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 보이지 않는 것에 닿는 사물의 철학
함돈균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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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는 대상을 통해 함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그러나 내가 이 대화에서 추구했던 것은 공동의 상식적 시각이 아닌, 오히려 그것에서 벗어나거나 넘어선 시각이었다. 표면의 모자가 아니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보아뱀 속의 코끼리를 보는 너머의 눈, 존재의 깊이에 닿는 대화 말이다.”

 


함돈규 작가의 저서 <사물의 철학>은 시스루에서 포스트잇까지 수 많은 사물을 다양한 철학적 성찰로 풀어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조금 더 심화되고 깊이있는 시각으로 사물을 풀어낸 <코끼리를 삼낀 사물들>이라는 책으로 돌아왔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익숙한 사물부터 낯선 사물까지, 다양한 관점으로 사물들을 바라본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사물이 결합되어 있는 '만년필'에서는 한비자의 양립할 수 없는 논리의 비공존성과 마크 트웨인의 찌르는 웃음을 읽는다. 간단한 조작으로 인간의 시야를 넓힌 '드론'에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찾아낸다. 걸그룹의 핫팬츠에서는 해방감과 주체성, 관음증 등의 아젠다를 끄집어내며, 에코백은 유행을 넘어 도덕적, 정치적 무의식의 세계로 나아가는 기호라고 해석한다.

 


저자는 '사물'을 단순히 사물로 보지 않고,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시간과 국가의 체제를 개념화하는 정서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이후, '노란 리본'은 한국인들에게 '비극과 모순의 상징'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인형뽑는 기계'는 어떠한가. 인형을 뽑으리라는 기대보다는 뽑는 행위에 집중하게 된다는 점에서 허무주의를 읽을 수 있다. 이처럼 저자는 사물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물한다.


 

특히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새롭게 생각하는 역발상은 격변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표면의 모자가 아니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리고 보아뱀 속의 코끼리를 보는 너머의 눈을 주목한다.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지만,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멋진 통찰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 예고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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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하포드의 경제학 팟캐스트 - 현대 경제를 만든 50가지 생각들
팀 하포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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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과 같은 몇몇 발명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한 반면, 디젤 엔진처럼 발명 초기에 상업적인 실패를 맞이한 것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 발명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평범해 보이는 발명 속에 숨은 일상적인 기적을 보여준다. 또한 어떤 발명은 거대하고, 비인간적이고, 경제적인 차원에서 끔찍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반면, 다른 발명은 인간의 창조성과 비극적 운명에 대해 말해준다.”

 


따지고 보면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그 어떤 것도 '발명'의 산물이 아닌 것이 없다. 서평을 쓰기 위한 '', '노트북', '마우스'도 모두 인간의 발명품에 속한다. 팀 하포드의 <경제학 팟캐스트>는 인간의 '발명''경제학'이라는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춰 전개된다. 저자가 이야기 하려는 것은 단순히 '어떤 것이 발명되었다'가 아니라, 그로 인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에 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발명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극할 수 있을까?

새로운 아이디어의 영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그리고 어떻게 선견지명을 발휘하여 긍정적인 영향은 강화하고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을까?“

 


발명은 인간들이 생활을 함에 있어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시작되었다. 손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힘들어서 쟁기와 같은 농기구가 발명되었고, 먼 거리를 걸어가기 어려워 자동차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저자는 발명이 단순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발명은 해결책의 이상이며,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바꾼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 팀 하포드는 발명 예찬론자가 아니다.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들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어떤 발명은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중에서 인간이 조금 더 지혜롭게 활용했다면 더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발명에서의 인간의 역할을 강조한다.

 


전력망과 교통 네트워크가 전적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배터리를 기반으로 돌아가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목표는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는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알레산드로 볼타가 이룬 발명의 진가는 어쩌면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251p)”

 


과거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의 보급이 임계점을 넘어섰을 때, 땅콩기름을 대중화하거나 증기기관 개발에 투자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는 노력은 의미를 잃었다.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점이다.

