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2010 부산시 원북원 후보도서
김곰치 지음 / 산지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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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 쓰나미가 밀어닥쳐 크나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였을 때 어느 큰 교회 목사가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기본이 안 된 말을 했다지요. 불과 얼마 전 다른 큰 교회 목사는 촛불시위에 대해 ‘사탄’이라는 말로 뱉었다죠. 종교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한 방송국에 가서 개신교인들이 시위를 하기도 했지요. 최근에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은 서울광장에서 부시 미국대통령 방한기념 특별기도회를 열었지요.

 

일상으로 눈을 돌리면 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면서 소음을 일으키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죠. 혼자 조용히 바람을 쐬고 있으면 어느 사이 다가와서 ‘복음 좀 들어달라’는 젊은 친구들도 만나볼 수 있어요.

 

한국 개신교의 문제는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니지요. 이건 일제침략기와 한국 전쟁, 이어지는 군사독재와 반공주의가 맞물리며 태어난 역사의 비극인데요, 요즘 그 슬픈 광경이 더해가네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할 때 일명 ‘고소영’이라 하여 특정교회가 언급되더니, 지난 달에 있었던 서울교육감선거는 교회에서 투표가 이루어지더군요.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불교계가 성토하기에 이르렀지요.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은 사회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네요.

 

한국 개신교는 세계에서 미국과 더불어, 그리고 그 이상 근본주의와 복음주의에 빠져있지요. 하나님(개신교에서는 하나님, 천주교에서는 하느님이란 표현을 쓴다)에게 ‘선택받은 그들’은 보통 사람들을 전도해야할 ‘죄에 빠진 어린 양’으로 바라보죠. 그렇기에 합리에 기초를 하여 토론을 하고 상식에 따라 행동을 하기보다는, 편견으로 상대를 대하고 독선으로 타인을 판단하죠.

 

이럴수록 개신교에 대한 불만과 비판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다고 욕을 하는 건 ‘자기만 옳은’ 한국 개신교와 똑같아지는 거지요. 공부를 해야지요. 이런 저런 한국 개신교 비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또한 개신교에서 주장하는 논리도 살펴봐야죠. 그리고 이둘 사이에 있는 약 2000년 전에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예수에 대해서도 알아야죠.

 

예수와 개신교에 물음표를

 

김곰치가 쓴 장편소설 빛[2008. 산지니]은 조경태와 정연경이라는 두 남녀를 내세워 예수와 개신교에 질문을 던지는 책이에요. 사회의식을 지니고 이성주의자인 주인공 조경태가 하는 독백과, 그가 ‘성령잉태설’과 ‘성경무오류설’을 믿는 정연경을 만나면서 나누는 이야기로 책은 진행되지요.

 

책 초반부에 벌써 ‘한없이 팽창한 하느님(책에서는 하느님이라고 표현)의 푸른 성기를 감상하였다. 성기가 뿜어내었던 허연 구름 덩어리가 점점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문장에 덜컥 마음의 빗장이 풀리네요. 아니,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 거야 하며 스스로 가지고 있는 규범과 잣대들을 돌아보게 되지요. 심지어 예수가 똥 누는 장면을 묘사하지요. 기독교인들이 불경하다고, 신성모독이라고 비난이 일 수 있는 글들을 보며 지은이가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는 걸 느낄 수 있네요.

 

그렇지만 이런 표현들은 책 주제로 가는 표지판일 뿐, 이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는다면 지은이가 준비해놓은 풍성한 ‘생각거리’를 놓치게 되요. 책 속에 정성껏 차려놓은 표지판을 따라 가다보면 그가 생각하는 예수를 만날 수 있지요. 그는 친구인 예수를 말하네요.

