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차 세계대전 - 유럽의 종말과 새로운 세계의 탄생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세계대전 1
A. J. P. 테일러 지음, 유영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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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기도 했다.

우리가 이 전쟁을 더 잘 이해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당시 사람들은 그러하지 못했지만,

우리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차 세계대전>, 9p





 

세계사를 배웠던 학창 시절로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1차 세계대전은 1914년부터 독일, 오스트리아와 연합국(영국, 프랑스, 러시아)의 대규모 전쟁이었던 것으로만 기억한다. 당시 시험보기에만 급급해서 1차 세계대전의 주요 원인, 참전국, 결말 정도만 암기했는데, 1차 세계대전의 영향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해서 깜짝 놀랐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전쟁이 우리의 삶에 이렇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역사를 과거로만 생각할 수 없는 극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A.J.P. 테일러의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차 세계대전>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 원인부터 연도별로 전쟁의 진행 과정이 담겨있다. 1차 세계대전의 시작은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프란츠 페르디난트 부부 피살사건으로 시작된다. 세르비아 청년이 이 부부를 피살하자(사라예보 사건) 이를 계기로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전쟁을 선포한 것. 이웃 국가인 러시아가 세르비아의 편에 섰으며, 독일이 오스트리아 편에 섰다. 뒤이어 동맹국들이 전쟁에 함께 뛰어 들면서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커다란 사건이 사소한 원인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자 무언가 엄청난 힘이 빚어낸 결과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세부적인 것을 살피다 보면 그러한 근본적인 힘을 발견해내는 것이 어렵기 마련이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전쟁을 도발하겠다고 결정한 일은 어디에도 없었다. 정치가들의 판단 착오였다<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차 세계대전>, 15p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차 세계대전>에는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1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사진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저자는 전쟁에 참전한 국가들의 전쟁 당시 입장과 위치를 설명하면서, 1차 세계대전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무엇보다 전선을 파악할 수 있는 지도가 유독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독자들은 지도를 바탕으로 당시의 상황을 조금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A.J.P. 테일러는 특히 '무명의 병사들이 제1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었다고 칭하며, 이들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된 것 외에 별다른 기록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니 그가 책 속에 무명의 병사들의 모습을 최대한 많이 삽입한 이유는 아마 이들을 기리기 위함일 것이다. (책에는 무려 200장이 넘는 사진과 지도가 담겼다!)

 

대중 전쟁의 시대에 각 나라들은 어떤 숭고한 목적을 위해 싸운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어쩌면 실제로 그랬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국민들은 전쟁이 끝났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나섰던 십자군 전쟁의 신념을 잊어버리라는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정치가들은 동일한 감정과 동일한 무기로 평화를 이루어야 했다.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차 세계대전>, 319p

 





4년 간의 1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패배로 끝이 났다. 하지만 여전히 작은 전쟁들이 계속되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은 다시 없을 거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 전쟁이 유토피아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전쟁에 참여한 모든 나라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이타적인 목적들을 위해 헌신을 했고 고초를 겪었다. 그 중 누구는 이타적인 목적이었고, 누구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 모두 더 나은 세계를 원했다는 것은 동일했다. 각기 다른 목적 속에서도 '더 나은 세계'를 원해서 일어난 전쟁.

 

A.J.P. 테일러가 이야기 1차 세계대전을 분석하면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하나일지도 모른다. 더 나은 세계를 위해서 일어난 1차 세계대전은, 결코 그 어떤 유토피아도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1차 세계대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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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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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1억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소설 '헝거게임 시리즈'의 신작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가 발간됐다.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큰 흥행에 성공한 헝거게임 시리즈는 이미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이번 신간은 '프리퀄'편이라, 다시 한번 헝거게임 시리즈를 정주행 할 계기를 만들어 준다.

 

전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헝거게임'의 룰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데, 이번 신작에서는 새로운 룰이 추가되니 다시 한번 집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헝거게임의 룰은 아래와 같다.

 

<헝거게임 룰>

- 모든 과정은 24시간 TV로 생중계된다.

