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마음을 모질게 먹고 속도를 높여서 산을 내려가,

호수 언저리에서 돌아보니 구름 사이로 빛기둥이 보였다.

그 빛이 비치는 곳에서 신들이 아마 놀고있을 것이다.

눈부시고, 건강하고 신비로운 곳.

 


최근 뉴스에서 '귀농청년들'에 대해서 집중 보도를 한 적이 있었다. 멀쩡하게 회사생활을 잘 하던 청년 A씨는 불현듯 시골로 내려가 딸기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그가 만든 체험형 딸기농장이 어마무시(?)하게 성공해 지금은 돈방석에 앉았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가 잘나가는 귀농청년이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전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행복하다는 데 있었다. 그의 뉴스를 보며 배가 아팠다. 역시 행복한 삶은 결코 도시에서, 조금 더 좁혀서 말하자면, '도심 속 직장'에서는 영위하기 어려운 것이란 말인가.

 

<신들이 노는 정원>은 내가 한창 귀농청년들을 부러워하며 배 아파하고 있을 무렵 읽은 책이다. 물론 책에는 귀농청년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세 아이의 엄마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미야시타 나츠와 그녀의 가족들이 나온다. 도심에서 벗어난 그들은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도 37km나 떨어진 산속 외딴 마을로 향한다. 휴대전화가 될 리 없는, 난시청 지역이라 텔레비전도 보기 어려운 곳으로 말이다.

 

가족일기 형식으로 적어내려간 책에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산골마을의 모습이 빼곡하게 묘사되어 있다. 미야시타 나츠의 시선은 때로는 세 아이들의 엄마로서, 한 남편의 아내로서, 그리고 때로는 대자연 속에서의 '인간'으로 변화한다. 자연과 함께 교감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모습, 가공하지 않은 날것에서 오는 기쁨 등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신들이 노는 정원>을 읽다보면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과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자연의 모습이 한편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간다. 작가가 시골 마을에서의 삶을 담은 책에 왜 '신들이 노는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을과 숲 그리고 자연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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