 

“요한복음 15장에 묘사된 예수는 이렇습니다. 죽기 전날 밤의 예수예요. 혼신의 힘을 다해 제자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이야기한 뒤,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합니다. 이제 너희도 하느님 나라를 다 알게 되었다. 내 계명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이것이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으니, 너희가 내가 말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 책에서

 

책을 읽고 나니 예수가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는 말을 곱씹게 되네요. 예수의 마지막 가르침이 ‘서로 사랑하라’인데 예수를 따른다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서로 사랑을 하고 있나요? 그 ‘서로’는 자신들에게만 해당되나요?

 

예수야, 친구하자

 

예수의 계명을 행하면, 마음 깊이 받아들여 전심전력으로 노력하면 친구라는 얘기에 주인공은 예수와 친구가 되는 ‘선심’을 써줘요. 지구상의 물질을 가지고 끝없이 재활용하는 하느님이기에 예수보다 자신이 2천살이 더 많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고매한 인격, 뛰어난 감성의 소유자였고 말과 행동이 거의 완전히 일치한 아름다운 사람이었는데, 생살에 못이 박히는 십자가 참형으로 죽어갔다는 것이 너무 불쌍해 그를 계속 붙들고 있는 것” 같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제 예수의 죽음에 더 이상 전율하지 말고 지금 세상에서 더 처참하게 죽어가는 사람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하네요.

 

예수 스스로도 가장 간절히 원한 ‘친구 사이’가 되려면 예수만 마냥 높일 수 없지요. 위대한 인물인 예수처럼 되려고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용서하고 끝없이 자기 성장을 위해 애를 써야겠죠. 하지만 나약하고 기대는 게 편한 사람들은 예수를 부르짖으며 복을 내려달라고 기도하는데 ‘거지 근성’이라고 따끔하게 꼬집네요.

 

신성화된 ‘환상속의 예수’를 ‘사람의 아들’로 그려내려 하지요. 예수도 ‘하느님의 현신’이었다고 해도 사람이었으니 똥을 누었겠죠. 그는 예수가 사람임을 보여주며 모두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 존재라는 것, 천국이 저 하늘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여기에서 우리 손으로 가꾸어야 하는 것이라고 얘기를 하죠. 서른세 살 젊은 나이에 죽기 전까지 예수는 가난하고 약자의 편에 서며 불의에 항거하고 사람을 위해 살았던 존경스러운 분이죠. “그대보다 나는 훨씬 오래 살 거고, 두 배 세 배로 많은 똥을 눌거야!” 라고 다짐을 하는 부분에서 예수처럼 살아서 예수와 친구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네요. “에이, 모르겠다가 아니라 아아, 모르겠다입니다. 에이, 술이나 마시러 가자가 아니라 아아, 열심히 살아야겠다입니다.”로 달라진 마음가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네요.

 

성경의 많은 구절 가운데 자신이 보고 싶은 거만 보고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을 했다고 할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도대체 200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타고 덜어내고 더해져서 이루어진 성경의 해석권은 어느 선택받은 자만 할 수 있는 걸까요? 왜 기독교의 원산지인 유럽과 다르게 한국의 큰 교회 목사들은 부자들이고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십일조를 내고 있는 걸까요? 서울 밤하늘에는 빨간 십자가가 그렇게 많은데 예수처럼 사는 사람은 왜 적을까요?

 

성경무오류설에 대해서는 이만 말을 줄이겠고, ‘성령잉태설’에 대해 놀랄만한 구절을 소개할게요. 어떻게 잉태되었는지는 마리아만이 알겠죠. 그렇지만 중요한 건, 예수도 똑같이 마리아 자궁에서 세상으로 나온 사실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상당히 신선하네요.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했다고 해도, 근데 그게 뭐 중요하노. 성령으로 생겨난 예수도 마리아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엄마 영양분을 빼앗아먹으며 자라야 했다. 열 달이 지난 뒤 양수로 몸이 번질거리는 상태로 자궁을 열고 응애!하고 나왔다. 중요한 건 그거거든.”