- 시청자들은 마음에 드는 아이에게 돈을 걸 수 있다.

-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경기는 계속된다.

 

폐허가 된 북미 대륙에 세워진 독재국가 '판엠'. 판엠의 수도인 '캐피톨'에서 이 사악한 룰이 시작된다. 캐피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오직 캐피톨만을 위해 존재하며, 가난과 굶주림만이 그들을 반길 뿐이다. 캐피톨을 제외한 구역은 1~12구역으로 나뉘는데, 그들의 대부분은 캐피톨 즉, 수도에 물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1~12구역의 아이들은 캐피톨의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헝거게임'을 위한 조공이 되어야만 하는 운명. 1~12구역의 아이들 24명이 모여 단 한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경기를 펼치는 헝거게임. 이 모든 과정은 캐피톨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만, 스포츠 행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헝거게임> 시리즈의 본편이 주인공인 캣니스가 헝거게임의 우승자가 되기까지의 고난과 역경을 심장 쫄깃하게 그렸다면, 프리퀄 편인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본편에서 판엠의 대통령이었던 스노우가 아카데미 학생 시절일 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죽음이라는 위협이 없었다면 별 교훈이 되지 못했을 거야.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그건 벌거벗은 인간성이야. 조공인들 그리고 너도. 문명이 얼마나 빨리 사라졌니. 너의 좋은 매너, 교육, 가족 배경,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모든 것이 눈 깜빡할 사이에 벗겨졌고 넌 너의 본모습을 전부 드러냈어. 곤봉을 가지고 다른 아이를 때려죽이는 아이. 그게 자연 상태의 인간이야.”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273p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는 그동안 <헝거게임>에서 보았던 룰과 다른 새로운 룰이 선보여지는데, 바로 '멘터' 제도이다. 조공인의 인터뷰를 돕고 그들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멘터라는 제도를 통해 앞날을 보장받고 싶어하는 주인공 코리올라누스 스노우.

 

스노우는 12구역의 조공인 로시 그레이 베어드의 멘터 역할을 하면서 조력하는 역을 맡는다. 가장 승률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로시가 게임 시작 전부터 캐피톨의 주목을 받으면서, 멘토인 스노우 또한 점점 복잡한 관계 속으로 얽히게 된다.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하면서 펼쳐지는 장대한 서사와 조공인들과 멘터들의 관계는 전작들을 능가하는 스릴과 재미를 선사한다.

 

더 재미있게 읽는 tip)

헝거게임 시리즈를 쭉 보아온 독자라면,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가 시리즈의 프리퀄인 만큼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나왔던 단서들의 시초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겠다. 1화에 아주 잠깐 나왔던 '노래하는 새'가 이 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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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가지 결정
함규진 지음 / 페이퍼로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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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민족은 많지만 고유의 문자를 가진 민족은 얼마나 되나.

한때 강성했지만 민족적 정체성이 부족해서 멸망한 민족도 있지 않은가.

<108가지 결정>, 222p

 

 

지난 2003, 한국사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천 년 한국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 결정"을 찾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을 시도했다. 대학 교수, 연구원, 재야의 역사학자, 역사작가 등 역사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한국사를 바꾼 결정들'을 선정한 것이다. 101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총 102개의 역사적 결정을 선정하였으나, 그 후로 시간이 더 지남에 따라 몇 가지의 사건이 추가되어 총 108개의 결정이 선정됐다. 역사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해석을 달리할 수 있지만, 역사 연구자와 전문가들이 한 뜻으로 모은 결과라는 점에서 <108가지 결정>은 큰 의의가 있어 보인다.

 

<108가지 결정>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근대, 현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역사학자들이 '고대'에 이루어진 결정들을 다뤘다. 고구려가 불교를 승인하거나, 백제의 멸망을 막을 수 있었던 웅진 천도, 선덕여왕의 즉위 등 역사적 사건들이 담겼다. 특히 경덕왕은 재위 16년에 고유 명칭의 중국화, 순우리말의 한자화 등을 시행했는데, 훗날 이러한 결정은 우리를 '동방예의지국'으로 만들었다. (학자들은 이로써 우리 고유의 문화가 불식되고 중국 문화에 대한 종속성이 높아진 사건으로 해석한다.)

