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위기 - AI 시대, 누가 읽고 쓰는가?
크리스토프 엥게만 지음, 김인건 옮김 / 헤이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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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부터 꽤 오랜 시간 종이책을 읽지 못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꾸준히 구입하고 가까이에 읽을 책을 쌓아 두었지만 한자리에 앉아 온전히 한 권을 다 읽기가 예전보다 힘들었다. 나에게도 읽기의 위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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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글을 접하며 산다. 뉴스, 게시물, 댓글, 요약 콘텐츠, AI가 생성한 문장까지 텍스트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디어학자인 저자는 이 현상을 단순히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한탄하지 않는다. 저자는 플랫폼과 AI의 시대에 읽기와 쓰기의 질서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차분하게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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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읽기의 중심이 문자에서 음성·영상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진단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종이책을 신봉했던 나조차 이제는 영상이나 팟캐스트와 접촉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책을 직접 읽기보다 누군가가 읽고 정리한 내용을 영상이나 팟캐스트로 접한다. 요약된 지식은 빠르고 편리하지만, 그 과정에서 문장을 따라가며 멈추고 의심하고 다시 생각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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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사유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행위다. AI의 등장은 이 행위의 필요성을 흐리게 만든다. 인간은 점점 덜 읽고, 기계는 점점 더 많이 읽는 역전이 일어나고 있다. AI는 분명 필요하다.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하고 요약하고 다시 써내는 과정을 보조하며 필요한 정보를 적재적소에 출력한다. 하지만 결과를 받아들이는 인간이 스스로 읽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는다면 편리함은 곧 의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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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AI 시대에 독서량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읽고 누가 해석하며 누가 판단하는가의 문제를 제기한다. 다소 딱딱하고 인문학적· 철학적 논의가 이어지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가 읽고 써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이 직접 읽는 일은 더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느림 속에서 우리는 문장을 마주하고 곱씹으며 자신의 생각을 세우고 타인의 해석에 전적으로 기대지 않는 힘을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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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와 독서가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읽기의 미래와 인간이 왜 여전히 스스로 읽어야 하는지를 묻게 만든다. 이 질문은 결국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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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서평단을 통해 헤이북스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았습니다.”


#읽기의위기 #헤이북스 #AI시대의읽기 #리니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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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민에 칸트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 흔들리는 선택의 순간, 나를 지키는 생각 매뉴얼
아키모토 야스타카 지음, 김슬기 옮김 / 김영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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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특히 칸트라면 더 그렇다. 일상의 고민 앞에서 기준을 정하기 어려울 때 칸트는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로 깊이 사유할 수 있는 태도를 배우고 싶어 칸트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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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학자이자 칸트 연구자인 저자는 살면서 흔들리는 선택의 순간에 나를 지키는 생각 매뉴얼을 제시한다. 32가지 문답을 통해 칸트 철학을 현대인의 일상적 고민 속으로 끌어온다. 자존감, 일, 관계, 욕심, 의무와 자유 같은 문제를 다루며 현실 고민을 바라보는 기준을 찾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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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칸트는 이렇게 말했다'가 아니라 '지금 이런 고민 앞에서 칸트식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되는가'에 초점을 둔다. 철학에 대한 지식을 쌓기보다는 스스로 판단의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조언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위로보다 기준을 앞세운다는 점이다. 요즘의 많은 고민 상담은 감정을 다독이는 쪽으로 흐르기 쉽다. 하지만 감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성과가 나지 않을 때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 타인을 어디까지 배려해야 하는지 같은 문제는 결국 자기 기준이 있어야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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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타인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는 태도는 지금 현실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관계에서 느끼는 피로감과 인정 욕구, 타인과의 비교, 효율 중심의 사고가 강해질수록 사람을 쉽게 도구처럼 대하게 된다. 저자는 그런 태도에 대해 나는 지금 상대를 하나의 인격으로 대하고 있는지, 혹은 내 불안과 욕심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는지 엄격하게 묻는다. 이 단순한 질문은 머릿속에 꽤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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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보다 조언이 필요하다면, 각자의 생각을 바로 세우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흔들리는 상황에서 나를 정당화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따라야 할 원칙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게 한다. 얇고 가벼운 책이지만 읽고 난 후에는 의외로 엄격한 질문이 남는다. 기준과 이성을 찾을 수 있는 질문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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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그고민에칸트라면이렇게말할것이다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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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