- 책에서

 

작가의 정성과 삶이 담겨있는 책

 

글쓴이 김곰치는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1999. 한겨레출판사]로 제 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뒤 전국 곳곳을 뛰어다니며 환경 파괴되는 현장을 취재한 르포집, 발바닥 내 발바닥[2005. 녹색평론사]을 낸 작가예요. 그가 9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빛’은 그의 이력과 삶이 배어있죠. 주인공 조경태는 지은이 김곰치(본명이 김경태)의 분신이라 할 수 있고 부산에서 살고 있는 그답게 책에서는 시시콜콜한 실제 부산의 모습들을 담아내죠. ‘지역 출판사가 잘되어야 한다.’는 평소 생각대로 부산에 있는 출판사에서 책을 내어 모든 게 서울중심인 세태에 저항을 하네요.

 

많은 사람들이 시선을 주지 않는 곳에 시선을 주고 작은 신음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던 그의 르포들을 읽었기에 더 믿음이 가는 걸 숨길 수 없네요. 글은 그 사람을 말해주잖아요. 아무나 못하는 일을 꿋꿋이 하는 그 같은 이가 세상의 ‘빛’이겠죠. 그가 독자들에게 편지 형식으로 써서 마음의 우체통으로 보낸 이 책은 완결되지 않았고 읽는 이가 눈길을 줄 때 의미를 갖고 살아나는 독특한 책이에요. 그의 뜨거운 정성과 존경스런 삶이 담겨있는 이 책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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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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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부가 11일 발표한 1차 ‘공기업 선진화’ 추진계획에는 전력·가스·상수도·건강 보험은 제외되었어요. 공기업 민영화에 강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 행보가 최근 비판 여론에 밀린 것으로 보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미국의 인터넷 포털업체 야후닷컴과 한 인터뷰에서 “국가 발전을 위해 올바른 길이 있다면 다소 힘들더라도 일관되게 정책을 확고히 밀고 나갈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해 공기업 민영화에 흔들림 없는 의지를 밝혔지요.

 
국영기업이나 공기업이 비효율적이어서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우려를 보이는 사람이 있으니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경제학 교수예요. 그는 최근 논란이 되었던 국방부선정 불온도서인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 부키)에서 “민간 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쁘다”는 통념을 깨뜨리지요.

 

공기업을 반대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드는 이유는 강력해요. 먼저 ‘주인-대리인 문제’, 즉 이론으로는 공기업 주인인 국민 개개인과 경영자들 사이에 정보 격차가 발생하여 주인이 대리인의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유로 들죠.

 

그리고 공기업 경영자들을 추가로 감독하여 수익이 늘어나도 증대분은 전체 국민에게 분배되는데 반해 비용은 감독에 참여한 국민들에게만 부과되어 누구나 감독하는 일에 관심이 없고 ‘무임승차’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공기업은 정부의 일부이기 때문에 손실을 보거나 파산의 위기를 맞으면 정부에서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예산한도가 ‘늘어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고 우려하죠.

 

얼핏 들어서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논리정연한 주장이에요. 하지만 기업의 국유화에 반대하는 위 세 가지 주장들은 마찬가지로 대규모 민간 기업에도 적용된다고 장하준 교수는 반박해요. “이들 민간 기업에 고용된 경영자들 역시 최대한 공을 들일 동기가 없고(주인-대리인 문제), 주주들 개개인 역시 고용된 경영자들을 감독할 만한 동기가 없다.(무임승차 문제) 정치적으로 중요한 민간 기업들 역시 보조금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정부의 구제 금융 조치를 기대한다며 ‘늘어나는 예산 제약의 문제’ 역시 국영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과거 사례를 다양하게 들지요.

 

하나만 소개를 하면, 미국 자동차 크라이슬러는 1980년대 초 위기를 맞았으나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는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친 레이건 정부에 의해 구제되지요.

