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녀의 일기장
전아리 지음 / 현문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상이란 문학상은 다 받은 거 같고 ‘문학 천재’로 주목받은 20대 대학생 작가를 아시나요? 불쑥 이러한 얘기를 꺼내는 건 언론에서 하도 호들갑을 떠들더라고요. 5000만원 고료 세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인 {직녀의 일기장[2008. 현문미디어]}의 지은이 전아리, 책 표지에는 아이돌스타 전아리표 '성장소설‘이란 거창한 수식어가 붙어 있더군요.

 

어느새 ‘스타 소설가’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 책방 분위기를 출판사는 당연히 알고 떡하니 ‘아이돌 스타’로 마케팅을 하네요. ‘책 내용이 별로이기만 해봐라.’ 괜한 앙심을 품으며 책을 천천히 넘겼답니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그 자리에서 다 읽고 말았네요. 책을 덮으며 절로 엄지손가락을 들었답니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직녀의 일기장은 고2 여학생인 직녀가 여름방학부터 고3 졸업할 때까지 이야기를 적은 소설이에요. 한창 뛰어놀 직녀는 흔히 말하길 ‘문제아’죠. 스스로도 학교짱으로 알고 있고 위악한 행동을 꺼리지 않는 당돌한 아이죠. ‘똘마니’였다가 단짝이 된 모델 지망생 연수, 모범생이지만 한번 놀아보고 싶다는 민정이와 어울리며 겪는 학교 일상은 그리 만만치 않네요.

 

회사에서 연애를 하며 얼굴 보기 힘든 아버지, 수험생 오빠를 편애하는 어머니, 늘 치고받는 애증관계 연년생 오빠, 직녀가 마주하는 가정도 평탄하지는 않네요. 모든 이들의 집이 그렇듯.

 

아버지에게 정분을 품은 여사원에게 저녁을 얻어먹고 댄스 교실에서 만난 초등학생의 ‘사부’도 되며 수원으로 가출도 하는 주인공, 그녀가 벌이는 일들이 참 재미있네요. 어릴 때 자신이 괴롭힌 아이가 연예인이 되어 만나러 나간 TV에서 곤욕을 겪고 바로 안티카페에 가입하는 대목에서는 폭소가 터졌답니다.

 

십대 소녀의 콧노래처럼 경쾌한 줄거리와 시종일관 통통 튀는 짧게 이어지는 문장들, 눈이 휘둥그레지는 표현과 절로 입이 벌어지는 웃기는 상황들이 잘 버무려져 있네요. 10대 청소년의 감수성에 못된 행동들이 옷 입혀지면서 묘한 재미도 주고요. 당차고 씩씩한 직녀가 가끔 환자들에게 ‘과일바구니’도 받으며 간호사로 살 앞날이 기대가네요.

 

그 기대가 고스란히 글쓴이에게 이어지는 건 아무래도 나이 때문이겠죠. 이곳저곳 헤매고 더듬거리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갈 시기에 이렇게 잘 다듬어진 소설을 펴내는 전아리씨, 유명세로 여러 모 마음고생을 했을 거예요. 지은이의 말에서 ‘주기적으로 배가 흔들린다.’며 편치 않은 심정이 엿보이네요.

 

참, 짓궂은 바람이 생겨요. 쓰는 사람의 고생은 읽는 이의 즐거움으로 돌아오잖아요. 심한 비바람이 더 튼튼한 배를 만들게 하듯이 작가의 멀미는 더 좋은 글을 쓰게 하죠. 더 깊어지고 성장하여 언젠가 해적왕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가 거둘 다음 열매가 벌써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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