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한수산 지음 / 해냄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연말입니다. 남은 달력 한 장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 어떤 이는 빙긋 웃을 거고 어떤 이는 한숨을 푸~ 내쉴 겁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간단해요. 올 해 성공했는가. 아닌가. 성공이란 말에 배어있는 한국 사회의 강박과 안달을 알면서도 굳이 이 말을 쓰는 까닭은 읽은 책에 소개된 일화가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제자들이 아이슈타인에게 선생님은 어떻게 학문에 성공하셨는지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슈타인 박사가 S=x+y+z라고 쓰더랍니다. S는 물론 성공(success)의 머릿글자지요. x는 말을 많이 하지 말 것, y는 생활을 즐길 것, z는 한가한 시간을 가지라는 뜻이라고 박사님은 설명을 해주시더랍니다. 성공의 비결, 쉽지요.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생활을 즐기고, 한가한 시간을 갖을 것. - 한수산.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해냄. 2000] 중에서 -

되풀이 되는 일상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연말을 이룰 수 없는 꿈과 힘든 생활을 술과 함께 들이켜 바쁘게 옥죄인 삶과 같이 비틀거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연말을 핑계로 오랜만에 사람들을 구경하는 행사는 너무 슬픈 일입니다.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몰아대는지요, 어떤 게 당신의 시간을 다 앗아갔는지요. 기억하시나요? 지난 해, 지지난 해에도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에 부풀어 오르던 가슴 한 쪽을. 아시지 않나요? 반가움으로 그치고 다시 맞을 앙상한 나날을.


몇 해 전 느림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가 베스트 셀러가 되었습니다. 느림이란 게 주류 속도에 저항해 ‘자기 박자와 방식’을 지키는 것일진대 모두다 그저 속도면에서 느림을 따라하는 애처로운 한국 사회, 남들처럼 술 취해 어깨동무하고 소리를 질러대야 연말을 제대로 보내는 것은 아닐 겁니다. 술기운에 헤픈 우스개 소리로 시간을 채우고 필요이상 들 뜬 분위기에 휩쓸려 허무하게 맞은 다음 날 아침을 기억하고 있으시진 않나요? 올해 연말은 말을 아끼고 좋은 책을 읽고 차분하게 마무리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먹으며 읽은 책을 선물해보시길. 내년 달력 한 장이 남았을 때, 성공한 기분을 느끼실 거예요. 올해도 수고많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