 

여기에 신자유주의 분위기에 묻혀서 알려지지 않은 국영기업의 수많은 성공 사례를 설명해요. 싱가포르 항공, 대만 기업들, 오스트리아, 핀란드, 프랑스,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이 대규모 국영기업 부문과 함께 경제 성공을 이룬 자료를 보여주죠. 유명한 폭스바겐의 최대 주주는 독일의 니더작센 주 정부라는 사실은 꽤 흥미롭네요. 이어 국영화가 필요한 이유를 명확한 근거를 내세우며 주장하지요.

 

그러면서 민영화가 공기업의 문제점을 단박에 해결해주지 않으며 오히려 민영화에는 함정이 있다고 꼬집어요. ‘진짜 팔아야 할 만한 기업’을 어떻게 팔 것인가, ‘적절한 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는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규모’로 하는가를 따져야 한다고 권고하죠. 1998 외환위기에 ‘떨이’식으로 알짜배기 기업들을 외국에 넘겨준 경험이 있는 한국에게 밑의 글은 뼈아프게 느껴져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기업을 ‘적절한 구매자’에게 파는 것이다. 민영화로 국가 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공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능력을 가진 주체에게 매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 일 수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구매자에게 해당 산업에서 현재까지 달성한 실적을 입증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그 기업은 경영이 뛰어난 사람이 아닌 자금 조달에 뛰어난 사람에게 팔릴지도 모른다. 강조해서 말하지만, 국영 기업이 부정한 방법을 통해 경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매각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책에서

 

그는 결론적으로 말해 국영 기업을 민영화하는 게 ‘단방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해요. 따라서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이 했던 “쥐를 잡을 수만 있다면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따질 필요가 없다”라는 유명한 말에 깃들어 있는 실용적인 태도를 가지라고 조언하네요.

 

이 책의 제목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성경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에서 따왔어요. 성경과 달리 당시 사마리아인들은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무정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영미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신자유주의가 개발도상국의 어려움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을 하며 제목을 이렇게 붙였죠.

 

과거에 자신들도 경제성장할 때 썼던 보호무역과 유치산업 정책으로 부자 나라가 되었으면서 현재 개발도상국에게는 자유 무역과 시장 개방을 하라고 압박을 넣고 있지요. 신자유주의정책이 경제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영향력에 따라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정책을 충실하게 따라했던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가 지금 어떻게 사는지 고개를 돌려보세요.

 

한국도 예외가 아니지요. 어설프고 자만했던 자본개방과 이어진 외환위기, 그리고 밀어닥친 신자유주의 정책들로 한국의 양극화는 심해졌고 이에 따라 사회 갈등은 깊어지고 불만도 높아졌어요.  신자유주의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장하준 교수는 “세계화를 추진하는 힘에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된 인식에서, 역사를 이론에 맞추어 왜곡하는 태도에서 나온 것”을 지적해요.

 

가난한 한국에서 태어나 ‘잘사는 한국’이 되었지만 그는 과거를 잊지 않지요. 그렇기에 현재의 위치를 누리지 않고 개발도상국도 ‘잘 살길’바라며 그들을 정체하게 하는 신자유주의 기조에 제동을 거네요. 연구한 결과를 이렇게 책으로 내어 더 나은 세상을 바라고 진실을 알리려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컬럼비아대학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가 “명석하면서도 생생하고, 호소력까지 갖추었다. 세계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절로 새롭게 만들어주는 책이다”라고 칭찬한 이 책은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지요. 국방부에서 누가 이 책을 읽었고 선정을 했을까요? 책을 덮으며 참 궁금해요.

