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바꾸면 통증이 사라진다 - 뇌과학이 밝혀낸 만성 통증의 진짜 원인
다니엘 G. 에이멘 지음, 김성훈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때문에 꽤 오랜 시간 병원 진료를 이어갔다. 명확한 원인을 알고 싶었지만, 의사마다 뚜렷한 답을 주지는 않았다.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벗어나려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늘 제자리였다. 하지만 통증이 반드시 그 부위의 손상 때문이 아니라면? 이 책에서는 뇌과학을 통해 만성 통증이 발생하고 지속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통증은 몸의 어딘가가 손상되었다는 신호라고 생각하기 쉽다. 허리가 아프면 허리에 문제가 있고, 무릎이 아프면 무릎에 이상이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검사하고, 영상에서 발견된 이상을 치료하면 통증도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검사 결과와 통증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 역시 검사에서는 뚜렷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었다.


정신과 의사이자 뇌의학과 행동의학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는 통증이 손상된 신체 부위에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신호가 아니라, 뇌가 신체의 감각과 감정, 기억, 스트레스, 생활환경을 종합하여 형성하는 경험이라고 설명한다. 더 나아가 신체의 염증이나 뇌 건강뿐만 아니라 과거의 외상, 억압된 감정, 인간관계, 삶의 의미까지 통증의 맥락에 포함한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통증을 특정 부위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성 통증은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통증이 나타나는 양상 또한 일정하지 않다. 어깨 통증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두통과 옆구리 통증은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통증이 심한 날에는 불안감이 커지고 수면 장애로까지 이어졌다.


저자는 이러한 악순환을 ‘파멸의 고리’라고 부른다. 통증은 두려움을 만들고, 두려움은 몸을 긴장시키며, 긴장은 통증을 키운다. 통증이 심해지면 움직임을 피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줄어든다. 활동과 관계의 감소는 우울과 무력감을 높이고, 다시 통증에 대한 민감성을 높인다. 통증은 어느 한 지점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 감정, 행동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치료 역시 손상된 부위를 고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통증을 지속시키는 순환 전체를 살펴야 한다.


책에서는 이를 ‘치유의 고리’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작은 습관, 현실적인 희망, 식사, 호흡, 운동, 감정의 처리, 사회적 연결, 빛·전기·자기장 자극 등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고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거창한 치료 하나보다 반복되는 작은 행동을 강조하는 점이 흥미롭다. 통증에 대한 재앙적인 생각을 점검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몸을 움직이며, 수면과 식사를 관리하는 일은 비교적 일상에서 시도하기 쉬운 방법들이다. 이러한 행동이 통증을 완화하는 과정이라면 실생활에서도 적극적으로 실천해 볼 가치가 있다.


분명히 통증을 느끼는데도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내가 꾀병을 부리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통증이 단순히 외상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신체, 정서, 기억,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통증을 뇌나 감정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으며 필요하다면 의학적 검사와 치료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제는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할 때다. 저자의 조언처럼 당장 바꿀 수 있는 식습관, 수면, 운동 등을 내 몸에 맞게 꾸준히 시도해 볼 생각이다. 통증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점검하고, 통증을 신체적 손상만이 아니라 몸과 감정, 환경이 함께 작용하는  문제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도서제공 #뇌를바꾸면통증이사라진다 #흐름출판 #도서리뷰 #서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지상의 밤
임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면서 무엇인가 잃어버린 기억은 오래도록 괴롭힌다. 사람일 수도 있고, 물건일 수도 있다. 작가는 상실이라는 현실적인 감정을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풀어낸다. 그녀가 풀어낸 이야기는 기괴하거나 엉뚱하지만 그 안에서 다루는 감정은 익숙한 것들이다. 

​

「프랑스식 냄비 요리」에서는 이별한 사람이 물이나 순무로 변하고, 남겨진 사람은 그것을 요리해 먹는다. 발상은 괴기하면서도 독특했다. 상대가 남기고 간 것을 먹는 행위가 이별을 받아들이기 위한 적응 시간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는 이별의 경험이 거의 없어서인지 그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사랑 접인 병원」의 설정은 흥미롭다기보다 조금 불편했다. 연인이나 부부가 서로의 손가락을 잘라 접인하고 기억과 성격을 공유한다. 죽고 못살 만큼 사랑하는 순간은 있을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지는 않다. 헤어지고 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가 먼저 생각났다.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몸을 바꾼다는 설정이 썩 내키지 않았다.

​

표제작인 「지상의 밤」은 사람이 해파리가 되려 한다는 이야기다. 읽는 동안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는데, 이전에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에서 읽었던 작품이었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을 견디지 못해 해파리가 되려는 인물의 선택은 기묘하지만, 결국 그가 다시 삶의 감각을 되찾는 과정이 담겨 있다.

