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우리말 달인 건방진 우리말 달인 시리즈 1
엄민용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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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 조식과 중식은 있는데, 석식이 없다고?

 

한국 국어사전에는 아침밥을 말하는 조식과 점심밥을 일컫는 중식은 있는데, 이상하게도 저녁밥을 뜻하는 석식은 없다는 글을 읽었어요.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바로 집에 있는 국어사전을 펼쳐서 석식을 찾아보았어요. 세상에, 진짜 없어요. 궁금하신 분은 사전을 인터넷으로 옮겨놓은 포털에 있는 사전에서도 석식을 검색해보세요.

 

건방진 우리말 달인[2008. 다산초당]에서 읽은 얘기에요. 지은이 엄민용은 스포츠칸 교열기자이자 한국어문 교열기자협회의 부회장이에요. 그가 20년 동안 수많은 책과 여러 사전들을 뒤적이며 우리말 공부를 한 결과를 모았어요. 헷갈리기 쉽거나 잘못 쓰는 말들을 정리한 이 책은 여러모로 대단해요. 이 책에서 설명하는 석식이 없는 이유는 더 충격이랍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알아? 사전을 만드는 사람이 빼먹었기 때문이야. 안 믿어진다고? 하지만 사실이야. 우리나라 사전들은 남의 것을 많이 베껴. 그래서 한 사전에 잘못 올라간 탓에 다른 사전에도 줄줄이 잘못 올라가는 것이 많아. 이건<우리말큰사전>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셨던 정재도 선생께 직접 들은 얘기야. - 책에서

 

빼먹어서 없다니, 이게 말이 되는 건지요. 아직까지도 고쳐지지 않는 실정이랍니다. 이것은 단순히 사전 만드는 사람들의 실수라기보다는 한글에 대한 관심 부족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한글은 세계의 언어 석학들이 인류 최고의 문자로 상찬하는 한국의 자랑거리예요. 지난 97년 유네스코가 글자로는 유일하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을 정도지요. 더욱이 유네스코는 세종대왕이 태어난 날을 ‘문맹 퇴치의 날’로 정하고, 문맹 퇴치에 뛰어난 공적을 쌓은 이에게 ‘세종상’을 수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러나 한글날을 대하는 한국 위정자들의 뒤떨어지는 인식은 1990년 법정 공휴일인 기념일에서 ‘법정 공휴일이 아닌 기념일’로 바꿔놓았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항의와 비판을 하자 2006년부터 ‘법정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로 지정되었지요.

 

한글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서도 드러나요. 검색해보면 기자들이 쓴 글들에서도 오타와 잘못된 단어 사용도 쉽게 눈에 들어와요. 일반 사람들의 글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고요.

 

자기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오해가 생겨서 속상한 적 없으신가요? 말이 생각의 전부를 반영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많이 담아서 소통하려고 애를 써야지요. 서로 이해를 못하겠다고 난리인 2008년 한국에서 의사소통의 가장 기본인 한국말과 한글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요. 영어배우는 시간과 비교해서 바른 우리말을 쓰려고 얼마나 공부하시나요. 조금만 신경 쓰면 세상과 이야기 나누기 쉬워진답니다. 이참에 한글 공부해보세요. 정확한 한글 사용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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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갖다 - 한 권으로 끝내는 언론사 입사
안수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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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언론사지망생들의 마음이 한결 바빠졌어요. 공채시험이 몰려있기 때문이죠. 큰 언론사 위주로 따져도 7월말에 동아일보를 시작으로 CBS, MBC, 조선일보, 문화일보, 경향신문, 중아일보까지 채용을 발표하였죠. 그리고 다른 언론사들도 신규사원을 뽑겠다고 하네요. 오랫동안 갈고닦으며 준비한 실력을 발휘하려는 언론사지망생들의 열기가 한 여름 못지않네요.

 

언론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전설처럼 내려오는 책이 있는 거 아시나요? <기자,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갖다>[2006. 인물과 사상사]는 언론사를 이해하고 준비할 때 큰 도움이 되는 책으로 기자 지망생들과 현직 기자들이 읽는다고 하네요.

 

지은이 안수찬은 한겨레 기자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언론사 시험 준비과정과 필요한 소양, 언론계 풍토와 분위기, 하루 일하는 과정과 기자로서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서 생생하게 전해줘요. 언론사를 지망하지 않더라도 1인미디어시대이기에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을 내용들이 가득하지요.

 

그는 타인과 세상이 이해하기 쉽게 저널리즘한 글쓰기 요령을 소개해요. 많은 블로거들이 자신의 감정에 몰입되어 사실소개나 기본내용정보조차 없이 느꼈던 감동을 분출하는 글은 조금 더 다듬어야 한다고 꼬집기도 하죠.

