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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 중국을 만든 음식, 중국을 바꾼 음식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역사에서 음식은 빼놓을수없는 중요한 역활을 차지하지만 가볍게 보여지는 부분이 없지않아 있다. 또한 TV를 켜면 자주 접하는 프로그램이 먹방이다. 드라마나 뉴스보다 더 자주 본다고 말할수도 있다. '양귀비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은 호떡이다.' (p.164) 장날이면 구경삼아 시장에 가고 가면 당연한듯 하나씩 입에 물게 되는 것이 호떡이다. 그런데 중국 4대 미녀 중 한명인 양귀비가 마지막으로 한 식사가 호떡이었다고? 당시 호떡은 일반 시민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황제 일행이 먹기에 충분한 고급 음식이었다 한다. 호인胡人들이 먹는 떡이라는 뜻이 담긴 '호떡', 서역에 사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라면 호떡은 서양 음식이었다는 말이다.
한나라의 제12대 황제인 영제 또한 호떡을 즐겨먹던 황제다. 얼마나 호떡을 좋아했으면 매일 호떡만 먹고 살았겠는가. 나도 호떡을 좋아하긴 하지만 매일 먹으라면 싫을 것 같아. 아~ 책속에 등장하는 호떡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기름을 들러 지져내는 호떡이 아니라 '중국식 호떡', 즉 화덕에서 곁불을 쪼이며 굽는 방식이다. 이렇게 구우면 기름기 없이 바싹해 더 맛날 것 같아. 당 현종 이융기의 애첩인 양옥환 즉 양귀비의 이야기는 '국수'에도 짧게 등장한다. 비타민c의 보고인 '귤',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귤이 한때 임금님께 진상되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제주에서 재배된 귤이 임금에게 진상되는 장면을 볼수 있었다.
현대 중국인들은 새해 춘절이나 중추절 명절에 귤과 유자를 먹는 풍습이 있다 한다. 에덴 동산에 선악과인 사과가 있었다면 중국에는 이에 버금가는 과일은 귤이었다. (p.37) 중국인들이 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재미난 것은 지위여부에 따라 식사 횟수가 달라졌다는 것, 왕은 하루에 네 번, 제후는 하루에 세 번, 재상인 경과 관리인 대부는 하루에 두 번, 그리고 평민은 필요할 때 먹으면 된다. (p.45) 평민은 필요할 때 먹으면 된다지만 먹을 것이 귀하고 부족한 시대에 하루에 한 차례 이상 식사를 한 평민이 얼마나 될까 싶어. 생일날 기다란 국수 가락을 먹으면 장수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중국은 생일날 국수를 먹는다.
생일 국수는 '장수면' 혹은 수명을 늘려주는 음식이라는 의미의 '장명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오랜 세월 살아남았다. 그런데 서민들의 대표 음식으로 불리는 국수는 언제부터 등장한 것일까? TV를 보면 다양한 종류의 국수가 등장하는데 얼마전 '도삭면'을 본 적이 있다. 중국의 면요리 중 하나로 칼로 깍아 만든 국수라는 의미다. 일반 국수에 비해 길이가 짧으며 생면이기에 쫄깃함이 더하다. 손으로 치며 국수를 뽑아내는 수타면도 좋지만 도삭면이 더 먹고 싶어졌어. 도삭면의 유래를 들으며 슬프다. 당시 몽골족은 한족들이 반란을 일으킬까봐 부엌칼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한다. 진실일까? 거짓일까?
중국의 4대 미녀인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와 더불어 중국의 3대 악녀로 알려진 여태후(여후)와 측천무후(무측천) 그리고 서태후, 서태후가 좋아한 음식은 오리고기다. 그중에서도 '베이징 오리구이'를 무척이나 즐겼다고 한다. 중국으로 관광을 가서 자금성과 베이징 오리구이를 빼먹으면 안된다는 말도 있다. 최고급 중국 요리로 꼽히는 바다제비집 요리와 샥스핀, 이 요리들이 최고로 꼽히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그것의 가치를 희소성에 두고 있다. 진귀한 음식이기에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상대와 친해지고 싶으면 밥을 같이 먹고 더 친해지고 싶으면 술을 마시라'라는 말이 있다. 식사를 같이 하며 친분을 쌓으라는 말이겠지.
복숭아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은 대단하다. 나관중이 쓴《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의 배경이 되는 복숭아밭도 그렇고 고전 소설《서유기》에 복숭아는 등장한다. 천상의 악동 손오공은 곤륜산의 여신 서왕모의 천도 복숭아를 훔쳐먹고 벌을 받았다. 복숭아는 장수의 상징이자 생명의 상징이다. 도연명의《도화원기》에도 무릉도원이 나온다. '무릉에 있는 복숭아꽃이 활짝 핀 세계'이자 과거 사람들이 이상향으로 꿈꾸던 평화로운 세상이기도 하다. 내가 천도 복숭아를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된《서유기》, 당시 국민학교 도서실에서 서유기를 읽고 천도 복숭아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음식으로 읽는 중국사》를 읽으며 역사와 음식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음을 다시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