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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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의 저자는 춘추전국 시대 오나라 합려()를 섬기던 명장 손무(:BC 6세기경)로 알려져 있다. 손자는 그를 높여 부르는 호칭이다.  예로부터 손자병법은 우리나라의 많은 무장들이 즐겨 읽었던 병법서였다.  짧고 단호한 문장속에 병법의 기본과 지혜가 모두 담겨 있었기에 무장이라고 하면 이 책을 보지 않은 이가 없었다.  가장 유명한 명구,  "지피지기(己) 백전불태(殆) 즉, 남을 알고 자신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뿐만 아니라,  손자병법 안에는 전쟁을 수행하는 주체인 군주와 무장들이 마음 깊이 새겨두어야 할 명구가 가득하다. 

MBN 기자인 지은이 강상구는 평소 고전과 역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손자병법>을 보다 쉽고 재밌게 읽는 하나의 편법을 제공한다.  이 책,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이란 제목에서 보듯이 저자는 고전을 개인적 경험의 영역에서 풀이하고, 해석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같은 책도 스무살에 읽는 것과 마흔에 읽는 책은 분명 다르다.  그것이 시덥짢은 책이 아니고 무려 이천년의 세월동안 인류가 손에 잡고 읽어온 책이라면 책을 읽는 순간순간 새로운 깨달음을 얻지 않겠는가? 

이 책이 독특한 것은 손자병법의 명구들을 실제 일어났던 전쟁의 예화에서 불러와 풀이하려 한 점이다. 것도 중국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 역사의 수많은 전쟁사를 되돌아 본 것이다. 예화의 대부분은 삼국사기를 참고했으나 임진왜란을 비롯한 전쟁사 전체를 포괄한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해박한 역사와 고전 지식을 엿볼 수 있다.  수많은 전쟁사의 자료는 책의 충실성을 더한다.  

병법서는 전쟁의 기술이라 할만 하다.  전쟁을 많이 겪고 전쟁의 속성을 간파한 자만이 쓸 수 있는 책이다.  그럼에도, <손자병법>은 전쟁을 부추기는 책이 아니란 점은 특이하다.  병법서의 핵심을 찌르는 명구가 손자병법엔 기록되어 있다.  손자병법의 모공편(謀攻篇)에는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선 중의 선(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이라는 말이 나온다.  즉,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책이란 것이다. 

2006년 미국을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부시 대통령에게 손자병법을 선물한적이 있다.  후주석이 이 책을 백악관의 부시대통령에게 준 이유는 명쾌했다.    ‘부전이굴(不戰而屈) 즉,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란 지혜를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당시, 부시는 이라크를 무력침공했고, 아프칸에서 탈레반 소탕 작전에 열을 올렸다.  항상 싸우기를 좋아하는 경쟁국의 수장에게 본국의 고전 한 권을 선물하며 그 책안의 평화의 메세지를 건네준 것이다.  부시는 그 뜻을 알고 있었을까?  

임진왜란에서 이순신이 백전백승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은이는 손자병법의 명구를 이용해 풀이한다.  명장 이순신의 뛰어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철저히 원칙을 지켰기에 가능한 신화였다는 것이다. 이순신은 항상 이길 수 있는 싸움만 나섰다.  질 가능성이 있는 싸움이라면 아예 나서지 않았다.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것이고,  그게 곧 손자병법의 분명한 가르침이다. 

손자병법은 병법서의 범주로 두기엔 아까운 책이다.  왜냐하면, 전쟁의 기술이란 곧 인간의 심리와 관계속에서 발전해 온 것이다.  하여, 이 책은 곧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생 철학과 처세로서의 가르침을 준다.  명구들 하나하나가 전쟁과 세상사에 대한 촌철살인의 지혜를 담는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들은 어떤가? 

"천하의 영웅호걸은 얼굴은 성벽만큼이나 두껍고 속은 석탄처럼 시커매야 한다"
"모든 곳을 지키면 모든 곳이 약해진다." 

첫 문장은 리더의 과묵함과 차분함을 알려주는 말이고, 두번째 문장은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오늘날 많은 처세서 들이 나돌고 있지만 내용은 거기서 거기다. 즉, 고전을 새롭고 풀이하고 새롭고 응용한 것의 연장이란 얘기다.  <손자병법>은 하여, 무수한 응용과 풀이가 가능한 책이다.  마흔에 읽을 책이 아니고, 곁에 두고 가끔 명구를 명상하며 음미해야 할 책이라고 할 만 하다.   

책의 제목은 무척 살갑고 개인적인데,  페이지를 넘길 수록 전쟁이란 관점에서만 책을 풀이한 것은 아쉽다.  이 책을 고른 독자들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인생사가 스토리텔링으로 더 녹아 있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전쟁의 기술을 얘기하면서 전쟁을 되도록 피하도록 권고하는 <손자병법>은 진정한 평화의 가치를 담고 있는 책이라 할 만 하다.  저자 손무(武)의 철학이 휴머니즘에 닿아 있다고 해석해도 좋겠다.  마음 먹고 읽기 힘든 고전에 접근하는 하나의 편법으로서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은 나름 일독의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살아온 날들이 많아지면서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 잦아진다. 흑과 백으로 편을 가르기보다는 회색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인생의 목적은 절대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너절하고 모양 빠지고, 그래서 비겁해지지만, 산다는 게 그런 것이라는 걸 알아가는 게 또한 산다는 것이다. "    머리말 p.8 


 

 

201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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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드™ 2011-10-15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자병법 훌륭한고전중에 하나죠. 님의소개로 멋진 손자병법에관한 책을 만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