 

그리고 기자 지망생들에게 염려 섞인 현재 언론사 상황을 전해요. 어느새 각 매체마다 정형화된 기자 타입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하며“기자마다 서로 다른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매체마다 다른 기사를 쓴다. 담당 기자가 바뀌어도 그 매체에 실리는 기사 내용은 다르지 않다. 매체가 기자를 그렇게 길러내기 때문이다.” 분석해요.

 

처음에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밝히고 부당한 억압에 맞서 약자들의 편에 서겠다는 다짐으로 언론사에 들어가도 ‘어느 매체’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자기의 앞날이 달라진다고 현실을 알려줘요. 아무리 자기 생각이 불의에 맞서겠다고 해도 자기가 속한 회사 논조를 따를 수밖에 없기에 그저 직업인으로서 기사를 만들어내는 ‘괴물’로 변하는 언론인이 되기 십상이라고 걱정하죠. 처음마음을 잊은 언론인들이 많다고 전하며 “언론사를 월급 창구로만 여기는 언론인이 많아질수록 번민 많은 소시민들은 더 불행해진다.”고 개탄도 하네요.

 

한국의 방송 · 신문 시장은 이미 독과점 형태로 굳어져 있지요. ‘지배적 언론’은 시장 퇴출의 압력을 거의 받지 않아요. 독자들의 감시 기능도 사실상 마비된 상태고요. 그러면서 한국 언론 현실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현실이 담배의 유익함을 입증해주는 것은 아니다. 담배를 만들어 파는 기업들이 이미 일련의 합리성 구조 위에 군림하기 때문이다. 지배적 언론 매체들은 이미 무엇이 합리적인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권력이 돼 있다.” 고 비유하죠.

 

누구나 창작과 소통에 대한 열망이 있지요. 언론인이든 자기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이든 세상과 타인에게 말을 건네고 세상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죠. 수많은 경쟁자들이 생겨나고 거기서 눈에 띄고 생존하려다보니 사람들을 자극하고 유혹하는 글들도 많이 늘어났지요. 자신이 어떤 글을 쓰는지 늘 부끄러운 마음으로 돌아봐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드네요. 글쓰기란 노동으로 인해 내가 행복해야 하고 동시에 나의 노동이 보다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하니까요.

 

언론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언론사 들어가기는 참 어렵지요. 하루 종일 빡빡한 일과를 보내면서 다른 직업에 비해 앞날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대우가 좋은 것도 아닌데 왜 언론사에 가려는 걸까요? 이 어려운 길을 지은이가 기자가 된 이유는 이렇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쳐 의미 있는 존재가 되려 한다. 동시에 자유로운 실존의 영역을 지키려 한다. 조직의 억압과 구속을 최소화하면서 나만의 텃밭을 가꿔 인정받으려는 꿈이다. - 책에서

 

한국 언론계에 눈맑은 새로운 기자들의 활약으로 풍성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원을 해봐요. 재갈을 물리려는 권력에 으르렁거리며 덤벼드는 언론인들이 많을수록 한국은 더 발전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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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이야기 의학사 2 - 르네상스에서 현대까지 아이세움 배움터 21
이언 도슨 외 글, 황상익.김수연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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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득한 최첨단 의료기기와 치료 시설을 보면서 과연 과거에는 어떻게 사람들을 고쳤을까 호기심이 부풀어 오르지요. 이렇게 발전한 의학이어도 아직 손쓰지 못하는 병도 많은데, 열악했을 지난날에 아픈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처음 읽는 이야기 의학사2[2008. 아이세움]는 이 물음에 대답을 하는 책이에요.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 의학이 발전해온 역사 이야기를 풀어썼죠. 여러 인물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진행할 때 다양한 표와 사진들을 실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네요.

 

고대에서 내려온 몸에 대한 잘못된 이론들을 넘어서려고 환자들을 직접 치료하고 해부 하였던 르네상스 시절의 많은 의사들, 한 단계 의료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한 실험들, 치료에서 질병 예방과 공중 보건으로 전환되는 의학의 발전까지 한 눈에 내용이 파악되네요.

 

마취 개념이 없어서 그대로 팔, 다리를 잘랐던 이야기, 돌팔이 의사들이 판치며 팔았던 쓰레기 약, 감염을 막기 위해 상처 부위에 뜨거운 기름을 붓고 달군 쇠로 지졌다는 기록들, 페스트, 두창, 콜레라, 말라리아, 스페인 독감 이러한 질병이 전쟁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만들었다는 얘기는 섬뜩하네요.

