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제나 괜찮다 - 흔들리는 시간을 넘어 단단히 나를 세우는 법
이현수 지음 / 북파머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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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을 불혹이라고 하는데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질풍노도의 시기가 지나 어느 정도 삶이 안정된다는 마흔. 하지만 버거운 삶은 마흔 살이 된다고 편해지지 않는다. 어쩌면 일도 관계도 가족도 점점 더 힘겨워질 수 있다. 이 시기에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면 마음의 병이 깊어만 간다. 인생의 중반기에 찾아오는 우울증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신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 중반기에 찾아온 심리적 신체적 소동을 파악하고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중년의 마음에 소동일 일어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호르몬의 변덕 때문일 수도 있고 외부 스트레스가 압박하여 그럴 수도 있다. 이때 나만의 문제로 여기고 참고 넘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울고 싶으면 울고 화내고 싶으면 화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나 역시도 스스로를 다그치며 '빨리 정신 차리라'라고 윽박을 지를 뿐 제대로 내 감정을 살펴본 적이 없었다.


저자는 각자의 삶은 오롯이 자신이 사랑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버티는 것에서 벗어나 회복하고 돌보는 법을 새롭게 배워야 한다. 자신을 돌보고 외로움을 안고 가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자신을 다정하게 안아주고 믿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태도를 갖기 위해서는 마음의 안정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삶을 최대한 단순화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단순화는 선택과 집중이다. 건강염려증과 같은 불안과 우울을 유발하는 생각을 단순화하고 꼭 해야 할 일과 시금하게 해야 할 일 등을 선정해 일을 단순화한다. 일정한 루틴을 정해두고 일상을 단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한 40대는 시작부터 정신없었다. 갑작스럽게 가장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부모님을 챙기고 아픈 엄마의 병수발을 들며 일과 집안일을 동시에 할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 년 간은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최선이었다. 언제 어떻게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몇 번이고 엄마 옆을 지켜야 했던 시간들이 길어지다 보니 몸도 마음도 서서히 고장 나기 시작했다. 내가 아프면 안 된다는 강박에 건강염려증도 심해졌다. 


지난 시간 중에 내 안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혼자 아등바등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나를 돌보지 못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남은 삶을 위해서라도 내 삶의 속도와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일에 대한 집착도 조금씩 내려놓으려 한다. 욕심과 허세를 덜어내고 외로움에 익숙해지며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오늘만 사는 삶에서 벗어나 내일을 기다리는 삶을 살아보자.


삶의 기대치를 세상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 맞추면 복잡하고 어지럽고 속이 더부룩하다. 자신만의 기대치를 설정하여 전념하면 단순하고 깔끔하며 개운하다. 남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자기 목표’에 맞춰 열심히 달리고, 어떤 결과가 오든 감사하고 자족할 때 오히려 삶이 충만해진다. 남에 비교되는 것 자체야 ‘인식’ 차원이라 막을 수도 없고 막을 필요도 없지만 상대적 열등감을 느끼는 ‘태도’로 확장할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p. 157


#당신은언제나괜찮다 #이현수 #북파머스 #서평단 #도서리뷰 #심리학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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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샬럿 버터필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라곰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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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죽을 날짜를 미리 알고 있다면...?

19살 넬은 점쟁이에게 자신이 38세에 죽을 거라는 예언을 듣는다. 믿을 수 없는 예언이지만 함께 있던 친구가 예언 날짜에 죽음을 맞이하면서 남은 시간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간다. 가족과 친구에게 작별의 편지를 쓰고 휴대폰을 해지하고 SNS 계정을 삭제하고 값비싼 드레스를 빌려 입고 호화로운 호텔 스위트룸에서 마지막을 보내기로 한다. 이 밤이 지나면 자신의 삶도 끝이 날 거라 생각하며 눈을 감았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천국은 예상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그리고 잠시 후 객실 청소원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빛이 나야 할 시기에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넬.

친구의 죽음이라는 우연이 겹쳤기 때문에 점쟁이의 예언을 믿어야 했을 테지만

이 어리석고 가여운 주인공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기대가 됐다.

끝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늘 새로움을 찾아 떠났다. 

작가는 유쾌하고 재치 있는 설정으로 인생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다.

다소 엉뚱한 넬의 모습은 귀여운 말괄량이를 떠올리게 한다.

소설에는 그녀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죽음을 준비하며 침대를 팔기 위해 만난 톰, 천국이라 여긴 호텔에서 만난 옛사랑,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노부인과 넬의 가족들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다.

38세에 빈털터리로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된 넬은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만나 

행복의 기운을 전해준다. 읽는 동안 좋은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뭘 하고 싶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나만 꼽기는 힘들 것 같다.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고 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어떤 선택을 해야 죽어서도 후회하지 않을까. 

재미와 진지함을 동시에 선사한 소설은 인생을 잘 살고 있는지 고민이 되는 순간,

각자에게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다. 내게 주어진 이정표는 다음과 같다.

고민은 시간만 늦출 뿐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자. 


