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유학 - 우리는 시골로 유학 간다!
고쿠분 히로코 지음, 손성애 옮김 / 이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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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셨나요? 여유 있게 이웃들과 웃으셨나요? 이런 질문들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도시의 하루, 너무 바쁘게 뛰어다니다 피로에 지쳐 들어오는 콘크리트 건물에서 멍청한 TV를 바라보면 어느새 밤은 깊었네요. 수백만의 사람들과 같이 살지만 너무 외로운 이 도시, 아이들을 꼭 여기서 키워야 하나요? 

 

도시에 사는 동안 내내, 우리 아이가 자연 속에서 자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에서 산촌 유학[2008. 이후]은 출발해요. 지은이 고쿠분 히로코는 일본 싱글맘으로 아들을 산촌으로 유학 보내죠. 자립하는 방법을 배우고, 변화무쌍한 자연과 교감하면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삶을 배우라고.   

지금까지 알던 유학이란 자신이 본래 살던 지역이나 배움터보다 더 나은 조건의 학교나 환경을 찾아 떠나는 것이었죠. 그에 비해 산촌 유학은 복잡하고 삭막한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의 일정 기간 부모 곁을 떠나 산촌에서 생활하면서 그 지역의 학교를 다니고, 시골 살이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에요.

 

지은이는 아들을 중심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동안 겪은 경험과 산촌 유학에서 일어나는 일을 엮었어요. 그리고 20년 뒤, 자기 아들 큰 모습을 소개하고 같이 산촌 유학을 한 아이들을 찾아서 이야기들을 실었어요. 아이가 변화하는 과정과 부모의 걱정하는 마음이 잘 맞물리며, 한 어머니가 실제로 고민하고 경험하고 발로 뛰며 쓴 것이기에 더 마음에 와 닿네요.

 

일본에서는 ‘다음 세대를 짊어질 생태적인 사람을 키우자’는 목표로, 도시의 초·중학생들이 주말이나 방학 때 마을 농가에서 지내면서 자연 체험이나 농가 생활 체험, 공동체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열기 시작했어요. 이것이 발전해서 산촌 유학이 되었죠.

 

 산촌 유학은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아이들의 자연 학습과 환경 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농촌 공동체 복원, 작은 학교 살리기, 도시 공교육의 한계 해결, 시골 공교육의 역량 키우기 같은 해법을 제시하며 자리 잡았네요. 2005년 일본 산촌유학 현황은 808명이고 1976년부터 2005년까지 산촌 유학 체험자는(계속 참가자는 연인원에서 제외) 8117명이나 되네요.

 

 물론 어려움도 있어요. 먼저 돈 문제. 일본 산촌 유학은 일 년에 160만 엔 정도가 들어요. 이 큰 돈을 마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나 따지고 보면 도시에서 아이들 학원비, 식품비 등도 만만치 않죠. 외국으로 유학 보내는 돈과 비교해보고 여러 가지를 검토해봐야겠죠. 

 

 또 ‘어린 아이를 부모와 떨어져서 키우는 게 옳은 것인가?’ 라는 비판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산촌에는 농가 부모라고 아이에게 부모 역할을 하는 분들이 생겨요. 시골에서 부모와 자식 관계가 되어 지내기 때문에 홈스테이나 체험을 넘어 ‘삶터’가 아이에게 제공되요.

 

 우리나라 공교육에도 이미 ‘도농 교류 학습’ 또는 ‘교환 학습’이라는 제도가 있어 학기 중이라도 전학 절차 없이 두 달 동안 다른 지역에서 머물 수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아직까지 산촌 유학을 잘 모르는 분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요즘 산촌 유학 학부모 설명회가 열리고 여기저기서 센터가 생기고 있어요. 우리나라에 맞게 산촌 유학이 뿌리내리기를 바라네요.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부모와 사는 곳 영향이 크죠. 모든 걸 줘도 더 주고 싶은 아이들,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스스로 우뚝 설 수 있는 삶, 이것이 산촌 유학이 추구하는 핵심이에요. 어떻게 아이를 키울지 고민하는 부모들은 꼭 눈여겨 볼 책이에요. 끝으로 책에 있는 인상 깊은 글을 실어요.