 

한 가지 중요한 걸 덧붙이면 민영화는 좋은 거처럼 느껴지게 되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공기업 사기업화란 말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있다는 거, 알고 계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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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텐진 갸초(달라이 라마).빅터 챈 지음, 류시화 옮김 / 오래된미래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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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낼 크리스마스 카드와 선물은 준비하셨나요? 설레기도 하지만 남은 달력 한 장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빠르게 지나간 세월에 허망하다가도 새해 첫날 품었던 다짐과 세웠던 계획을 생각하면 부끄러워지죠. 게다다 어떻게 올해를 보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점점 메말라가는 가슴이 걱정됩니다. 그러다보니 작은 거로 다투고 멀어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 잘못이 아니야.’ ‘그 사람 탓이야.’라고 핑계를 대지만 그 사람 얼굴이 눈에 밟힙니다. 거리에는 캐롤이 울려 퍼지고 밝은 표정으로 사람들이 어울리는 걸 보면 그 사람 때문에 마음이 시립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궁금하고 그리워도 자존심은 고개를 저으며 ‘그때의 분노’를 잊지 말라고 부추깁니다. 올 해도 그렇게 가고 세월은 빠르게 흘러갈 겁니다. 이렇게 올 해 연말도 보내실 건가요?

이야기를 바꿔보죠. 달라이라마 아시나요? 아! 그 스님! 할 분이 많으실 거예요. 하지만 달라이라마가 티벳의 정치, 종교 지도자이고 중국의 침략으로 인동에 망명정부로 피신했으며 티벳은 60년 가까이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분은 적을 거예요. 더욱이 중국이 셀 수 없는 사람을 죽였고 폭력적인 한인(중국인)이주정책과 혹독한 문화말살정책으로 티벳을 탄압한다는 거까지 아는 분은 드물 거예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에요. 일제침략, 내선일체, 문화말살정책, 상하이 망명정부, 어쩜 이리도 비슷하죠. 다르다면 한국은 독립을 했고 티벳은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는 거.
광복 맞은 지 60년이 지났어도 일본하면 이가 갈리는 사람이 많은데 현재도 지배당하는 티벳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얘기하네요. 용서하라고. 믿어지나요? 일제시대 때 일본을 용서하라고 말하면 어땠을까요?

빅터 챈이라는 중국인(홍콩인)이 달라이 라마와 만나 친구가 되고 겪은 달라이 라마의 추억과 생활을 담은 ‘용서’[2004. 오래된 미래]에 이런 글귀가 있답니다.
‘복수는 더 큰 불행을 낳는다. 따라서 더 넓은 시각에서 생각해야 한다. 복수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므로 용서를 선택해야 한다. 용서는 과거를 잊어버리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과거의 고통이 양쪽 모두의 편협한 마음 때문에 일어났음을 자각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

이제, ‘그때’를 다시 떠올려 봐요. 모든 게 그 사람 잘못이었나요? 박수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상대는 잘못했고 자기만 잘한 건 아닐 겁니다. 찬찬히 따져보면 별 일 아니었고 서로가 성급했고 오해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친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는 크리스마스에 먼저 마음을 열고 손 내미시는 건 어떨까요. 용서하세요. 행복해지는 건 자기 자신입니다. 가슴에 응어리진 미움을 떨쳐내고 새로운 행복이 찾아올 거예요.
용서,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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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29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한수산 지음 / 해냄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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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말입니다. 남은 달력 한 장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 어떤 이는 빙긋 웃을 거고 어떤 이는 한숨을 푸~ 내쉴 겁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간단해요. 올 해 성공했는가. 아닌가. 성공이란 말에 배어있는 한국 사회의 강박과 안달을 알면서도 굳이 이 말을 쓰는 까닭은 읽은 책에 소개된 일화가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제자들이 아이슈타인에게 선생님은 어떻게 학문에 성공하셨는지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슈타인 박사가 S=x+y+z라고 쓰더랍니다. S는 물론 성공(success)의 머릿글자지요. x는 말을 많이 하지 말 것, y는 생활을 즐길 것, z는 한가한 시간을 가지라는 뜻이라고 박사님은 설명을 해주시더랍니다. 성공의 비결, 쉽지요.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생활을 즐기고, 한가한 시간을 갖을 것. - 한수산.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해냄. 2000] 중에서 -

되풀이 되는 일상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연말을 이룰 수 없는 꿈과 힘든 생활을 술과 함께 들이켜 바쁘게 옥죄인 삶과 같이 비틀거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연말을 핑계로 오랜만에 사람들을 구경하는 행사는 너무 슬픈 일입니다.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몰아대는지요, 어떤 게 당신의 시간을 다 앗아갔는지요. 기억하시나요? 지난 해, 지지난 해에도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에 부풀어 오르던 가슴 한 쪽을. 아시지 않나요? 반가움으로 그치고 다시 맞을 앙상한 나날을.