#힐링소설 #영미소설 #휴먼드라마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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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읽기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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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라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내가 읽기를 통해 얻고 싶은 건 무엇일까. 

하루 종일 활자와 씨름하는 직업이다 보니 읽기를 통해 머릿속의 글자를 정리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아니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읽기를 통해 머릿속과 마음속을 환기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작가가 제안한 '고요한 읽기'는 내가 읽는 방식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활자 중독자처럼 닥치는 대로 읽던 시절이 있었고 

종이책 예찬자이지만 몇 날 며칠 작은 스마트폰 화면의 이북만 읽었던 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읽기를 멈출 수 없는 건 세상과 연결되고 싶어서 일 것이다.

내가 자처한 고립된 상황에서 그래도 세상을 알 수 있는 건 읽기를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책을 통해 나를 읽을 때 나를 통해 타인과 세상을 같이 읽는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단순한 문학 에세이를 넘어 철학적 분위기를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며 들여다본 작가의 세계는 그의 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소설은 어떤 분위기로 나를 이끌어갈지 기대된다.


영원한 사랑은 없다. 영원한 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잃어버릴 두려움 없이’ 사랑할 수 없다. 잃어버릴 두려움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P. 90 


인간은 악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비범함에 이끌린다. 악을 행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악의 어떤 속성인 비범함을 소유하기를, 소유하고 있다고 내세우기를, 그렇게 보이기를 원한다. 모든 유혹의 핵심에 이 욕망이 깃들어 있거니와 특히 이런 유혹에 취약한 시기가 있다. 

p.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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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법정 지음, 김인중 그림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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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글과 김인중 신부의 미공개 작품이 실려 있는 이 책은 '침묵'을 주제로 한다.

끊임없이 들리는 소음과 넘처나는 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말의 무게를 되새기는 침묵의 태도와 삶의 자세에 대해 깊은 울림을 준다.

법정 스님의 글은 삶의 어느 순간에나 도움이 되는 글들로 엮여 있다.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좋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지금 이순간에 유용한 다정한 말이 담겨 있다.

책에 담긴 글을 읽으며 잠시나마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최근 들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말과 생각들로 인해 삶에 끌려가고 있다고 느꼈다.

예민함이 최고조에 이르면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말로 상처를 주게 된다.

불편함 마음은 이 고비가 지나가면 삶에도 마음에도 여유가 생길거라 다독였다.

그리고 매일 밤 자기 전 법정 스님의 글을 하나씩 읽었다. 

가끔은 여러 개의 글을 읽기도 하고 김인중 신부님의 그림을 한참 들여다 보기도 했다.

법정 스님은 '침묵이란 말을 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길'이라 정의한다.

침묵은 삶의 소음을 잠재우고 내면을 향해 가는 일종의 수행 방식이며

외부로 향한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고 마음속 불필요한 소음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매일 밤 읽는 스님의 말씀은 채움보다는 비움의 가치를 전달한다.

마음에 따르지 않고 마음의 주인이 되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건강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살아있는 것을 늘 새롭다는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본다.


말을 하지 않아서 후회되는 일보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후회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p. 74

책을 가까이하면서도 그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 책에 읽히지 말고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책에는 분명히 길이 있다.

p. 139

내 솔직한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내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나답게 살고 싶을 뿐이다.

p. 179



#침묵하라그리고말하라 #법정 #김인중 #열림원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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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 무심코 쓰는 말에 숨겨진 차별과 혐오 이야기
태지원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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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과 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누가 그 기준을 만드는 걸까. 남들이 보기엔 나는 평균에 미치지 못해 보일 것이다. 정상적인 삶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모습이 지극히 평균이다. 


이 책에서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만들기 쉬운 8가지 단어를 주제로 하여 우리 사회의 문제를 살펴본다. 정상, 등급, 완벽, 가난, 권리, 노력, 자존감, 공감. 각각의 단어에 담긴 이야기는 평소에 쓰는 말과 생각을 톺아보게 한다. 내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했던 건 아닌지 무의식적으로 차별과 배제의 말을 했던 건 아닌지 지난 시간을 반성한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평소 불편하게 여겼던 우리 사회 모습을 담고 있다. 언젠가 아이들이 아파트 평수나 자동차 종류로 친구를 나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설마 그럴까 싶었지만 그러한 구분이 당연시되는 현실에 씁쓸함만 느낀다. 1인 가구이거나 정상가족 범위에 들지 않으면 대출이나 병원 보호자 등의 이용 시 제한이 생긴다. 어느 집이나 사정은 있기 마련이다. 모든 사정을 다 헤아려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흔히 쓰는 말이 때로는 칼이 되어 상처를 만든다.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왜 혼자 발끈하냐며 오히려 상처받은 이를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은연중에 써왔던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언어는 타인과 소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도구다. 편을 가르고 상대를 배척하는 태도에 분노하면서도 내 생각과 태도, 평소 쓰는 말을 돌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읽고 난 후에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타인을 배척하지 않고 포옹할 수 있는 품격 있는 말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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