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민주주의다
황상익 외 지음 / 해피스토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서울광장에 모여 가득 켜진 촛불은 커다란 감동을 주며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마련했지요. 수많은 사람들이 몇 달 씩 모이는 집회에서 커다란 사고가 나지 않고 비폭력 운동을 한 사실만으로 세계 역사에 길이 남을 놀라운 일이지요. 
 

촛불집회에서는 몇 달 동안 여러 목소리가 쏟아졌고 토론을 거쳐 촛불 안에 담겨졌지요. 촛불 수만큼 저마다 의미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에서 촛불집회를 둘러싼 쟁점들, 촛불집회의 미래 촛불민주주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갈 것인지를 질문하고 나름의 답을 도출하려는 과정을 담은 책이 나왔어요. <촛불이 민주주의다>(2008. 박원석, 이종구, 이병천, 정대화, 조희연 외)는 촛불 집회의 성격 분석과 진행 과정상 논쟁들, 그리고 앞날까지도 심층 진단한 책이에요. 

 

진보지식인 20명이 역사,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의학, 법 맥락에서 다양하게 촛불을 성찰 한 내용을 모은 이 책은 촛불집회가 뜨거웠고 생생했던 만큼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서 읽어 볼만하지요.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촛불의 외침은 우리 사회의 부자유나 음습함, 권위주의를 조롱하고 일거에 날려버린 유쾌한 반란이며 문화혁명”이라고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해석하고 김상곤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생민주주의 축제 · 문화운동이자 열린 민주주의의 교육 학습장”이라고 평가하죠.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가 촛불집회를 제도권 대의정치로 수렴해야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논란이 되었는데 그와 관련해서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도정치 중심주의적 시각을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요.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보수주의, 자유주의세력이 모두 불신임당한 정치 공간을 제대로 떠안지 못한 것에 대한 뼈아픈 자성과 함께 현실성과 비전을 갖춘 ‘믿음직한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노력이 요청된다.”고 진단하죠. 

 

지금까지 현대사에 있었던 주요항쟁 분석하여 촛불집회의 역사성을 짚은 내용도 있고 이와 함께 ‘금지를 금지하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68혁명과 비교도 해요. 그리고 아르헨티나 5월 어머니회 운동을 소개하는데, 1976~1983년에 아르헨티나 군부정권이 벌인 ‘추악한 전쟁’과 극한 인권탄압으로 1만 명 정도(5월 어머니회는 2만 5천~3만 명으로 추정)가 희생당하였으며 이에 대해 희생자 가족들은 5월 어머니회를 만들어 비폭력 저항운동을 꾸준히 펼쳐 오고 있다는 사실은 새롭네요. 

 

광우병 쇠고기 수입은 촛불집회의 도화선이 되었지요. “세계 보건기구는 2000년 말,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 병(vCJD), 즉 인간광우병이 전 세계로 확산될 우려가 있으며, 21세기의 가장 위험한 전염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역시 마찬가지 지적을 하며 각국 정부가 광우병이 인간에게 번지는 것을 막도록 예방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고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는 알리며 “증상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무증상 감염자’가 환자의 몇 십 배나 되리라는 것이 광우병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금까지 광우병 환자로 판명된 사람은 세계에서 200여 명이지만, 몇 천 명 내지 1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감염원이 될 수도 있고 광우병의 잠복기가 최소 몇 년에서 무려 몇 십 년이라는 사실”이라고 심각성을 제기해요. 

 

하지만 촛불집회는 단순히 쇠고기 수입문제 반대하는 집회가 아니었지요. “이명박 정부가 민주화 과정에서 존재했던 민주주의 위기 수준을 명백한 위협 수준으로 바꾸어 버렸고 펼치는 정책들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표현하고 있지만 다수의 비즈니스를 기망하는 ‘재벌 프렌들리’이자 ‘과거 프렌들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인식수준을 비판하죠.  

 

촛불은 “싫으면 안 사먹으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에 배어있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대체하려는 탐욕스러운 시장 만능주의에 대한 거부이죠. “촛불의 외침은 생명을 경시하고, 그럼으로써 삶의 안전과 인간의 존엄성마저 파괴하는 천박한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다. 자신과 가족, 이웃의 생명과 안전을 염려하며 든 소박한 출발은 광장과 거리의 토론과 투쟁을 거치며 ‘이윤보다 인간’이라는 저항적 깨달음과 ‘품격 있는 삶’에 대한 강렬한 열망으로 확산되고 승화되었다.”는 책의 머리말이 오래 남네요. 

 

삶은 정치와 떼어놓지 못하기에 시민으로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긴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하지요. 역사의 발전은 시민들의 정치 실천에 의해서만 이뤄지죠. 촛불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으며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책을 읽으며 고민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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