 

산촌 유학을 한 아이는 자기가 생각하고 자기가 결정한다. -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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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별 아래 집 - 어느 동물원장 부부의 은밀한 전쟁 이야기
다이앤 애커먼 지음, 강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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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는 세상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참사입니다. 불과 70년 전에 있었던 인류가 만든 지옥, 우리 안에 있는 어두운 본능을 믿고 싶지 않은 이들도 있을 겁니다. 지금 잘 먹고 잘사는데 왜 굳이 ‘과거’를 들쑤셔서 귀찮게 하냐고 말입니다.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자는 결국 현재에도 눈먼 자가 되는 것’이라는 말은 유대인이나 전쟁 피해자가 한 얘기가 아닙니다. 진정한 용서를 통해 화합을 원하는 독일의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독일 대통령의 국회연설문입니다. 과거를 모르기에 다른 모습의 홀로코스트는 오늘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세르비아에서, 르완다에서, 이라크에서, 관타나모에서, 그리고 한국 이곳저곳에서.

 

미친 별 아래 집[2008. 미래인]칭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마존 best book of 2007을 받았고 2008 오리온북 어워드를 수상했습니다. 뛰어난 작가이자 박물학자인 다이앤 애커먼이 다큐멘터리와 소설 형식을 섞어서 재현한 역사 논픽션입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의 폴란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경계 없는 글쓰기’로 교훈과 재미를 함께 줍니다.

 

주인공 얀과 안토니나 자빈스키 부부는 폴란드인으로서 기독교도였고, 동물들을 보살피는 동물원 사육사였습니다. 이들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끔찍한 인종말살정책에 충격을 받아 위험을 무릅쓰고 300명이 넘는 인명을 구합니다. 지은이는 안토니나의 일기와 여러 가지 자료를 토대로 ‘동물원장의 아내’로서 가족과 동물, ‘손님’들을 돌보는 안토니나의 당시 생활을 꼼꼼하게 표현합니다.

 

그들이 ‘손님’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비밀리에 활동하는 지하운동조직원과 유대인 도망자였습니다. 특히 유대인 중 상당수는 얀이 바르샤바 게토에서 직접 빼내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얀이 게토에서 유대인을 빼오는 장면들은 정말 긴장하게 됩니다. 유대인을 숨겨주는 것은 물론 이를 알면서 신고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형에 처해지는 상황에서 벌인 일입니다. 과연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요? 되묻게 됩니다.

 

‘경계 없는 글쓰기’라 하는 게 폴란드 저항운동과 게토 이야기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동물원에서 살다보니 여러 독특한 동물들이 등장하여 웃음을 지어 냅니다. 두 주인공의 아들 리시가 동물들과 어울리는 장면이나 동물들의 감성에 반응하는 안토니나의 모습은 감동을 줍니다. 이러한 상황들은 독일의 폭격과 전쟁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만행과 비교가 되며 사람에 대한 희망을 전합니다.

 

지하운동조직원들은 동물원을 암호명으로 ‘미친 별 아래 집’이라고 불렀습니다. 괴상한 사람들과 동물들이 뒤범벅이 되어 요행히 들키지 않고 살아가는 이상한 곳이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들이 살았던 ‘미친 별’, 지금 우리는 다른 별에서 살고 있는지요? 이 별은 그동안 얼마나 달라졌는지요? 책을 덮으며 세상을 둘러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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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여처다 - 지금 여기에서 처음 볼 때처럼 다시 못 볼 것처럼 사는 법
송현 지음 / 휴먼비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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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 갔더니 빨간색 표지에 웃는 얼굴이 찍혀있는 책이 있어 호기심에 들춰보았어요. 제목은 지여처다[2008. 휴먼비전], 기에서 음 볼 때처럼 시 못 볼 것처럼 산다는 뜻의 지은이가 만든 글자예요.    

 

지은이 송현은 교사, 시인, (주)한글타자기 대표이사, <한글 자형학> 출간, 아동문학가, 라즈니쉬 연구가, 무향선(無向禪) 창시자, 재혼이란 말 대신 새혼이란 말을 사용하는 사회운동가, 대학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죠.

 

기대에 부풀어 책을 천천히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첫 장 제목이 ‘어머니는 위대한 스승’이더라고요. “아, 자서전 형식으로 자기 살아온 이야기 구구절절 적힌 책이겠구나.”하는 마음에 관심이 급격하게 줄었어요. 그래도 마음을 다잡으며 진득하게 한쪽을 넘기는데, 앗, 아주 재미있네요. 하루에 다 읽었답니다. 

