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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며 더불어 혼자 사는 비혼의 세상
곽민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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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 건 20대 중반 무렵이었다. 무수히 많은 이유가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생각하고 고민했지만 그때마다 결론은 하나였다. ‘결혼하지 않겠다.’
비혼을 결심한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너 같은 애가 제일 먼저 결혼하더라.”였다. ‘결혼하지 않겠다’는 나의 말에, 그 생각은 곧 변하게 될 거고, 너도 언젠가 결혼을 할 것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열에 아홉은 그렇게 반응했다. “결혼도 안 할 거면서 연애는 왜 해?”라는 질문도 수없이 받았다.
서른 중반에 접어든 내게 이제 ‘너 같은 애가 제일 먼저 결혼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미 많은 지인들이 결혼했고, ‘제일 먼저’라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결혼 적령기를 지나버렸다.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라는 책이 내가 비혼을 결심한 무렵에 나왔더라면, 나는 조금은 더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었을까? 비혼이 나의 ‘선택’이라는 것을. 그러니 조금 더 존중해달라고 말이다.
“저러다가 가겠지.” 혹은 “너같은 애가 제일 먼저 결혼하다” 같은 말이 돌아올 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지 않는 게 서운한 마음에 계속해서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이상하지 않은가. 언제 하냐기에 안 한다고 했으면 ‘그렇구나’ 하면 될 것을, 내게 의견을 물어놓고는 결론은 자기네들끼리 이상하게 내는 것이. 중식당에 갔는데 사장님이 짜장면, 짬뽕 중 뭘 먹겠느냐고 해서 짬뽕이라고 했으면 ‘네!’하면 될 것을, “저러다 짜장면 먹겠지, 뭐.”하고 내 주문을 메모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대체, 왜 안 듣는 거예요? 이럴 거면 내 생각은 왜 물어본 거예요?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프롤로그 中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는 비혼 팟캐스트로 활약 중인 곽민지 작가가 비혼을 주제로 작성한 에세이다. 작가가 운영하는 비혼 팟캐스트는 이미 누적 조회수 800만을 기록했을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에세이 또한 팟캐스트 못지않게 솔직함을 무기로 제작됐다.
작년 이맘때쯤 했던 이 대화 이후, 할머니는 나를 오랜만에 만나면 “결혼 안 하나?”라는 질문 대신에 “좋나?”, “재미있나? 하고 물으신다. “응, 나 요즘도 좋아.”하면 할머니는 “아이고~”하고 알사탕 같은 두 광대를 반짝이면서 웃으신다.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255p
책은 작가가 비혼으로 살아가게 된 배경과 비혼의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진솔하게 전한다. 작가는 비혼자들이 마주하게 되는 사회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꾸며내지도 않는다. 그저 덤덤하고 솔직하게 비혼의 삶을 바라보며, ‘삶의 한 방식’임을 인정하자고 전한다.
나는 적절하지 않다. 적절하려고 평생 노력하며 살겠지만, 그 적절하려는 노력의 방향과 강도도 적절할 방법이 없으므로 나는 적절한 사람이 아닌 채 평생 살아가게 되겠지. 하지만 말해도 된다. 내 삶을 이야기할 자격은 내가 나에게 주었다면 그만이니까.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266p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는 비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내 삶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비혼을 결심한 사람이든, 기혼자이든, 책장을 넘기는 순간 삶을 사랑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키울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