 

이발사들이 외과 의사였고 대학에서 공부한 내과의사와 위계 관계였다는 것, 해부할 인체가 부족해 시체 도굴꾼이 1900년까지 이어졌다는 이야기, 정신병을 치료하려고 뇌의 전두엽 일부를 절단했다는 사실, 혈액형이 사람마다 다른 걸 몰라 처음에는 그냥 수혈을 했다는 역사는 재미있네요.

 

그러면서 현대의학으로 이어져 민간과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을 비교하고 건강 불평등이 심해진 현실을 돌아보기도 하네요. 대체의학이 발달하여 “1990년에 미국에서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사람이 3억 8,800만 명인데 비해 의사 이외의 치료사들에게 진료를 받은 사람은 4억 2.500만 명에 달했다.”고 하네요.

 

손쉽게 책이 넘어가는 만큼 가볍게 의학사에 궁금증을 채워줄 거예요.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겠네요. 이 책을 베이스캠프 삼아 의학과 가까워지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끝으로 이거 아시나요? 콜록콜록, 감기에 걸렸다 싶으면 약국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감기 바이러스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바이러스에는 아직 치료제가 없어요. 감기 걸렸을 때는 몸을 따뜻하게 해서 땀을 흠뻑 흘려주고 잘 먹고 푹 쉬면 자연스럽게 나아요. 병원가지 않게 평소에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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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민주주의다
황상익 외 지음 / 해피스토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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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 모여 가득 켜진 촛불은 커다란 감동을 주며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마련했지요. 수많은 사람들이 몇 달 씩 모이는 집회에서 커다란 사고가 나지 않고 비폭력 운동을 한 사실만으로 세계 역사에 길이 남을 놀라운 일이지요. 
 

촛불집회에서는 몇 달 동안 여러 목소리가 쏟아졌고 토론을 거쳐 촛불 안에 담겨졌지요. 촛불 수만큼 저마다 의미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에서 촛불집회를 둘러싼 쟁점들, 촛불집회의 미래 촛불민주주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갈 것인지를 질문하고 나름의 답을 도출하려는 과정을 담은 책이 나왔어요. <촛불이 민주주의다>(2008. 박원석, 이종구, 이병천, 정대화, 조희연 외)는 촛불 집회의 성격 분석과 진행 과정상 논쟁들, 그리고 앞날까지도 심층 진단한 책이에요. 

 

진보지식인 20명이 역사,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의학, 법 맥락에서 다양하게 촛불을 성찰 한 내용을 모은 이 책은 촛불집회가 뜨거웠고 생생했던 만큼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서 읽어 볼만하지요.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촛불의 외침은 우리 사회의 부자유나 음습함, 권위주의를 조롱하고 일거에 날려버린 유쾌한 반란이며 문화혁명”이라고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해석하고 김상곤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생민주주의 축제 · 문화운동이자 열린 민주주의의 교육 학습장”이라고 평가하죠.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가 촛불집회를 제도권 대의정치로 수렴해야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논란이 되었는데 그와 관련해서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도정치 중심주의적 시각을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요.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보수주의, 자유주의세력이 모두 불신임당한 정치 공간을 제대로 떠안지 못한 것에 대한 뼈아픈 자성과 함께 현실성과 비전을 갖춘 ‘믿음직한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노력이 요청된다.”고 진단하죠. 

 

지금까지 현대사에 있었던 주요항쟁 분석하여 촛불집회의 역사성을 짚은 내용도 있고 이와 함께 ‘금지를 금지하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68혁명과 비교도 해요. 그리고 아르헨티나 5월 어머니회 운동을 소개하는데, 1976~1983년에 아르헨티나 군부정권이 벌인 ‘추악한 전쟁’과 극한 인권탄압으로 1만 명 정도(5월 어머니회는 2만 5천~3만 명으로 추정)가 희생당하였으며 이에 대해 희생자 가족들은 5월 어머니회를 만들어 비폭력 저항운동을 꾸준히 펼쳐 오고 있다는 사실은 새롭네요. 

 

광우병 쇠고기 수입은 촛불집회의 도화선이 되었지요. “세계 보건기구는 2000년 말,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 병(vCJD), 즉 인간광우병이 전 세계로 확산될 우려가 있으며, 21세기의 가장 위험한 전염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역시 마찬가지 지적을 하며 각국 정부가 광우병이 인간에게 번지는 것을 막도록 예방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고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는 알리며 “증상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무증상 감염자’가 환자의 몇 십 배나 되리라는 것이 광우병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금까지 광우병 환자로 판명된 사람은 세계에서 200여 명이지만, 몇 천 명 내지 1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감염원이 될 수도 있고 광우병의 잠복기가 최소 몇 년에서 무려 몇 십 년이라는 사실”이라고 심각성을 제기해요. 