 

아들 대학 입학 선물로 그가 선물한 것이 무엇인 줄 아세요? 개량 한복과 콘돔 세트에요. 우리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신중하게 멋진 사랑을 하란 뜻으로.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을 만나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책은 지은이가 쓰고 모아온 글들을 출판사가 추려서 정리하였어요. 지금까지 책을 60여권 낼 정도로 글을 쓴 사람이니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고 겪었던 사건들도 많겠어요? 편집기획부는 전체 원고량과 흐름을 감안하여 중략과 조정하여서 책을 엮네요.   

 

풍부한 이야기에는 깊게 생각해봐야 하는 내용들이 있어요. 그는 결혼 한번 실패한 뒤 공개구혼장을 통해 ‘새혼’을 하는데, 공개구혼장은 진심이 담겨있어 감동을 주네요. 하루에 책 30쪽씩 배우자가 읽기를 바라며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는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바람은 이전 결혼생활 고백과 맞물리며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네요.  

 

누이가 농약 먹고 자살한 얘기와 노모가 치매로 고생을 하다가 작고한 이야기에는 눈시울이 붉어져요. 뒤에 한글 자판기 표준을 두고 정부와 다투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요. 호랑이도 벌벌 떨었을 암흑시대, 유신. 그 때 대통령과 총리에게 편지를 써서 정부를 비판하고 유인물을 뿌리는 이야기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면서 시원하기만 하네요. 다만, 타자기는 시대 속 유물로 사라졌기에 공감대가 적은 건 어쩔 수 없네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때, 명예 훼손으로 고발한 글이 가장 마지막에 실려 있어요. 민감한 종교문제인데, 현재 개신교 편향으로 불거지고 있는 불교계의 반발을 보면서 곱씹어 읽게 되네요.    

 

책 디자인과 표지가 상당히 자극을 주어 ‘빈약한 책 내용을 가리려고 한 것인가.’ 의심쩍었으나 역시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다는 ‘진실’을 새삼 느끼게 하는 책이네요. 지여처다 정신으로 그가 들려주는 뜨거운 이야기들을 읽으며 더운 여름 잊는 것도 좋은 피서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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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가득한 채식요리 58 - 나를 행복하게 하는 웰빙 음식
이양지 지음 / 리스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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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우병, 항생제 고기, 화학첨가물 등 먹을거리 불안으로 식탁에서 편하게 식사하기 어려우실 거예요. 가공과정에 뭐가 들어갔는지 먹어도 되는 건지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당뇨병, 암, 심근경색 관련 뉴스에 눈이 돌아가고 참살이(웰빙)문구를 달고 나와야 음식도 팔리는 오늘, 무엇을 드시고 있나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드높아진 만큼 채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부쩍 늘어났어요. 채식 전문 식당도 눈에 쉽게 띄고 채식 재료를 파는 쇼핑몰과 채식 동호회도 많아졌지요. 그래도 비채식인들은 ‘채식’하면 맛없고 밋밋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거나 ‘풀만 먹고 기운 없어서 어떻게 사느냐?’는 우려를 하죠.  
 



이러한 걱정을 씻어내며 <자연이 가득한 채식 요리 58>[2008. 리스컴]는 맛과 영양을 모두 만족시키는 요리법들을 담았네요. 자신이 조금만 애를 쓰면 직접 요리하는 즐거움과 건강까지 얻을 수 있지요. 
 



지은이는 자연요리 전문가 이양지이에요. 집에서 만들 수 수 있는 채식요리들은 쉬운 설명과 사진들로 소개하네요. ▲일품요리 ▲ 샐러드&전채요리 ▲ 별미요리 ▲ 간식&도시락 으로 구분지어 군침이 도는 맛깔난 요리법을 담았어요. 그리고 채식 레스토랑 3곳의 인기 메뉴 레시피를 공개했어요. 즐겨 찾는 음식점이의 요리법을 보니 도전해서 집에서 해먹고 싶어지네요. 
 



하루 세 끼 풀만 먹는 것이 채식이라고 오해하고 있었을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재료를 살펴보니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 다를 뿐 채소와 과일을 비롯해 해조류, 견과류, 잡곡류 등의 다양한 식품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네요. 고기 씹는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콩과 밀로 만든 콩고기와 밀고기 요리도 알려주고 있죠. 콩고기 먹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거의 고기맛과 차이가 안나요. 
 



