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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정중할 것 - 과거, 상처, 인간관계, 스트레스로부터 온전히 나를 지키는 지혜
호르스트 코넨 지음, 한희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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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정중할 것>이라는 책 제목만 보면 언뜻 누군가에게 하는 명령처럼 들린다. 이봐, 당신! 나에게 좀 정중하지 그래? 하지만 책의 표지에 적혀있는 문구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나에게 정중할 것'에 숨겨진 의미를 금세 찾을 수 있다. '과거, 상처, 인간관계, 스트레스로부터 온전히 나를 지키는 지혜'라는 문구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나를 사랑하기 위한 심리학적 조언'이라는 문구가 눈에 띤다.
저자 호르스트 코넨은 독일의 심리학자이며 이름난 인성코치이다. 인성코치라는 개념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규 교육 과정이 생긴지 수 십년이 됐을 만큼 국내와 해외에서도 그 중요성이 인정된 직업 중 하나다. 저자는 30여 년 동안 기업의 경영자, 언론가, 운동선수 등을 대상으로 코칭과 상담을 실시했다. 그들이 직업적인 면에서나 개인생활 면에서 균형과 만족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니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스스로가, 스트레스 만성 상태이거나, 인간관계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면, <나에게 정중할 것>을 완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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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여덟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있는데, 첫 장의 주제는 '과거에 연연해하는 나에게'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실패를 했다. 성공과 실패 중 실패의 빈도가 더 높을지도 모른다. 호르스트 코넨은 일련의 실패, 실패가 아니더라도 과거의 경험들로 일어난 부정적인 생각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평생토록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어떤 일을 해보기도 전에 '난 안 될거야'라고 짐작하며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들은 '훈련'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호르스트 코넨은 과거와 화해하기 위한 세 가지 원칙을 밝힘으로써, 새로운 시작을 하기를 권한다. 당신의 삶이 바뀌길 원한다면 말이다. 그가 제시한 세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받아들이거나, 바꾸거나 아니면 버려라" 과거와 매듭을 짓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지만, 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1장의 끝, 저자는 밝힌다.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누구나 삶의 무게가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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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두 번째 장은 스스로에게 자꾸만 스트레스를 주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담겨있다. 현대 사회를 살다 보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신의 지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우리는 종종 회사, 가족, 친구나 지인들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저자는 이런 중압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두 번째 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완벽주의자가 될 필요가 없다는 저자의 말이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그럴수록 스트레스와 중압감은 증가한다. 저자는 이러한 완벽주의를 '스스로 만든 감옥'이라고 표현하며, 이런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느슨해지고, 때로는 부주의해도 괜찮다고 다독인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든 상황에 맞게 적당한 양으로 조절할 줄 아는 것이다. 자신에게 거는 기대와 요구도 마찬가지다. 너무 높으면 이로울 게 없고, 오히려 자신의 경력이나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적당한 균형을 염두에 두고,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에 한 스푼의 여유를 섞길 바란다. 내면의 의무감을 덜어내고 자기만의 기호를 섞어보자." (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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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장은 스트레스와 짜증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데, 직장 스트레스를 심각하게 받고 있는 요즘의 나에게 가장 이로운 내용이 담겨있는 챕터였다. 만약 직장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3장과 4장의 내용이 적절하게 연결될 것이다. 저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화의 독에 빠지지 않는 몇 가지의 방법을 소개 한다. 화가 나기 시작한다면, 그 단계부터 스스로를 다스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화가 날 때부터 '화'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 웃음과 유머로 대응하며 화를 다스릴 것, 생각을 전환할 것 등 몇 가지의 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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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네 번째 장을 통해 대하기 어려운 사람을 유형별로 정리해 조언하고 있다. 험담형, 역사를 늘어놓는 형,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유형, 툭 하면 흥분하는 유형, 불평꾼, 얌체형 등 여러 유형을 소개하며 각 유형별로 어떻게 대처할지 소개한다. 만약 당신이 힘들어하는 유형의 사람이 저자가 소개한 유형 중 한 가지에 해당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러 유형에 복합적으로 속한다면 꼼꼼하게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특히 저자는 그들을 '낯선 나라'의 풍경처럼 바라보라고 말한다. 그들을 낯선 나라의 풍경, 그러니까 나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로 규정하고 생각한다면 내면의 에너지는 온전히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내면의 에너지는 당신을 지키기 위해 써라. 이것은 당신과 우리 모두를 위해 당신이 이행해야 할 평화의 의무이기도 하다. 