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
사쿠라이 치히메 지음, 김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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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은 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소설은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 이사미를 유일한 빛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여고생 하나코, 요후네, 그리고 이사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부모의 무관심과 학교생활의 고립 속에서 하나코에게 이사미는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게 하는 이유였다. 그러던 어느 날 완벽하다고 믿었던 최애의 실체가 무너지고 하나코의 세계 역시 함께 균열되기 시작한다. 소설은 이 지점에서 팬심, 실망, 분노, 집착이 어떻게 위험한 방향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스릴러의 형식으로 보여준다. 


'최애가 사회면에 등장한다면'이라는 설정은 팬이라면 한 번쯤 상상조차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작가는 아이돌 팬덤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그 이면에서 느끼는 배신감과 상실감을 날카롭게 건드린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더 와닿았던 이유는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청춘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해준 이들이 있었고 최근에는 상상조차 못한 성 스캔들로 사회면에 등장했다. 현실에서 실망은 그 감정으로 끝나야 한다. 어떤 분노도 폭력이나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그럴 리 없다"라고 믿었던 대상이 무너지는 순간, 팬의 마음 안에서 어떤 감정이 생기는지를 섬뜩할 만큼 설득력 있게 그린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전개가 예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최애에게 실망한 팬의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소설은 그보다 더 복잡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결핍되어 있고 그 결핍은 서로에게 기묘하게 맞물리며 사건을 끌고 간다.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히 위험한 팬심을 다룬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 자기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에 자신을 너무 많이 맡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완전히 남의 일처럼만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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