덧붙여 채식을 하기 전에 같은 식품이라도 어떻게 조리하면 더 맛있고, 영양을 보완할 수 있는지 알아두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어 샐러드를 먹더라도 늘 같은 맛의 드레싱만 뿌리기보다는 다양한 맛의 드레싱을 준비하면 상큼하게 먹을 수 있지요. 
 



입맛 안 나는 무더운 여름날, 깔끔하고 가벼운 채식으로 입맛을 돌리는 건 어떨까요? 맛과 영양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며 자연과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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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의 일기장
전아리 지음 / 현문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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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이란 문학상은 다 받은 거 같고 ‘문학 천재’로 주목받은 20대 대학생 작가를 아시나요? 불쑥 이러한 얘기를 꺼내는 건 언론에서 하도 호들갑을 떠들더라고요. 5000만원 고료 세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인 {직녀의 일기장[2008. 현문미디어]}의 지은이 전아리, 책 표지에는 아이돌스타 전아리표 '성장소설‘이란 거창한 수식어가 붙어 있더군요.

 

어느새 ‘스타 소설가’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 책방 분위기를 출판사는 당연히 알고 떡하니 ‘아이돌 스타’로 마케팅을 하네요. ‘책 내용이 별로이기만 해봐라.’ 괜한 앙심을 품으며 책을 천천히 넘겼답니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그 자리에서 다 읽고 말았네요. 책을 덮으며 절로 엄지손가락을 들었답니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직녀의 일기장은 고2 여학생인 직녀가 여름방학부터 고3 졸업할 때까지 이야기를 적은 소설이에요. 한창 뛰어놀 직녀는 흔히 말하길 ‘문제아’죠. 스스로도 학교짱으로 알고 있고 위악한 행동을 꺼리지 않는 당돌한 아이죠. ‘똘마니’였다가 단짝이 된 모델 지망생 연수, 모범생이지만 한번 놀아보고 싶다는 민정이와 어울리며 겪는 학교 일상은 그리 만만치 않네요.

 

회사에서 연애를 하며 얼굴 보기 힘든 아버지, 수험생 오빠를 편애하는 어머니, 늘 치고받는 애증관계 연년생 오빠, 직녀가 마주하는 가정도 평탄하지는 않네요. 모든 이들의 집이 그렇듯.

 

아버지에게 정분을 품은 여사원에게 저녁을 얻어먹고 댄스 교실에서 만난 초등학생의 ‘사부’도 되며 수원으로 가출도 하는 주인공, 그녀가 벌이는 일들이 참 재미있네요. 어릴 때 자신이 괴롭힌 아이가 연예인이 되어 만나러 나간 TV에서 곤욕을 겪고 바로 안티카페에 가입하는 대목에서는 폭소가 터졌답니다.

 

십대 소녀의 콧노래처럼 경쾌한 줄거리와 시종일관 통통 튀는 짧게 이어지는 문장들, 눈이 휘둥그레지는 표현과 절로 입이 벌어지는 웃기는 상황들이 잘 버무려져 있네요. 10대 청소년의 감수성에 못된 행동들이 옷 입혀지면서 묘한 재미도 주고요. 당차고 씩씩한 직녀가 가끔 환자들에게 ‘과일바구니’도 받으며 간호사로 살 앞날이 기대가네요.

 

그 기대가 고스란히 글쓴이에게 이어지는 건 아무래도 나이 때문이겠죠. 이곳저곳 헤매고 더듬거리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갈 시기에 이렇게 잘 다듬어진 소설을 펴내는 전아리씨, 유명세로 여러 모 마음고생을 했을 거예요. 지은이의 말에서 ‘주기적으로 배가 흔들린다.’며 편치 않은 심정이 엿보이네요.

 

참, 짓궂은 바람이 생겨요. 쓰는 사람의 고생은 읽는 이의 즐거움으로 돌아오잖아요. 심한 비바람이 더 튼튼한 배를 만들게 하듯이 작가의 멀미는 더 좋은 글을 쓰게 하죠. 더 깊어지고 성장하여 언젠가 해적왕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가 거둘 다음 열매가 벌써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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