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 링고는 동생이 좋아해서 알게 된 작가인데, 뭐랄까- 나와는 '코드'가 맞질 않아서 그리 좋아하진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전에 해적판으로 나왔던 <컴플렉스> 연작을 아선미디어의 정식판으로 보게 되면서 지금까지 만다 링고에 대해서 갖고 있던 편견(쇼타콘 변태작가-_-)이 스스륵 녹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컴플렉스>는 수년에 걸쳐 연재된 연작으로, 주인공 쥰이치와 타츠야는 친한 소꼽친구였으나 초등학교 시절의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하여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몇 번의 갈등을 겪으면서 대학까지 함께 입학하게 된다. 대학 입학과 함께 시작되는 동거 생활에는 몇 번의 위기도 있었지만 이들은 알콩달콩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여기까진 소위 '학원물'로 분류되는 야오이들과 크게 다른 점을 찾긴 어렵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크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둘은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 '선을 봐라'라는 가족들의 압력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타츠야는 직장동료와 결혼해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리고 5년. 타츠야와 쥰이치는 다시 만나 같이 살게 된다. 그리고...그리고...이 작품은 드물게 게이 커플의 전 생애를 다룬다. 초등학교 때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를 오해하고, 또 화해하고 사랑을 하고, 다시 헤어져 지내다 만나서 사랑하고. 2대에 걸쳐 진행되는 이 게이 커플(들)의 이야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평범한 야오이물에서 벗어나, 동성애 커플의 사랑-아니지, 과연 진정한 사랑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생각하는 따뜻한 드라마로 변모한다. 첫 장을 넘겼을 땐 '아 이 작가 또 쇼타콘 변태만화 그렸네'라는 심드렁한 심정이었지만 마지막 권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는 눈물로 앞이 흐려 페이지를 차마 넘길 수가 없었다. 남자면 어떻고 또 아니면 어때. 이렇게 서로 사랑했는데-
그렇다! 나는 이 책이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류의 책처럼 신태용 선수가 친절하게 Kick을 잘 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나...막상 책을 받아보니, Kick을 잘 하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중등학교 교사를 지냈다는 지은이이고, 신태용 선수의 말씀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프리킥의 달인으로 알려진 신태용 선수는 그저 다리를 쭉 뻗거나 공을 차는 등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면서 Kick하는 요령을 보여주는 모델로 활약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나처럼 썩은 마음을 가지고 책을 사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은 정말로 Kick에 대한 여러가지 요령을 익혀 축구를 잘 해보겠다는 이들이 봐야하는 실전서이니 착각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다. 이 책을 지은 지은이는 어느날 밤 산책을 하다 이 책을 써야겠다는 강한 충동에 사로잡혀 'Kick'이라는 제목을 정해 책을 썼다고 하는데, 축구를 논하며 우주심 등을 언급하는 등 왠지 신비한 면이 느껴진다.;;; 또한,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는 함께 일할 프로축구단을 찾는다는 광고가 실려있어 이 책이 지은이의 포트폴리오를 겸하고 있지 않은가란 추측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이 책은 총 10권의 시리즈로 앞으로 드리블, 패스 등의 책이 계속 나온다고 하는데, 앞으로 다른 스타들을 기용해 책을 구성할 건지도 궁금해진다.
