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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그러나 다시...
황선홍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지금껏 월드컵 전후로 나온 축구선수들의 자서전을 거의 다 읽어봤는데, 이 책이야말로 가장 '자서전다운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운의 스트라이커'라는 별칭답게 황선홍의 인생은 워낙 굴곡이 많은지라 책에 확실한 강약이 있다.
월드컵 첫 경기-그리고 첫 승의 과정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이 책은 어린 시절, 어머니 없는 밥상머리에 여동생과 함께 앉아 말없이 식은 밥을 떠넣던 그의 외로움, 축구로 허기를 달래던 아픔이 그대로 담겨 있다. 책 읽으면서 울컥해서 눈 앞이 흐려진 것도 간만이었다.
나같음 내 맘을 몰라주는 축구와 한국 땅이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이 갈 것만 같은데, 그는 축구가 있어서 행복했고, 또 행복하단다. 자기는 절대 비운의 선수가 아니라 행복한 선수였다고, 또 뛸 수 있고 그런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자긴 행복하다고 말한다.
책을 덮고 생각했다. 아, 이 사람은 정말 가슴이 따뜻하구나...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그렇게 강하고 또 온유할 수 있구나 라고. 이 책은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플레이어의 자서전이기 전에, 한 인간의 승리담이고 또한 인간드라마이다. 새삼스레 가슴 한 켠이 시큰해진다. 행복이란 정녕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느끼기 나름이라는 것을.
조금 맘에 안 드는 건...글씨가 무지무지하게 크다는 것이다. 편집에 신경을 쓴 건지는 몰라도, 아동용 도서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큰 글씨로 편집할 건 뭘까? 그리고 앞쪽에 실린 명품 카탈로그(?)를 방불케 하는 화보는 월드컵 이후 부쩍 늘어난 그의 여성 팬들을 겨냥할 것이 아닐까 싶게 너무나 연출된 감이 있어 축구선수 자서전에 실리기엔 좀 어색한 것 같다. (그래서 별 하나 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