몇 해 전 느림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가 베스트 셀러가 되었습니다. 느림이란 게 주류 속도에 저항해 ‘자기 박자와 방식’을 지키는 것일진대 모두다 그저 속도면에서 느림을 따라하는 애처로운 한국 사회, 남들처럼 술 취해 어깨동무하고 소리를 질러대야 연말을 제대로 보내는 것은 아닐 겁니다. 술기운에 헤픈 우스개 소리로 시간을 채우고 필요이상 들 뜬 분위기에 휩쓸려 허무하게 맞은 다음 날 아침을 기억하고 있으시진 않나요? 올해 연말은 말을 아끼고 좋은 책을 읽고 차분하게 마무리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먹으며 읽은 책을 선물해보시길. 내년 달력 한 장이 남았을 때, 성공한 기분을 느끼실 거예요. 올해도 수고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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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발견 - 철학자 김용석의 유쾌한 세상 관찰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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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상은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당신이다. 일상이라는 생활방식은 삶의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일상에 감사하고 평범함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지만 일상은 지루함의 다른 말이기 쉽고 지긋지긋하게 되풀이되기 쉽다. 이러한 일상이 성에 안 차 바꾸고 싶은 사람이 많다. 여행을 떠나서 잠시라도 일상을 벗어나거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 일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새로운 눈으로 신선하게 받아들이면 일상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일상의 발견](2002, 푸른 숲)은 일상에 대한 유쾌한 깨달음들을 모은 책으로 책 제목처럼 일상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은이는 ‘짧은 글 속 작은 생각’인 만큼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소리 높여 주장하지 않는다. 누구든 일상생활을 하므로 담담히 정곡을 짚어줘서 읽는이가 삶을 성찰하고 새로운 실천을 하리라 희망한다. 그래서 지은이는 날카롭고 깊이 있는 시각으로 일상을 해석하고 수려한 글 솜씨로 맛깔나게 자기 생각을 쓴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은 ‘일상 속 야만과 문명’으로 일상에 감춰있는 야만을 들춰내고 문명으로 싼 일상의 속살을 드러내어 한국의 문화 양식을 돌아본다. 2장 ‘당연함의 거짓말’은 일상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현상과 행태 분석을 하고 새로운 생각을 제시한다. 3장 ‘다른 것이 자연스럽다’는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배타의식과 주류주의를 꼬집고 비판하여 다양성의 가치를 알려주고 이해시킨다. 마지막 장 ‘넓고도 깊은 세상’은 세상 흐름을 진단하고 더 나은 세상과 사회를 모색하고 제안한다.

한 꼭지, 한 꼭지를 읽을 때마다 일상 속 위화감을 느꼈지만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던 문화행태들을 톡 건드리기 때문에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효자손처럼 시원한 지적 쾌락을 느낀다. 얼마나 글을 잘 썼냐면 책을 읽고 이렇게 좋은 책을 써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실제로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어 감사의 편지를 썼고 다정과 친절이 듬뿍 실린 답장도 받았다.) 지은이는 김용석씨로 현재 영산대 교수로 있고 문화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제적 접근과 일상적 분석을 시도하며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때론 힘들고 어려운 세상살이지만 사소한 것들을 아끼고 살피다 보면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여 즐겁고 귀한 세상살이가 된다. ‘잘’사는 일상은 그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발견’되고 사소한 것부터 ‘실천’해야 하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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