 


발명은 의도치 않은 결과와 부작용을 낳았지만, 대부분 긍정적인 영향이 전반적으로 지배적이었다. 또 발명이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높여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50가지의 발명품 모두 인간에게 더할 나위 없는 혜택을 제공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과 한계는 인간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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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 전야 - 촘스키, 세계의 미래를 향해 던지는 고발장
노엄 촘스키 지음, 한유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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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수동적이고 사회에 무관심하며 소비주의에 빠지거나

약자를 증오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힘 있는 자들은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고

살아남은 자들은 그 결과를 지켜봐야만 한다.“

 



미국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핵심시설을 공습했다. 사흘이 채 지나지 않은 일이다. 미국의 결단으로 서방 국가들과 시리아 동맹국 간의 대결구도가 더욱 부각되었고, '신 냉전 체제'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이번 공격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것은 당사자 국가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마 북한의 김정은도 머지않은 본인의 미래(?)라고 생각한 탓인지, 미국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석학이자 지식인으로 꼽히는 노엄 촘스키(Noam Chomsky)의 신간이 나왔다. 대학시절 전공 서적 속의 그의 이론들은 따분하기 그지 없었는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그의 이론이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90세에 가까운 나이에 그가 최근 집필한 <파멸 전야>를 읽은 후 든 생각이다. 노엄 촘스키가 지금의 우리, 당신과 나, 그리고 세계에 묵직한 경고장을 보내왔다.

 

최근 한반도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합동 군사 훈련이 실시되었다. 북한의 관점에서 이것은 명백한 위협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캐나다에서 미국을 겨냥해 그런 훈련을 한다면 미국 역시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 군사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최첨단 폭격기인 스텔스B-2B-52는 바로 북한 국경 근처에서 핵폭격 모의 훈련을 실시했다. 이런 상황은 분명 과거의 사건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북한 국민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한다. 따라서 아주 공격적이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서방에 이 모든 일은 그저 북한 지도자들이 얼마나 정신이 나갔고 지독한지 보여주는 단면일 뿐이다. 물론 북한이 그렇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북한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이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185P)”

 

저자인 노엄 촘스키는 미국의 진보 지식인을 대표하는 인물인 만큼, <파멸 전야>에서도 미국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자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행하고 있는 정치나 외교 분야에서의 태도를 비판하고, '이상 변론을 마친다'등의 유머를 활용하여 풍자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는 '지구 종말시계'가 미국 때문에 앞당겨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핵무기는 끊임없이 즉각적인 파멸의 위험을 안기지만, 적어도 우리는 최소한 그 위협을 줄일 방법, 나아가 없앨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핵확산금지 조약에 서명했던 핵강국들이 떠맡은(그리고 내팽개친) 의무라고 말한다. 핵 문제를 다룰 역량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더 이상 지체한다면 그 재앙은 분명 종말을 향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촘스키는 초지일관 인류와 세계가 처한 문제에 대해 '냉철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 모든 관점들이 '인류애'를 바탕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가 말하는 미국의 쇠락과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전쟁들, 핵 전쟁의 위협, 테러리스트의 활보, 환경 문제 등 모든 문제들은 '인류애' '책임감' 없이는 극복하기 힘든 문제들이다. 그가 <파멸 전야>의 가장 첫 번째 장으로 '지식인의 책무'를 언급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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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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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모질게 먹고 속도를 높여서 산을 내려가,

호수 언저리에서 돌아보니 구름 사이로 빛기둥이 보였다.

그 빛이 비치는 곳에서 신들이 아마 놀고있을 것이다.

눈부시고, 건강하고 신비로운 곳.

 


최근 뉴스에서 '귀농청년들'에 대해서 집중 보도를 한 적이 있었다. 멀쩡하게 회사생활을 잘 하던 청년 A씨는 불현듯 시골로 내려가 딸기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그가 만든 체험형 딸기농장이 어마무시(?)하게 성공해 지금은 돈방석에 앉았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가 잘나가는 귀농청년이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전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행복하다는 데 있었다. 그의 뉴스를 보며 배가 아팠다. 역시 행복한 삶은 결코 도시에서, 조금 더 좁혀서 말하자면, '도심 속 직장'에서는 영위하기 어려운 것이란 말인가.