사쿠라이 치히메 지음, 김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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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은 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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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 이사미를 유일한 빛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여고생 하나코, 요후네, 그리고 이사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부모의 무관심과 학교생활의 고립 속에서 하나코에게 이사미는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게 하는 이유였다. 그러던 어느 날 완벽하다고 믿었던 최애의 실체가 무너지고 하나코의 세계 역시 함께 균열되기 시작한다. 소설은 이 지점에서 팬심, 실망, 분노, 집착이 어떻게 위험한 방향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스릴러의 형식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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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가 사회면에 등장한다면'이라는 설정은 팬이라면 한 번쯤 상상조차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작가는 아이돌 팬덤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그 이면에서 느끼는 배신감과 상실감을 날카롭게 건드린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더 와닿았던 이유는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청춘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해준 이들이 있었고 최근에는 상상조차 못한 성 스캔들로 사회면에 등장했다. 현실에서 실망은 그 감정으로 끝나야 한다. 어떤 분노도 폭력이나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그럴 리 없다"라고 믿었던 대상이 무너지는 순간, 팬의 마음 안에서 어떤 감정이 생기는지를 섬뜩할 만큼 설득력 있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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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이었던 점은 전개가 예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최애에게 실망한 팬의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소설은 그보다 더 복잡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결핍되어 있고 그 결핍은 서로에게 기묘하게 맞물리며 사건을 끌고 간다.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히 위험한 팬심을 다룬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 자기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에 자신을 너무 많이 맡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완전히 남의 일처럼만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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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내가최애를죽이기까지 #하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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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질병 예방 세대 - 아프기 전에 챙겨야 할 몸이 좋아하는 숫자들
오수연 지음 / 생각의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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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건강은 아프고 난 뒤에야 챙기는 것이 아니라 아프기 전에 미리 관리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특히 엄마 간호를 도맡아 하면서 내가 아프면 안 된다는 강박에 더 미리 관리하기 시작했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자 나이가 들수록 더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에 질병을 예방하는 생활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내과 전문의인 저자는 질병을 치료의 대상이기 전에 예방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특정 영양제나 유행하는 건강법 하나를 강조하는 책이 아니라, 식단, 수면, 운동, 검진, 약, 영양제, 명상까지 생활 전반을 연결해서 다룬다. 최근에 읽은 건강 서적 중 가장 만족한 책이다. 건강을 막연한 의지나 불안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기준과 선택의 문제로 설명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건강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어떤 날은 이 음식이 좋다고 하고 또 다른 날은 같은 음식이 좋지 않다고 한다. 영양제도 마찬가지다. 먹어야 할 것 같지만 정말 필요한지 모르겠고 안 먹자니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이 생긴다. 이 책은 그런 막연한 불안을 자극하기보다 연구와 기준을 통해 건강을 조금 더 차분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저자의 경험과 막대한 자료를 검토하여 만든 결과물은 내 생활을 원점에서 다시 설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특히 7장의 명상 부분은 머리로만 생각하던 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늘 몸의 건강만 중요시했지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늘어난 기대수명만큼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몇 번이고 다시 읽기로 했다.


질병은 아직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사실 몸은 늘 현재의 선택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괜찮다는 이유로 계속 미루다 보면 언젠가는 그 선택이 몸의 변화로 돌아올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건강하게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동시에 내 몸을 얼마나 방치해 왔는지를 반성하게 되었다. 건강은 가장 중요한 현실적인 문제다. 나의 생활 습관을 신중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더 건강한 미래를 준비해 보려 한다.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질병예방세대 #오수연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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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삶 - 디지털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에릭 사댕 지음, 박지민 옮김 / 김영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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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는 '유령'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유령은 우리의 손과 발이 되기도 하고 뇌가 되기도 한다. 특히 요즘 세대들에게 유령이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나 역시 유령이 사라진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프랑스 철학자인 저자는 스마트폰, 생성형 AI,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현대의 디지털 체계를 '유령'으로 규정하였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에 편의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인간의 신체와 삶의 방식을 새롭게 바꿔 놓았다. 즉 인간의 지위는 도구로 전락하였고 신체는 현실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주변부에 속한 부품이 되었다. 손안에 든 작은 디지털 기기가 내 생각을 대신하고 사유 능력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책에서 말하는 ‘유령’은 단순히 낯설고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어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익숙해진 존재에 가깝다.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사람들과 연락하며 때로는 감정과 판단까지 디지털 장치에 기댄다. 그런 점에서 유령은 외부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대상이라기보다 이미 우리 삶에 자리 잡은 보이지 않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인공지능 시대에 이 유령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나만 세상의 변화에 도태되는 삶은 원치 않으니깐.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기술에 기대는 나를 발견할 땐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리고 존재의 의미조차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편리함은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그 편리함에 익숙해질수록 직접 해오던 일들을 자연스럽게 기술에 넘겨주게 된다. 이 책에 담긴 생각은 현실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디지털 시대에 간혹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매일 마주하는 디지털 알고리즘은 나의 필요에 의해서일까. 아니면 알고리즘에 따라 내 필요성이 정해지는 걸까.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이미 추천되고 정렬되고 분류된 세계 안에서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것을 검색하는 것인지, 검색창과 알고리즘이 내가 원해야 할 것을 먼저 보여주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현실의 경험 때문인지 저자의 이야기가 단순한 경고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을 바라보는 나의 감각을 조금 다르게 만들어 주었다. 더 편리한 삶을 누리면서도 그 편리함이 무엇을 대가로 하는지 질문하게 만든다. 유령이 사라진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유령에게 내 삶 전체를 내어주고 싶지도 않다. 디지털 세계에서 어디까지 기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 책이다.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유령의삶 #에릭사댕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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