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여처다 - 지금 여기에서 처음 볼 때처럼 다시 못 볼 것처럼 사는 법
송현 지음 / 휴먼비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책방에 갔더니 빨간색 표지에 웃는 얼굴이 찍혀있는 책이 있어 호기심에 들춰보았어요. 제목은 지여처다[2008. 휴먼비전], 기에서 음 볼 때처럼 시 못 볼 것처럼 산다는 뜻의 지은이가 만든 글자예요.    

 

지은이 송현은 교사, 시인, (주)한글타자기 대표이사, <한글 자형학> 출간, 아동문학가, 라즈니쉬 연구가, 무향선(無向禪) 창시자, 재혼이란 말 대신 새혼이란 말을 사용하는 사회운동가, 대학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죠.

 

기대에 부풀어 책을 천천히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첫 장 제목이 ‘어머니는 위대한 스승’이더라고요. “아, 자서전 형식으로 자기 살아온 이야기 구구절절 적힌 책이겠구나.”하는 마음에 관심이 급격하게 줄었어요. 그래도 마음을 다잡으며 진득하게 한쪽을 넘기는데, 앗, 아주 재미있네요. 하루에 다 읽었답니다. 

 

아들 대학 입학 선물로 그가 선물한 것이 무엇인 줄 아세요? 개량 한복과 콘돔 세트에요. 우리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신중하게 멋진 사랑을 하란 뜻으로.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을 만나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책은 지은이가 쓰고 모아온 글들을 출판사가 추려서 정리하였어요. 지금까지 책을 60여권 낼 정도로 글을 쓴 사람이니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고 겪었던 사건들도 많겠어요? 편집기획부는 전체 원고량과 흐름을 감안하여 중략과 조정하여서 책을 엮네요.   

 

풍부한 이야기에는 깊게 생각해봐야 하는 내용들이 있어요. 그는 결혼 한번 실패한 뒤 공개구혼장을 통해 ‘새혼’을 하는데, 공개구혼장은 진심이 담겨있어 감동을 주네요. 하루에 책 30쪽씩 배우자가 읽기를 바라며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는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바람은 이전 결혼생활 고백과 맞물리며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네요.  

 

누이가 농약 먹고 자살한 얘기와 노모가 치매로 고생을 하다가 작고한 이야기에는 눈시울이 붉어져요. 뒤에 한글 자판기 표준을 두고 정부와 다투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요. 호랑이도 벌벌 떨었을 암흑시대, 유신. 그 때 대통령과 총리에게 편지를 써서 정부를 비판하고 유인물을 뿌리는 이야기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면서 시원하기만 하네요. 다만, 타자기는 시대 속 유물로 사라졌기에 공감대가 적은 건 어쩔 수 없네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때, 명예 훼손으로 고발한 글이 가장 마지막에 실려 있어요. 민감한 종교문제인데, 현재 개신교 편향으로 불거지고 있는 불교계의 반발을 보면서 곱씹어 읽게 되네요.    

 

책 디자인과 표지가 상당히 자극을 주어 ‘빈약한 책 내용을 가리려고 한 것인가.’ 의심쩍었으나 역시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다는 ‘진실’을 새삼 느끼게 하는 책이네요. 지여처다 정신으로 그가 들려주는 뜨거운 이야기들을 읽으며 더운 여름 잊는 것도 좋은 피서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