아아...전작에 대단히 실망했으면서도 또 이 책을 산 나는 뭘까. 2편을 본 느낌? 그저 그렇다. 1편보다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다. 대체 최경아나 이상은은 왜 끼워넣은 걸까. 대체 이 두 작가는 어떠한 마음으로 이 작품집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야오이라는 장르에 대해선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야오이가 돈이 된다는 착각 속에 빠져서 Feel도 관심도 없는 작가들까지 끌어들이진 않았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람. 그나마 이 책을 사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역시 심혜진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친구가 어느덧 훌쩍 커버리고, 또한 마치 남처럼 생경하게 다가올 때의 그 느낌을 이토록 아릿하게 표현한 그녀의 작품이 있기에 책은 그나마 평작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혹시...이 Youth 라는 작품집, 심혜진의 작품이 실릴만한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나오고 있는 건 아닐런지? (그렇다면 나머지 작가들은 모두 들러리...;;;)이소영의 작품은 대단히 지루한 탐미주의 팬픽을 보는 듯 했고, 한승희 작품은 기대했는데...한승희답긴 한데 야오이답진 못한 듯 하다. 고야성의 작품은...음...이 정도면 뭐 유쾌하다고 해둘 수 있을 것 같다. 허허허~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작가 강현준이 드디어!! <납골당 모녀>의 뒷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사실 순정만화작가 중 보기드물게 독특한 개그물을 선보였던 작가인만큼, 그가 그려낼 <납골당 모녀>의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나로선 책을 구입하는데 어떤 주저함이나 망설임도 없었다.미소년 J를 납골당의 데릴사위로 들이기 위한 모녀의 좌충우돌을 담은 첫 번째 에피소드는 더할 나위 없다. J의 친구 L을 몰아내기 위해 그를 호모로 몰아붙이는 여러 코드들은 여성 독자들에게 이미 익숙해진 야오이의 공식들을 살짝 비틀어놓은 것이라 '알고 보는' 사람들에겐 정말 즐겁기 그지 없었다. 만약 1권에서 이 만화가 영원히 끝나버렸다면 나는 '미완의 걸작'이라는 칭호를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막상 펼쳐든 뒷 이야기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수아의 어머니가 젊은 시절 미소년을 남편으로 맞이하기 위해 벌이는 사건들을 담고 있다. 영화 <타이타닉>을 연상케하는 기본 구조와, 이에 소위 말하는 '미소년 동인남'들을 등장시킨 이번 이야기는 너무도 억지스럽고 뻔하다. 수아의 어머니가 넘어올 듯 넘어오지 않는 두 미소년을 쟁취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거의 이지메 수준(미소년에게도 그 약혼자에게도!). 한마디로 보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든 웃겨보려고 애쓰지만 너무 빤한 것 같아 심히 마음이 불편하다. 최근작 <Youth>에 실렸던 'La vie en rose'에서 느꼈던 식상함과 뻔함-하지만 '메이저니까 그랬겠지'라고 애써 생각했던 나의 불안감은 현실이었던 걸까...! 역시 만화는 1권만 보곤 모른다, 라는 거지, 암. 지금도 절판된 예전의 1권엔 '엽기만화의 명작'이니 '최고의 개그'니 하는 서평들이 계속 붙어만 가고 있다...과연 그 사람들이 2권을 보고도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지 새삼 궁금해진다.2권의 출간과 함께 절판되어버린 1권도 새롭게 표지갈이를 해 다시 선보였지만...만화의 분위기에는 이전의 표지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지금껏 월드컵 전후로 나온 축구선수들의 자서전을 거의 다 읽어봤는데, 이 책이야말로 가장 '자서전다운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운의 스트라이커'라는 별칭답게 황선홍의 인생은 워낙 굴곡이 많은지라 책에 확실한 강약이 있다.월드컵 첫 경기-그리고 첫 승의 과정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이 책은 어린 시절, 어머니 없는 밥상머리에 여동생과 함께 앉아 말없이 식은 밥을 떠넣던 그의 외로움, 축구로 허기를 달래던 아픔이 그대로 담겨 있다. 책 읽으면서 울컥해서 눈 앞이 흐려진 것도 간만이었다.나같음 내 맘을 몰라주는 축구와 한국 땅이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이 갈 것만 같은데, 그는 축구가 있어서 행복했고, 또 행복하단다. 자기는 절대 비운의 선수가 아니라 행복한 선수였다고, 또 뛸 수 있고 그런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자긴 행복하다고 말한다.책을 덮고 생각했다. 아, 이 사람은 정말 가슴이 따뜻하구나...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그렇게 강하고 또 온유할 수 있구나 라고. 이 책은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플레이어의 자서전이기 전에, 한 인간의 승리담이고 또한 인간드라마이다. 새삼스레 가슴 한 켠이 시큰해진다. 행복이란 정녕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느끼기 나름이라는 것을.조금 맘에 안 드는 건...글씨가 무지무지하게 크다는 것이다. 편집에 신경을 쓴 건지는 몰라도, 아동용 도서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큰 글씨로 편집할 건 뭘까? 그리고 앞쪽에 실린 명품 카탈로그(?)를 방불케 하는 화보는 월드컵 이후 부쩍 늘어난 그의 여성 팬들을 겨냥할 것이 아닐까 싶게 너무나 연출된 감이 있어 축구선수 자서전에 실리기엔 좀 어색한 것 같다. (그래서 별 하나 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