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루스 오제키 지음, 민은영 옮김 / 엘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 ​책제목이 어떻게 보면은 참 남만적이고 판타스럽기합니다

저도 책 소개글과 책 제목을 보고서는 은근 시공간을 넘어서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낭만적으로 펼쳐질것으로 예상을 했었는데 제 예상으로 빗나가버렸네요.

마법처럼 연결되어 있는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소개문구)​라 ~~~  이 문구가 어떻게 와닿게 되는지는 긴긴 이 책의 이야기를 다 읽었을때 갑가기 확 와닿습니다,,책을 받자마자 엄청난 두께와 깨알같은 작은 글씨가 가득찬 페이지에 놀랐지만 중반을 넘어서 책 속에 빠져들자 두 명의 화자가 번갈아가면서 진행하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속다감 있게 읽은 이야기였습니다

자!~~ 그럼 마법처럼 연결되어 있는 16살 소녀 나오와 소설가 루스의 이야기 속으로 가 보실까요?


캐나다의 조그만 섬에 살고 있는 소설가 루스는 더이상 글이 잘 쓰지 않아서 절망적인 감정에 빠져 있습니다,,그날도 어김없이 산책길에 들어선 해변에서 여기저기 긁힌 밀봉용 비닐봉지를 발견하고 주워다가 버릴생각으로 집으로 들고 들어옵니다.

그런데 그 비닐봉지 속에서는 바닷물의 부식작용으로부터 내용물을 보로한 헬로키티 도시락이 있었고 그 안에는 손으로 쓴 조그만 편지 묶음 하나와 빛바랜 붉은 표지로 장정된 도톰한 책 한권, 그리고 골동품 손목시계 하나가 들어 있었죠..

책을 펼쳐보니 보라색 젤 잉크 펜으로 쓴 동글동글한 아이의 일본어 글씨체로 보아 이것은 일종의 일기임이 분명한데요,,,그렇다면 그 먼거리에 어떻게 일본아이의 일기장이 흘러들어왔을까? 하는 의문에 루스의 남편은 이렇게 말하죠,,어쩌면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일본 가정에서 바다로 쓸려나갔을 온갖 물건들이 환류의 궤도를 따라 캐나다 조그만 섬으로 흘러 들어왔을 지도 모른다고요,,

자신을 나오라고 소개하는 일기장의 주인인 16살의 여중생 나오는 수다를 꽤 잘 떠는 소녀처럼 보입니다.

자신이 이 일기를 적는 이유는 외딴 산속의 무너져가는 절에 사는 나이가 104세가 넘은 비구니 할머니, 자신의 증조할머니인 지코 할머니를 기억하고 싶어서라고 말합니다,


지코 할머니의 삶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을 프루스트의 책에 쓴 다음, 다 쓴 책을 어딘가에 두어 당신이 찾게 하겠다!. 멋지지 않아요? 마치 시간을 앞질러 나아가 당신에게 닿는 느낌이에요. 이제 이걸 찾았으니 당신도 시간을 거슬러 내게 와 닿고 있는 거죠! - 42 


나오의 이야기를 조금씩 읽어내려 갈수록 그냥 수다 잘 떠는 여중생이인줄만 알았는데 뭔가 심상치 않음을 예감하게 되는데요

마지막 페이지까지 채울 즈음이면 지코 할머니는 돌아가셨을 테고 그럼 그땐 내 차례가 되겠죠. (44) 이런 문구에서 말이죠,,

루스는 궁금해집니다, 야스타니 나오라는 아이는 누구일까?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대놓고 자살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확실히 그런 뜻을 내 비치고 있는데 내가 너를 구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서 루스는 일기에서 야스타니 가족을 찾아낼 단서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백방으로 나오를 구할 방법을 찾아나서게 됩니다,


시간을 헤치고 나아가 당신에게 닿고 있어요.

당신도 시간을 거슬러 내게 와 닿고 있는 거죠.



처음에는 이 책에서 즐겁고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책을 펼쳐지만 글을 읽을수록 가슴속에 답답해져 왔습니다,

한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잘 나가던 컴퓨터프로그래머였다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직장을 잃고 빈털터리가 되어서 가족을 이끌고 일본으로 다시 돌아온 나오의 아버지 하루키는 끊임없이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히키코모리가 되어있고 남편 대신 가족의 생계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는 나오에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모르고 있으며 나오는 아기때부터 미국생활을 했던지라 일본어에 서툴며 전학온 학교에서는 엄청난 이지메를 당하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나오가 오직 상담하고 의지하고 있는 이는 104세가 넘은 외딴 산속의 무너져가는 절에 사는 비구니 증조할머니뿐인데요,,

그래서 나오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다음 차례는 자신이라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였죠.


나오의 생활, 아버지의 상황, 지코 할머니가 비구니가 된 상황들이 나오의 이야기속에서 펼쳐지는데,, 제2차세계대전 속에 가미카제(자살폭탄)병사였던 지코 할머니의 외아들 하루키1번의 이야기, 지진과 쓰나미, 원전에 대한 이야기와 지구 온난화, 쓰레기더미섬, 환경문제, 9.11테러 등의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나오가족의 가족사를 통해서 일본의 전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상당히 묵직한 이야기들이 한 가득합니다

루스가 어떻게 나오와 나오의 아버지 하루키2번을 구할 수 있는지 책을 보면서 놀랐네요,,이래서 책 제목이 그렇게 정해졌고, 사람과 사람은 '마법'처럼 연결되어 있다~~ ​라는 문구가 이제서야 이해가 되더라구요,,

뭔가 가슴이 찡했습니다,,지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 끌어모아 남긴 마지막 한 글자,,


生......다섯 획, 세이. 이카루. 살다. -508


이 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 크게 와닿아서 눈물이 찔끔 흘렀습니다.

나오의 아버지가 진정 어떠한 사람인지, 가미카제로 돌아가신 하루키1번에 대한 진실도 밝혀지고 , 루스가 어떻게 나오가족의 삶으로 들어가서 그들을 구하게 되었는지도 알게되면은 환상적이고 뭔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네요,,

시간을 건너 과거로부터 온 구조 요청과 일기를 펼칠 때마다 글이 몇페이지씩 더 있는 또는 뒤쪽 페이지들이 갑자기 백지가 되는 이상한 일기장을 통해 나오와 루스의 교감이 참 감동적이였습니다

엄청난 두께의 책이였는데 빨려 들어가듯 미스터리한 이야기속에 빠져서 순식간에 읽은 책이였습니다

오랜만에 가볍지 않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을 깊게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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