​

「만두 가게 앞에는 싱크홀이 있다」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등장한다. 싱크홀의 원인이 만두를 먹으러 온 두더지들이라니. 어두운 구멍과 삶에 흥미를 잃은 인물을 다루면서도 이야기가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는다. 두더지들이 만두를 먹는 장면은 재미있었고 신선했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한겨울 따뜻한 실내에서」였다. 나이 든 희재와 입주 가사도우미 해영, 희재의 오랜 친구이자 단골 죽집의 주인인 유자가 등장한다. 반려견을 떠나보낸 희재의 생활에 해영과 유자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면서 세 사람만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가족이나 연인이 아니어도 나이가 들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생활을 돌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

모든 단편이 똑같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은 설정이 강해서 인물의 감정에 충분히 들어가지 못했고, 어떤 작품은 예상하지 못한 유머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도 상실과 외로움을 무겁게만 다루지 않고, 물과 순무, 해파리와 두더지 같은 엉뚱한 존재를 통해 보여준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낯설고 기묘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생각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

#도서제공 #지상의밤 #임선우 #문학동네 #소설추천 #도서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시간의 감촉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큰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 장르소설은 아닌데도 꽤 재미있게 읽었다. 예순다섯 살의 두 여성이 주인공이고, 이야기도 대체로 담담하게 흘러간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음 이야기가 계속 궁금했다.

​

안나와 경선은 자매다. 안나는 1월에, 경선은 같은 해 12월에 태어났기 때문에 실제로는 채 1년 차이도 나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집에서 자랐지만 성격도, 외모도, 살아온 방식도 전혀 다르다. 

​

안나는 결혼하지 않았고 교직에서 은퇴한 뒤 연금으로 생활한다. 경선이 사는 신도시의 고층 아파트로 이사한 뒤 혼자 조용히 살아간다. 경제적으로 크게 부족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지만, 그녀의 생활은 평온한 만큼 단조롭다. 어쩌면 나도 나이가 들면 안나처럼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롭다기보다는 혼자 있는 생활에 익숙하고,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

경선은 안나와 다른 삶을 살아왔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이혼했으며, 이제는 손녀까지 있다. 어느 날 건강검진에서 종양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아야 하고, 비슷한 시기에 전남편의 부고 소식도 듣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서로 자주 만나지도 않던 자매지만, 안나는 경선의 보호자가 되어 병간호를 맡는다. 안나가 경선을 간호하면서 두 사람이 함께 보낸 과거도 조금씩 드러난다. 각자는 상대방을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신이 이해한 모습만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까운 가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로의 내면까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안나와 경선, 경선의 손녀 다니엘이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는 부분이었다. 특별히 거창한 사건이 벌어지는 여행은 아니다. 세 사람은 낯선 장소를 함께 걷고 시간을 보내며,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들여다본다.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여행이 참 좋아 보였다. 성격이 다른 두 자매가 세대가 다른 손녀 다니엘과 함께 여행하는 모습 자체가 즐거워 보였다. 

​

여행에서 돌아온 뒤 경선의 딸은 이혼을 결심한다. 누군가는 수술을 받고,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결혼생활을 끝낸다. 소설은 이러한 일들을 과장하거나 특별한 교훈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인물들의 변화가 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

젊었을 때 읽었다면 안나와 경선의 이야기를 지금만큼 재미있게 읽지 못했을 것 같다. 중년이 된 지금은 두 사람의 생활과 생각이 낯설지 않다. 혼자 살아가는 안나의 일상도, 가족 안에서 여러 역할을 맡아온 경선의 삶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노년의 두 자매가 등장하지만 소설은 무겁거나 쓸쓸하지 않다. 사건을 극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아도 사람의 삶과 관계는 계속 달라진다. 그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고,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

#도서제공 #시간의감촉 #은희경 #문학동네 #소설추천 #도서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가지고 있는 책 목록


총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좋아한다 말하기엔 조금 숨이 차지만- 러닝 앤솔러지
김연수 외 지음 / 판미동 / 2026년 6월
16,800원 → 15,120원(10%할인) / 마일리지 84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6년 07월 11일에 저장

달걀의 온기
김혜진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6년 07월 11일에 저장

이토록 굉장한 세계- 경이로운 동물의 감각, 우리 주위의 숨겨진 세계를 드러내다
에드 용 지음, 양병찬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29,000원 → 26,1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6년 07월 11일에 저장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 삶과 문학, 읽고 쓰기에 관한 네 번의 강의
제임스 우드 지음, 노지양 옮김, 신형철 해제 / 아를 / 2025년 12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6년 07월 11일에 저장



총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5 ㅣ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5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텐더니스 모지항 고가네무라점의 다섯 번째 이야기가 돌아왔다.시바의 어린 시절과 첫사랑, 상실의 경험이 드러나며 그가 현재의 점장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다소 지나칠 정도로 멋있게만 보였던 시바 점장에게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상처와 아픔이 있었다.그가 보여준 친절은 단순한 서비스 정신이 아니라, 과거에 자신이 받았거나 받기를 바랐던 다정함을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일이었다. 다양한 손님들의 고민과 회복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권은 첫사랑과 상실,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룬다. 그래서 마냥 가볍게 읽을 수는 없었다.

​

이 시리즈를 읽을 때면 내가 사는 동네에도 이런 편의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잠시나마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곳, 텐더니스 편의점은 바로 그런 곳이다.사람들이 잠시 머물 수 있게 하고, 필요한 것을 건네며,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또한 헤어짐을 끝으로 남겨 두지 않고 새로운 출발로 이어 주는 곳이기도 하다.

​

친절은 언제나 대단한 결심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덜 힘들기를 바라는 마음이면 충분할 수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 짧은 만남 속에서도 사람은 서로의 삶에 작은 흔적을 남긴다. 이 소설은 기적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한다.

​

#도서제공 #도서리뷰 #바다가들리는편의점5 #마치다소노코 #모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