성격이 까다로운 사람을 대할 때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경계를 날마다 넘어서야 한다. 이것은 바쁘고 고단한 일상에서도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의 비밀이다." (1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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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늘어난 건 뱃살과 불평불만 뿐이다. '다니기 싫다'라는 말을 커피처럼 입에 달고 산다. 호르스트 코넨은 이러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삶의 동기를 다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 동안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자신을 움직이는 삶의 활력소를 가만히 살펴보라는 것이다. 삶의 동력 장치가 고장나버린 상태라면, 그 동력 장치를 새롭게 설치하고 더 나은 동력을 찾으라는 것. 우리는 종종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내면에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숨어있다. 우리의 성공을 도와주는 것이 어느 쪽인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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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장에서는 직관의 힘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한다. 만약 당신이 머리를 쓰는 일을 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사고해야 할 때를 대비해서 반드시 훈련된 두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성의 힘을 더 믿고, 논리적인 사고를 맡은 좌뇌를 집중적으로 계발하지만 감각이나 감정, 직관 등 우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즉, 이성적 능력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직관적인 능력을 키우는 노력 또한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장에서 저자는 직관을 기르기 위해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의식적으로 천천히 행동하고, 집중해서 시간을 느끼라고 제안한다.
"직관의 목소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생활하면서 결정을 내리는 데 참고할 중요한 수단으로 삼는다면, 자기 자신과 내면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더 큰 만족과 행복을 누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성이 시킨다고 해서 그리 이롭지도 않은 것을 억지로 할 필요가 없으며, 자신에게 맞는 것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2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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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변화가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저자는 변화가 필요한 순간에 어떤 '신호'가 온다고 말한다. 명확하지 않은 신체의 고통이라든가, 낯선 느낌, 권태로움, 과민함, 퇴보, 똑같은 꿈 등이 변화가 필요한 순간에 오는 신호들이다. 이러한 신호들이 당신에게 왔을 때, 당신은 주저하지 않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가능성을 점검하고, 배우고, 즐기고, 관리해야 한다. 저자는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변화는 하나의 '모험'이다.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사람과의 연애, 새로운 삶의 지표와 같은 변화는 그 어떤 사람에게도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저자는 비록 어렵고 지루한 여정이 될 지라도 '모험'이라는 여행에 동참하라고 말한다.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낯선 내 모습에 내 전부를 걸고 변화하기 위해 애썼다. 물론 더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많았다. 나 자신의 일부를 버린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갈등하고 흔들리면서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지 자문했다. 언젠가 다시 불만이 찾아올 테고, 결과는 똑같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혹여나 그런 씁쓸한 결과를 맞아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정상의 위치에서 자발적으로 내려오는 것, 몇 년 후 새로운 봉우리에 오르기 위해 더 적어진 수입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매일 새로워지기 위해 스스로 새로운 시도를 감행해야 한다. 손에 쥔 것도 없이 더 나은 삶을 위한 막연한 희망만 있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변화하기 위한 단계를 거쳤던 것을 후회해본 적은 없다." (2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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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장은 삶을 즐기기 위한 방법론으로 채워져 있다. 저자는 매일을 축제처럼 살 수는 없지만, 삶을 즐겨야 하는 개인의 의무 또한 소홀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삶을 몇 배로 즐기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현재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언젠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것은 계획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현재를 무의미하고 중요하지 않게 보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원하는 삶을 미래로 미루는 아둔한 행동은 금지해야 한다.
또한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삶의 진정성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타인의 기대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 잘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바라볼 용기를 키우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책의 맺음말에서 저자는 '자신을 들여다 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다. 내가 나를 오롯이 이해하고 사랑해야만 타인을 대하는 태도도 바뀐다. 나쁜 마음과 화, 분노, 복수심, 스트레스로 가득 차있는 상태에서는 그 누구도 온전히 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책의 제목인 '나에게 정중할 것'은, 타인을 정중하게 대하기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내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는 저자의 조언을 담은 메시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