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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방 - 악마, 환생 그리고
유동민 지음 / 좋은친구출판사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읽은 호러 소설《악마, 환생 그리고 마녀의 방》, 초반에 주인공(마녀)으로 예상되는 여자들을 몇 명 발견했지만 뜻밖의 사람이 주인공으로 발탁. 가장 유력했던 사람이 아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소녀 단월이었다.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전쟁통 배고픔에 못견뎌 자식을 박순구에게 넘겨버린 아비? 어쩌면 그 아비는 자식이나마 배골치 말라는 마음에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도. 단월이라는 이름도 '수향'이 지어준 것이니 그전에는 이름조차 없었던 아이였다. 하긴 당시를 생각하면 여아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부모는 많지 않다. 할머니 세대를 보면 '갓난이'라는 이름으로 많이들 불리었다지.
악마나 마녀나 좋은 어감을 주지는 못한다. 박순구가 '단월'을 곁에 두기로 결정한 이유는 뭘까? 아직 어리기에 일손으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많은데 말이다. 나이가 구분되지 않을만큼 늙은 노인 박순구, 박순구의 곁을 지키는 마당쇠(?) 김만수 그리고 박순구의 첩인 수향이 주인공이다.《악마, 환생 그리고 마녀의 방》의 장르를 구분하자면 어디에 가까울까? 저자는 로맨스도 섞여 있다지만 로맨스라 말하긴 그렇고 호러물에 가깝다. 첫 시작은 6·25 전쟁이 발발중이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시대를 건너뛰어 현대 노후된 아파트를 배경으로 의문스런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아스트로트-카도르-페리에이트-에페트-두베마-에니테마우스,아스트로트-카도르-페리에이트-에페트-두베마-에니테마우스……." (p.19)
어떤 소설이든 악마가 등장하면 좋은 결과를 보기는 힘들지. 물론 악마를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의 등장을 환호하기는 하지만 제목에 악마나 마녀가 나왔다는 것은 그들을 주인공으로 세우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작용하는 셈이다. 야밤에 책을 읽다 잠들면 악마나 마녀의 방문을 받을 것 같은 두려움에 태양이 있는 동안만 책을 읽어 내려갔다. 왠지 태양의 보호를 받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윤태경과 아내 혜주 그리고 딸 정인, 마음에 드는 집을 저렴한 가격에 구했다면 만족스러워 하는 그들 앞에 펼쳐질 일들에 대해 경고하고 싶은 것은 나뿐일까? 좋은 물건이 아무 이유없이 싸게 매물로 나오지는 않는다고, 저렴한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영원한 것은 없다. 악마나 마녀 또한 인간보다 오랜 삶을 누릴 뿐 영생을 누리지는 못한다.《악마, 환생 그리고 마녀의 방》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 악마와 마녀 수향이 등장하며 누군지 알수없는 신 또한 존재했다. 악마나 마녀도 무섭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인간의 탐욕이라는 것, 탐욕이 없다면 인간은 존재가 불가능한 것일까? 마지막이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끝났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 존재할 뿐, 이 책을 읽고 어쩌면 이웃에 새로 이사온 사람을 의심하게 될런지도. 수향이 그러하듯 인간같지 않게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사람이라면 더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판타지 세상은 아니거든.
- 마녀를 찾아, 인간을 멸망시켜라! 그리하여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도록. - (p.5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