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보낸 편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
안토니오 그람시 지음, 린 로너 엮음, 양희정 옮김 / 민음사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그는 영원한 자유인이 되었다.

수인으로 생을 마감해야 한다면 그런 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암담한 현실에 굴종하거나, 교수대의 찬이슬이 될 것 같다는 생각들이 내 뇌리에서 막연하게 앞섰다. 물론 그람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를 읽게된 계기가 한 인간의 개인사를 보면서 보다 분명한 답을 찾고자했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특히 체제에 대항하다 감옥이라는 좁은 구조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보다 진전된 질문을 되뇌게 될 때 스스럼없이 이 책을 읽게된 것 같다. 얄팍한 사색이 범람하는 요즘 세태에 자뭇 진지해 보일 수 있는 내 질문에 그람시는 절제된 그러나 한 인간의 온전한 모습으로 답을 했다.

'진정한 자유는 역사의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이다!'라고.

거주 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한 수인의 몸이었지만, 그람시의 사상은 그리고 행위(비록 서한교환이나 초고로 남겨진 수고들을 집필하는 것이 고작이라고 말 할 수 있지만)는 이탈리아 역사를 관통한 것이었다. 또한 직업 혁명가로 자신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고자한 것이 수인이라는 육체적 속박은 너무도 가벼운 것임을 그람시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듯하다. 때론 육체적 피로와 질병으로 정신의 강박을 아주 간간이 드러내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스스로 풀무질하며 자신의 사상과 의식을 달궈내는 모습은 그의 전일적(全一的)인 그의 세계관을 확증하며 더욱 귀감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또한 감옥에 있더라도 그람시의 의식의 칼날을 더욱 날카롭게 했다는 사실(<옥중수고>, <감옥에서 보낸 편지>를 통해서)이 무솔리니 정권의 책략도 무용지물이었음을 너무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 나라의 현대사에서도 군사정권의 폭력과 억압에 죽어가야만 했던 민주열사들을 이탈리아인 그람시를 통해서 보았다면 착각이다라고 말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람시의 인생역정과 충분히 비견될 수 있는 것임을 생각하였다.

우리는 그를 '진정한 사회주의자', '혁명적 사회주의자', '감옥에서 죽은 사회주의자'라는 그의 신념에 한정된 규정으로 생각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의 일생이 정치영역을 빼놓고는 말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책 <감옥에서 보낸 편지>를 통해서 '진정 자유로웠던 한 인간'으로 재정립될 수 있는 것들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장애인으로 비(非)장애인들과의 차별에서도 자유롭지 않았던가! 누가 그를 자유롭지 못한 수인이었고 장애인이었다고 말 할 수 있겠는가!

문학, 정치, 정신분석, 육아, 등등의 분야들을 넘나드는 그의 관심사와 굴하지 않는 논쟁에서 갇혀있는 자의 위축됨과 패배의식을 절대로 공유할 수 없는 그람시였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에서 나는 더욱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되었다. 자괴감이나 모멸감에 너저분하게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이 얼마나 위대한가. 더욱이 지금도 역사성을 획득할 수 있는 문학 평론관이나 지식인의 역사 등에서 그는 지극히 자유로운 인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그람시를 자유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아니 자유로운 인간이었다고 말해져야만 한다는 것을 우리는 <감옥에서 보낸 편지>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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