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강남특별시 - 부와 교육 1번지 강남의 모든 것
김상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흔히 하는 질문. "댁은 어디신가요?" 
"대치동 사는데요"라는 말을 꺼낼 때면 난 마치 무슨 죄인이라도 된 듯 한 기분으로 쪼그라든다. 대치동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죄 지은 듯한 기분으로 살아야 하는 게 요즘 세상이다. 

나는 대한민국 하고도 강남특별시, 그 중에서도 대치동, 대치동 중에서도 타워팰리스 뺨치는 빅3라고 소개되어 있는 '선X아파트'에 산다. 그리고 '최상류층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나오는 대치초등학교-대청중학교는 나의 모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내가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스무리한 생활을 하고 있는가 하면 그건 절대 아니올시다, 이다.  주변 사람들 왈, '그건 네가 차병원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대원외고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맞습니다, 맞고요;;;

책 소개와 보도자료엔 강남의 부자들을 있는 그대로 보자, 라는 것이 요지라고 하지만 책을 읽고 있노라면 과연 이 집단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건지 위화감을 한껏 조성하자는 건지 잘 구분이 가질 않는다. 책의 대부분은 소위 강남에 산다는 사람들은 얼마나 다르고 유별난지를 보여주는 데 할애되어 있고, 끝부분의 결론 역시 '역시 달라도 뭔가 달라'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신문이나 주간지의 가쉽성 기사 혹은 선정적인 고발 다큐에서 다루던 내용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사람들이 과연 '그래 있는 그대로 봐줘야 겠군!' 같은 생각을 하게 될까? '미디어 다X'에 강남에 대한 기사가 올라오기라도 하면 그 아래 의견쓰기에 '강남에 폭탄이 떨어져 다 죽어버렸음 좋겠다'라는 댓글이 달리고, 그 글에 동조하는 글이 훨씬 많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종으로 횡으로 편가르기를 하려는 대한민국을 보는 듯 해 씁쓸하기도 하고,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들도 있음을 알기에 좀 억울하기도 하고, 이 글을 쓰면서도 '그래도 넌 다르잖아!'라고 비난할 사람들이 있을 것만 같아 간이 쪼그라들고, 뭐 그렇네... 

다른 출판사에서도 <강남 아줌마가 말하는 강남 부자들>이란 책이 나왔다. 내용은 역시 비슷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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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5-0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때는 서울에 살지 않는게 오히려 다행이네요. 제가 있는 곳에서는 무슨동에 사느냐가 어떤 평가를 위한게 아니라 어느 동네에 사는지 단지 궁금해서 묻는 것일 뿐이고 특별나게 잘 사는 사람들이 모인 동네도 달동네도 없으니 고마운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타워펠리스 근처로 이사한 동생이 뭘 사러 마트에 갈때 조차도 허름하게 나갈수가 없기 때문에 최소한 모모 트레이닝복에 모모 지갑을 가지고 모모 신발을 신고 모모 선글라스를 끼고 개를 끌고 나가려면 아예 이따시만하고 멋있는 개를 끌고 나가야지 조그만 강아지 안고 나가면 거지로 보인다는 소릴 하더군요. 제가 사는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초록미피 2004-05-06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도 타워펠리스 근처입니다만, 마트에 갈 때조차 허름하게 나갈 수 없다...이런 거 사실 다 편견입니다. 잘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허름하고 수수하게-수수해보였는데 명품이다, 이런 경우는 아주 많지 않습니다- 입은 사람들도 부지기수거든요. 밤에 운동하러 근처 둑방길에 나가보면 허름한 운동복을 걸친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냥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긴 사람 사는 데는 다 마찬가지인데, 강남만 유독 특별한 것처럼 바라보면서 편가르기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거였습니다. 여기도 그저 사람 사는 동네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