 

하지만 촛불집회는 단순히 쇠고기 수입문제 반대하는 집회가 아니었지요. “이명박 정부가 민주화 과정에서 존재했던 민주주의 위기 수준을 명백한 위협 수준으로 바꾸어 버렸고 펼치는 정책들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표현하고 있지만 다수의 비즈니스를 기망하는 ‘재벌 프렌들리’이자 ‘과거 프렌들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인식수준을 비판하죠.  

 

촛불은 “싫으면 안 사먹으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에 배어있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대체하려는 탐욕스러운 시장 만능주의에 대한 거부이죠. “촛불의 외침은 생명을 경시하고, 그럼으로써 삶의 안전과 인간의 존엄성마저 파괴하는 천박한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다. 자신과 가족, 이웃의 생명과 안전을 염려하며 든 소박한 출발은 광장과 거리의 토론과 투쟁을 거치며 ‘이윤보다 인간’이라는 저항적 깨달음과 ‘품격 있는 삶’에 대한 강렬한 열망으로 확산되고 승화되었다.”는 책의 머리말이 오래 남네요. 

 

삶은 정치와 떼어놓지 못하기에 시민으로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긴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하지요. 역사의 발전은 시민들의 정치 실천에 의해서만 이뤄지죠. 촛불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으며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책을 읽으며 고민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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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없는 생활
둥시 지음, 강경이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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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 아버지와 귀머거리 아들, 벙어리 아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언어 없는 생활[2008. 은행나무]은 잔혹한 현실을 묵묵하게 그려낸 중국 소설이에요. 세 가족이 이루는 생활은 얼마나 답답할까요?  
 

그 순간 왕라오빙은 눈에 따가운 이물감과 쓰라린 통증을 느꼈고, 곧이어 눈앞에 시커먼 장막이 드리워졌다.

“사람 살려! 자콴! 살려줘! 아이구, 나 죽네!”

왕라오빙의 신음소리가 잦아들 때마다 한쪽 편에서는 왕자콴의 풀 베는 소리가 장단을 맞추듯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 책에서 

 

아버지가 벌에 쏘여 소리를 질러도 듣지 못하는 아들은 신음소리에 맞춰 풀을 베는 상황은 알싸한 슬픔을 주지요. 이러한 장애인들의 일상을 그리면서 소통과 관계에 대해 물음을 던지네요. 

 

왕라이빙은 자신과 왕자콴, 차이위전이 마치 한 사람으로 합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날 밤 침대 곁에서 나눴던 대화는 절대 떨쳐버릴 수 없는 기억으로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가 질문하면 차이위전이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가로저었고, 왕자콴이 옆에서 동작을 말로 묘사하며 의사소통하였다.

‘우리는 이제 한사람이나 다름없어. 서로 욕하고 때리면 결국 스스로에게 매질을 하는 거고, 서로 어루만져 주면 결국 스스로를 위안하는 거야.’ - 책에서 

 

비장애인들의 편견과 몰이해 속에 그들은 비록 신체의 일부가 불편하지만 서로 도와서 살아가지요. 지은이는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서 장애인이 겪는 고독과 소외감에 감정 이입시키지 않게 하며 냉정하고 이기적인 세태에 눈을 돌리게 하네요.  

 

마지막에 왕자콴과 차이위전의 ‘정상’ 아들인 왕셩리는 학교에서 배워온 노래를 부르다가 자신의 가족을 조롱하는 노래라는 할아버지의 꾸지람에 세상을 향한 창을 닫게 되어요. 세상의 소외와 차별에 맞서지 못하고 안으로만 삭여야 하고 소통이 되지 않는 고통에 시달리는 그들의 생활을 보여주며 ‘소통부재인 현실’을 빗대지요.  

 

지은이 둥시(東西)는 중국에서 물건, 음식, 추상적인 어떤 것, 욕설 등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은, 가장 흔하면서도 일상 대화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에요. 그가 이런 뜻을 지닌 필명을 쓰는 이유는 불분명하게 널리 쓰이는 말이니만큼 역으로 많은 함의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지요. 평범해서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상황과 현상들에 눈길을 돌리고 글로 쓰고 싶은 작가의 의중을 느낄 수 있지요. 

 

제1회 노신문학상을 수상한 언어 없는 생활을 비롯하여 4편의 소설이 실린 이 소설집은 중국의 농촌 현실과 비참한 과거를 담았지요. 다른 작품들도 절름발이, 게으름쟁이, 살인자 같은 인물들을 등장시켜 사람 사이의 소통과 행복에 대해서 날카롭게 꼬집어요. 현대 중국 작가들이 어떠한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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