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군의 맛
명지현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교군의 맛은 어떤 맛일까? 요리나 음식과 관련된 소설은 처음이라서 이책띠지의 내용처럼 말깔지고 거침없고 야멸차고 시원한 이야기가 기대를 불어 일으킨다,,
그런데 요리와 얽킨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내용이 상당히 깊이가 있고 심오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복중 아이를 낳지도 못하고 잔인하고 억울하게 죽은 미란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나를 안타깝고 분노케하면서 왜?도대체? 미란은 그런 억울한 죽음을 맞이해야 하며 그들은 누구인가? 부터 나을 궁금하게 만든다.

[교군의 맛]은 교군이라는 하나의 왕국의 역사와 함께 한 삼대에 걸친 세 여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교군의 주인마님이자 한식명장인 이덕은 여사는 주인마님의 몸종으로 들어와 아씨가 죽자 안방자리를 차지했고 강렬하고 뚜렷하게 용트림하며 사람을 후려쳐 완벽하게 매료시키는 그녀의 손맛으로 교군의 주인마님 자리를 꿰찼다. 전부인의 딸인 미란을 자식처럼 키우며 무능한 남편을 대신해 가정을 이끌고 교군을 이끌어가지만 남모르게 그녀는 이날 이때까지 미란의 죽음에 대한 마음짐을 가지고 자책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빼어난 미모를 가진 미란은 가수를 꿈꾸며 서울로 상경했으나 아름다운 외모가 독이였을까 시작부터 꾀임에 빠져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되고, 잠시나마‘힛걸즈’라는 트리오로 활약했으나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치고,원치않는 노래를 부르라 강요받고, 노래 실력으로 주변의 혹평에 상처받으면서도 버티지만 제일 곤욕스러운 일은 지금도 연예계의 문젯거리인 술접대와 성상납의 패악에 이용당하고 결국 김이를 임신하고서야 권력자들(권력을 지닌 김총재, 돈 많은 이회장)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했음을 깨닫는다, 뒤늦게 손씨를 만나 결혼을 하고 그 바닥을 떠나려 하지만 결국 첫장에 펼쳐지는 이야기처럼 무참하게 죽임을 당한다.


어릴적에 어렴풋이 엿들은 기억속의 말 " 얘를 어쩌려고 낳은 거야! 쟤 때문에 우리가 다 죽게 생겼어!" 때문에 상처를 가지고 있는 손김이...엄마의 죽음에 대해 모두 쉿쉿하는 이야기, 어릴적몇년간 고아원으로 버려졌던 상처, 손씨라는 성을 물려준 모자란 아버지때문에 복잡한 인생을 살고 있는 김이의 현실은 팀원들의 부정을 폭로한 고발(죄)로 자의반,타의반으로 회사에서 쫓겨난 신세다.
서태후 같은 할머니 이덕은 여사는 자꾸만 교군으로 불러들려 음식에 대한 자료정리와 < 이딴 얘기 받아 적어서 뭐하려고>라는 교군 이덕은 여사 채록본을 정리하는등의 교군의 역사를 문서로 기록하는 일을 시킨다.
교군에 머물면서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속에서 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는데,,,,

각장마다 시점(화자)를 달리하며 펼쳐지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통해 처음 가졌던 의문이 풀어지고 어떻게 복수할지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교군의 맛은 한마디로 매운맛이다. 이덕은 여사만의 그냥 흔한 매운맛이 아닌 강렬하고 독특한 매운맛이 너무 궁금하다. 점차 몸이 더워지면서 신경이 찌릿찌릿 곤두서로 몽롱해지는 마약과 비슷해서 한번 맛을 본 사람은 헤어나질 못한다.
아마도 교군의 독하고 매운맛은 미란에 대한 미안함,자책감으로 이덕은 여사가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복수(맛)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약으로 준비한 그녀의 집요함과 독함이 마음에 든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고추 얘기가 나온다.
조상들은 주막 마당 한옆에 고추를 키워 구추술을 담갔다고 한다.
내성이 없는 조선 사람들이 그 술을 먹고 더러 죽었다.
귀가 솔깃해 나도 고추술을 빚었다.
짜릿한 첫 잔에 이어 둘째 잔부터는 혀가 활활 타올랐고
이어서 마시자 관 뚜껑이 벌컥 열렸다. 아하, 용도는 이것이로구나.
일부러 독하게 빚어 죽이고 싶은 놈들에게 먹였으나 아쉽게도 안주만 축났다.
--< 이딴 얘기 받아 적어서 뭐하려고>(교구 이덕은 여사 채록본 2) - p99

 

교군이라는 음식점답게 등장하는 수많은 음식들의 이야기가 참으로 군침돌게 만든다.
어찌나 음식에 대한 설명을 맛깔스럽게 하는지 수많이 등장하는 음식들의 군침돌고 맛깔스럽게 설명하는 표현에 감탄하며 교군의 매운맛을 정말 맛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한다.
3대에 걸친 파란만장한 여인들의 삶이 펼쳐졌던 [교군의 맛]은 마치 긴 대하소설을 본듯한 느낌이 들게하는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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