 

2'고려시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결정은 958년에 있었던 '과거제'의 도입이었다. 고려 광종 9년에 처음으로 이 땅에 도입된 과거제도는 무려 천 년 가까이 지속되었고, 현대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실로 그 결정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2부에서는 성리학 수입, 목화 수입, 위화도 회군, 토지 개혁 등의 결정을 언급하고 있다.

 

한글을 만들어내기로 한 결정이야말로 수천 년 민족사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가장 의미 있는 결정이라 이르기에 이견이란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로 108가지나 되는 '한국사의 중요 결정' 중에서 한글 창제 결정이 1위였다.

<108가지 결정>, 222p

 

3'조선시대'에 이루어진 결정에는 한양 천도, 한글 창제, 이순신의 임명, 광해군의 대동법 실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제작 등 조선시대에 결정된 굵직한 사건들이 담겼다. 특히 1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중요 결정의 1순위로 꼽은 한글 창제는 한국사상에서 가장 의미있는 결정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제4'근대'에 이루어진 결정 중에서 강화도조약, 동학농민운동, 신분제 철폐, 명성황후 시해, 임시정부 수립 등의 사건을 꼽았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인 '현대'를 다룬 5부에서는 남북한의 단독정부 수립, 한국전쟁, 광주민주화운동, 올림픽 유치 성공 등의 결정이 다뤄졌다. 남북정상회담과 노무현 탄핵을 비롯해 2005년 시행된 부계 성 강제조항 폐지 등의 결정 등도 현대의 주요한 결정으로 꼽혔다.

 

신의 역사에서 인간의 역사, 그리고 다시 대중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는 우리의 손으로 만들고 결정해 온 '선택'의 결과물이다. 결국 모든 선택은 우리의 몫이며, 앞으로의 역사 또한 우리의 손끝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이는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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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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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으로 돌아가는 건 다시 인간이 된다는,

결국 다시 무지해진다는 뜻이잖아요.

그동안 실수를 저질렀는데, 다음 생에서도 또 실수를 저지르게 될 거예요.

<심판>, 162p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두 번째 희곡인 <심판>에 등장하는 인물은 단 4명이다. 이제 막 사망하여 심판대에 오른 피고인 '아나톨 피숑',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카롤린', 까칠한 검사 '베르트랑' 그리고 최종 심판을 내리게 될 재판장 '가브리엘'.

 

줄거리도 비교적 심플하다. 천국에 온 피고인은 이번 생애에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재능을 낭비하지는 않았는지, 자신과 맞는 짝과 사랑을 했는지 등을 토대로) 심판받고, 유죄일 경우 인간으로 환생하는 벌을 받게 된다. 죄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천국에 남는다.

 

<심판>은 아나톨이 천국에 막 도착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1막과 아나톨의 지난 생애를 돌아보고 심판하는 2막 그리고 다음 생을 위해서 준비를 하는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환생''하나의 형벌'이라고 전제했다는 것이다.

 


가브리엘: (차분하게 또박또박 말한다) 그러니까 삶을 요리로 치자면 유전 25퍼센트, 카르마 25퍼센트,자유의지 50퍼센트가 재료로 들어가는 거예요.

아나톨: 통 무슨 말인지.

카롤린: 우리 모두는 태어나는 순간 그 세 가지의 영향 하에 놓인다는 뜻이죠. 유전이라 하면 부모, 그리고 당신의 성장 환경을 말해요.

가브리엘: 당신이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거나 그들이 갔던 길을 따라간다면, 그건 유전 요소가 강력하게 작용했기 때문이죠. 반대로 무의식이 당신의 선택을 좌우한다면, 그건 카르마가 지배적인 탓이에요.

카롤린: 하지만 당신이 자유 의지를 최대한 활용하면 유전과 카르마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도 있어요.