 

<신들이 노는 정원>은 내가 한창 귀농청년들을 부러워하며 배 아파하고 있을 무렵 읽은 책이다. 물론 책에는 귀농청년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세 아이의 엄마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미야시타 나츠와 그녀의 가족들이 나온다. 도심에서 벗어난 그들은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도 37km나 떨어진 산속 외딴 마을로 향한다. 휴대전화가 될 리 없는, 난시청 지역이라 텔레비전도 보기 어려운 곳으로 말이다.

 

가족일기 형식으로 적어내려간 책에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산골마을의 모습이 빼곡하게 묘사되어 있다. 미야시타 나츠의 시선은 때로는 세 아이들의 엄마로서, 한 남편의 아내로서, 그리고 때로는 대자연 속에서의 '인간'으로 변화한다. 자연과 함께 교감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모습, 가공하지 않은 날것에서 오는 기쁨 등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신들이 노는 정원>을 읽다보면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과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자연의 모습이 한편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간다. 작가가 시골 마을에서의 삶을 담은 책에 왜 '신들이 노는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을과 숲 그리고 자연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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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팝니다 - 상업화된 페미니즘의 종말
앤디 자이슬러 지음, 안진이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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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욕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은 근본적으로 불평등한 장소에서 당신들에게 아무런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지 않고도 존재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것, 바로 그것이 시장 페미니즘이다.”

 

미투(Me Too) 열풍이 확산되면서 다시금 페미니즘이 주목받고 있다. 사실 페미니즘과 미투가 비슷하거나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같은 결을 같고 있다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페미니즘과 미투의 본질적인 의미는 신문이나 TV, 인터넷 SNS를 통해서 그 의미가 많이 왜곡되고 변질되고 있다.

 

앤디 자이슬러의 <페미니즘을 팝니다>에서는 상업적으로 포장되고 이용되는 페미니즘을 파헤치며, 페미니즘에 대충매체를 통해 어떻게 변화하고 변질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페미니즘의 본질적인 의미가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권리'임을 끊임없이 일깨워 준다.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이러한 본질을 더 자주 언급해서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권 신장은 남용되고 있다. 물론 우리는 뭐든지 좋아할 권리가 있고, 사회가 하지 말라는 일들에 대해 좋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권 신장을 오직 여성과 페미니즘 운동에만 연결시킨다면 앞으로 나아갈 길은 흐릿해진다. 생각해보라. 모든 것이 여권 신장이라면, 사실은 아무것도 여권 신장이 못 되는 것이다.”

 

저자는 왜곡되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해 설명하며 '시장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상업화된 페미니즘으로서의 시장 페미니즘은 영화와 TV프로그램, 소설 등 대중매체에 강력한 여성이 등장하는 것은 여권이 신장된 현실을 반영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또 여성 친화적인 작품이 흥행하는 현상이 여성의 영향력 증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낙관한다.

 

우리는 페미니즘이 시장성을 띠며 대중화되는 것을 '페미니즘의 성공'으로 여기지만 저자는 이를 상당히 경계한다. 소수의 여성이 권리를 누리는 동안 대부분의 여성은 여전히 성범죄에 노출되거나 여성성을 강요받거나 임극격차나 승진 등의 불평등한 처우를 받고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페미니즘이 재미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언제나 있는 문제였다. 페미니즘은 원래 재미있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복잡하고 딱딱하며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페미니즘은 심각하다. 왜냐하면 페미니즘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페미니즘을 팝니다>를 통해 유행처럼 불려지고 있는 페미니즘과 페미니즘이 급직전으로 주류 문화에 편입되면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분석하고 있다. 특히 현재 여성해방이 완성되었으니 페미니즘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왜 아직도 페미니즘이 필요한지 꼬집어준다.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면서 페미니즘이 더 많은 여성들을 위해 의미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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