는 그렇게 조지 오웰의 작품들의 분기점을 이루는 작품임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소설이기보다는 스페인 내전의 다큐멘터리로 보일 수 있는 [카탈로니아 찬가]에는 조지 오웰이 단순히 사실 나열만 하는 것이 아닌 영구에서 행해지는 스페인 내전에 대한 왜곡과 편견에 쌓인 보도 그리고 소련의 외교정책에 종속되어 스페인을 희생시키려는 정치세력들의 작태에 대한 폭로로 가득하다. 그러나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다른 정치적인 소설이 특정한 정치적 이상을 전제한 상태에서 쓰여진 것이라면 [카탈로니아 찬가]는 조지 오웰이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분명히 하는 길 중심에 놓여진 것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조지 오웰의 묘사(전선의 의용군의 모습이나 부르주아지에 해방된 스페인 광경이나 스페인 공산당에 의해 무정부주의자들과 독립노동당이 탄압 받는 사실들 등등)가 작위적이지 않는 또 연출되지 않는 그래서 생생히 살아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소설이 단순히 허구성만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 할 수 있다.

물론 조지 오웰이 영국의 노동당원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여하고 이를 소설로 남긴 것이 작위적인 면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음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조지 오웰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 스페인 내전에 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밝히듯이 기사를 쓰기 위해서 내전에 참여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지 오웰이 살아있을 시기에 주류를 이루었던 파시스트나 친스탈린주의자들에게는 홀대를 당하는 것을 감수해야만했다. 이후 정치와 예술이라는 두 주제의 균형감각을 잘 살린 [동물농장]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은 아마, 친 스탈린주의자들의 홀대를 보다 획기적으로 극복하고자하는 조지 오웰의 창의성의 발휘일 것이다.

[카탈로니아 찬가]를 기점으로 해서 이전의 작품은 순전히 조지 오웰의 작가적 열의가 강했던 작품이라면 그 기점 이후의 작품과 에세이는 작가로써 정치의 장에 종속됨 없이 창발성을 발휘하며 그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즉 이전의 작품은 화살촉이 가리키는 방향이 모호했다면 이후의 작품은 화살촉이 가리키는 대상의 심장에 정조준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식인으로써 살아간다는 것은 시대적 상황과 조건에 따라 굴욕적인 침묵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굴종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조지 오웰은 침묵과 굴종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리고 자신의 예술행위가 폭력적으로 저지되든 교묘하게 저지되든 상관없이 소설이라는 큰 저수지에 진정으로 이 사회의 미래상을 그려냈으며(해방된 스페인에 대한 묘사) 그 미래상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래서 역사의 수레바퀴가 되돌아가는 것을 막고자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조지 오웰의 작품의 전환기로써 [카탈로니아 찬가]를 상정하고 싶다. 이에 추가로 [카탈로니아 찬가]는 조지 오웰의 작품활동과 그밖에 활동에 버팀목이 되어준 작품으로 삼고싶다. 그리고 한국에서 문학을 생산/소비하는 이들에게도 단순히 낭비적인 문학이 아닌 미래를 생산하는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는 책으로 여기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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