<심판>, 103-104p


 

피고인 아나톨의 삶을 심판하는 과정은 꽤 흥미롭다. 검사인 베르트랑은 아나톨이 연극적인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로 살아온 삶을 지적하며 '연기라는 직업적 소명을 외면함으로써, 재능을 등한시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그가 진짜 사랑하는 여성이 아닌 다른 여성과 결혼을 한 것 또한 '운명적 사랑에 실패함으로써 배신을 저질렀다'고 표현한다. 우리는 과연 '직업적 소명과 운명적 사랑을 온전히 내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가브리엘: 따라서 피고인 아나톨 피숑을 삶의 형에 처합니다.

<심판>, 156p

 


마지막 장에서는 재판 과정을 거쳐서 '삶의 형'에 처해진 아나톨이 다음 생에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 지 결정하는 내용이 나온다. 아나톨이 환생하면서 얻게 될 성별, 부모의 직업이나 성격, 자신의 직업, 장점과 핸디캡(우울증, 불면, 비만)을 선택하는 장면은 꽤 흥미롭다. 변호인과 검사의 성별을 '여성''남성'으로 나눠놓은 것은 작가가 의도한 장치이기도 하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영적인 삶을 살지 못해 다시 환생해야 하는 인간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에 있어서 자유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한다.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적인 요소들과 운명은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나톨이 천국에서 고른 다음 생에의 요소들은 그의 자유 의지를 통해 충분히 바뀔 가능성이 있다. 결국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라는 점을 영민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는 희곡으로 풀어냈다.

 

ps. 천재적인 음악가 모차르트 또한 '삶의 형'을 피하지 못하고, 샤틀레역에서 아코디연을 켜는 사람으로 환생했다고 한다.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런 유머를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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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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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기억났다. 나와 언니 둘 중 하나는 악마다.”

 


<사악한 자매>는 베스트셀러 <마쉬왕의 딸> 작가인 카렌 디온느의 신작이다.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촘촘한 스토리가 장점인 카렌 디온느의 글이라 이번 책 또한 많은 독자들의 기대를 받았다. 전작을 워낙 재미있게 읽은 터라 신작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아니나 다를까 책의 첫장을 펼치는 순간, 카렌 디온느가 구축한 또 하나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서류철을 테이블에 놓고 청바지에 손을 닦은 다음 덜덜 떠는 다리 위에 손을 얹어 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난 어머니를 쐈는데. 내가 죽였는데. 내가 했다는 걸 알고 있단 말이다. 라이플을 들고 어머니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내 모습을 얼마나 많이 보았는데.

<사악한 자매>, 30p

 

주인공 레이첼의 기억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자신이 총기 사고로 부모님을 죽게 했다고 믿는 레이첼. 부모님을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무려 15년 동안이라 그녀를 괴롭힌다. 스스로를 정신병원에 가둔 채 무려 15년을 살았던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부모님의 살해 사건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다. ‘진실을 찾고자 미시간주 어퍼 반도의 숲속에 있는 집으로 향한다.

 


언니 말이 맞아. 내가 죽였어.”

그 말을 하는 게 너무나 아팠다.

<사악한 자매>, 297p



 




<사악한 자매>는 주인공인 레이첼과 엄마 제니의 시점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준다. 작가의 의도겠지만 레이첼에게도 언니인 다이애나가 있으며, 엄마인 제니에게도 여동생 샬롯이 있다. 책의 제목이 사악한 자매인 터라, 독자로서는 과연 어떤 자매가 사악하다는 수식어를 붙일 것인지 긴장을 하면서 읽게 된다.

 

엄마 제니는 큰딸 다이애나가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성향을 보이자 이에 대해 염려한다. 이는 큰딸 다이애나에 대한 걱정이면서 동시에 그녀가 동생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서 악마를 발견한 부모가 어떤 마음인지, 또 어떤 행동을 하는지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여느 범죄 스릴러 소설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거나, 잔인한 장면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바탕을 뒀다. 심리 묘사에 초점을 둔 작품이라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전개지만, 카렌 디온느 답게 사이코패스를 한 집에 둔 가족들의 모습을 비교적 빠른 속도로 그리고 있어서 책장은 쉬이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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