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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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

가끔씩 답답한 공간에서 벗어나 무작정 나를 아는 이가 한 명도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현실을 버릴 용기가 없기에 나는 오늘도 답답한 이 공간에서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현실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난 한솔과 나미, 두 여자의 이야기는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기차는 참 오묘한 공간이다.

정체되지 않고 어디론가 떠난다. 정해진 목적지가 있지만 어디서든 내릴 수 있다.

누군가는 내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시 기차에 올라타면서 이 공간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역동적이지만 정체된 이 공간에서 만난 낯선 이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상상은 짜릿하다.

그러한 기차에서 만난 두 여자의 여행은 잊고 지냈던 자아를 찾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쩜 이들은 낯선 공간이 주는 이질감 때문에 용기를 내어 서로에게 말을 걸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익숙했던 그 공간에서는 늘 주눅 든 모습이었고 한없이 작아지기만 했었다.

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했고 사회가 정한 규칙에 맞게 살아야만 했다.

그녀들은 기차와 여행이라는 새로운 매개체를 통해 조금씩 용기를 내어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다.

그리고 자신이 도망쳐온 현실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언제나 힘들고 불안하다고 생각했던 관계 속에서는 미쳐 발견하지 못한 작은 빛을 찾게 된다.

스스로 잊고 지냈던 자신의 존재감과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그녀들은 짧은 여행과 만남에서 깨달은 자신의 존재감을 가득 안고 도망쳐온 현실로 돌아갈 것이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한 발짝 더 세상 속으로 걸어갈 수 있다.

앞으로 살아갈 그녀들의 인생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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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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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한 작은 책이 내게 왔다.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고 가벼운 책.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무거웠다.

'죽음'에 대한 고민. 어쩌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삶과 죽음이라는 결코 피할 수 정해진 운명 앞에서 나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지만 언제부턴가 '죽음'이라는 단어가 내 삶에서도 조금씩 느껴지고 있다.

나이 드신 부모님을 볼 때뿐 아니라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에서 하얀 새치가 조금씩 많아지면서

피부로 실감하게 된다.

작가는 <안락>에서 죽음 앞에 모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근 미래에 안락사가 합법화된다는 가정하에 짧은 이야기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노령화되어 가고 있다. 태어나는 아이들보다 나이 든 사람들의 수가 더 빠르게 증가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안락사는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다.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이지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 생각한다.

할머니는 사랑하는 가족을 갑자기 떠나고 싶지 않았기에 스스로 신변 정리를 시작했다.

남아있는 가족에게 통보된 할머니의 임종 스케줄. 현실적으로 쉽게 납득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삶이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이들에게 억지로 목숨을 붙잡으라고 할 수도 없다.

죽음이 사적이고 개인의 문제라는 점에서는 말릴 수도 권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이 나와 함께할 시간이 앞으로 몇 시간으로 정해져 있고, 죽음을 지켜보아야 하고,

그렇게 떠난 후 남겨진 사람들이 감내할 고통의 무게는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소설 속 이야기로 넘기기엔 너무 현실적이다. 곧 우리에게 닥쳐올 현실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다.

죽음도 삶의 한순간으로 인정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많은 고민은 안겨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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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속된다 - 어느 유대인 소녀의 홀로코스트 기억
루트 클뤼거 지음, 최성만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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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가장 어린 유대인 루트 클뤼거.

그녀가 세상에 꺼내놓은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말이다.

그녀의 어린시절은 유대인이 공원 벤치에 앉는 것이 금지된 시대였다.

영화관에도 갈 수 없었고 베이커리에도 갈 수 없었다.

어린 시절 그녀의 기억은 학대와 굶주림만 가득했다.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수용소에 갇혀 살아야 했고,

몸에는 수인번호를 새겨야 했으며 죽은 사람들로 가득찬 트럭을 마주해야 했다.

이 어린 소녀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저 유대인의 핏줄이라는 것 말고는..

참담한 그녀의 이야기를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 한장 넘기기가 힘들었다.

끔찍하고 참담했던 그 시절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우리도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내가 경험한 역사가 아니기에 함부로 입에 담을 수는 없지만

아마 그녀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어쩌면 그렇기에 더 힘들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현실에서도 그녀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그래서 우리에게 그날의 기억을 전해주고 있다.

한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록물로 남겨졌다.

인간이 인간을 잔인하게 학대했던 시절. 무엇이 인간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이런 끔찍한 이야기를 마주하게 될 때면 항상 떠오르는 질문이다.

특히 여성이기에 당해야만 했던 성적 착취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나게 된다.

우리는 그런 그녀들에게 용서라는 단어를 쉽게 말할 수 있을까.

뼛속까지 사무치는 그녀들의 고통과 원망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직접 경험하지 못했기에 쉽게 용서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는건 아닐까.

끊임없는 물음표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 책의 원제 <Weiter Leben>는 '계속 살아가다', '(기억속에) 살아남다', '(정신이) 계승되다'의 뜻을 담고 있다.

그녀의 고백은 앞으로도 계속되어 독자들의 가슴속에 큰 울림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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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듣던 밤 - 너의 이야기에 기대어 잠들다
허윤희 지음 / 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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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나의 학창 시절만 해도 라디오 방송이 인기가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워크맨에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를 듣던 시절.

그 시절에는 라디오를 들으며 엽서와 편지지에 사연을 써서 보내곤 했었다.

나도 몇번인가 보냈던 기억이 있지만 한번도 내 이름이 라디오 스피커를 통해 나온 적은 없었다.

막상 생각해보니 나도 꽤 옛날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잠시 예전 사람으로 돌아갔다.

그 시절 아날로그적인 기억이 하나 둘 씩 떠올랐다.

최근에 라디오를 들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모두에게 평범한 하루의 마지막을 위로하는 그녀의 이야기.

작가는 매일 밤 10시, <꿈과 음악 사이에>를 통해 청취자와 소통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의 이야기를 들고 함께 공감하며 작은 위로를 전해주고 있다.

그런 그녀가 쓴 이 책은 잔잔한 파도처럼 느껴진다.

거친 파도가 아니라 살랑거리는 바람에 잔 물결을 일으키는 파도.

그녀가 만난 사연과 책의 한 구절, 심금을 울리는 노래의 가사 한 구절과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가 함께 멋진 항해를 하는 것만 같다.

나 혼자 힘들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크나큰 착각이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현실에서 힘들어하지만 어쩌면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작가의 목소리에 따스한 위로를 받으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준다.

직장상사 때문에 힘들거나, 사소한 일로 다툰 친구와 화해를 하고 싶거나, 

아이를 낳고서야 비로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거나,

이별의 아픔에 눈물흘리거나..

이렇게 우리는 그녀와 함께 각자의 아픔을 나누고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의 겨울날, 잠들기 전 그녀의 글을 읽으며 하루의 상처를 치유한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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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잘 다녀와 + 잘 지내니 - 전2권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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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 텔레헨의 이야기는 작은 동물을 통해 현대인들의 삶을 보여준다.

작가의 전작인 <고슴도치의 소원>에서는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을 

고슴도치를 통해 고스란히 반영한다.

<잘 지내니>와 <잘 다녀와>에서는 소통과 낯선 세계에 대한 동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울한 다람쥐의 이야기로 시작한 <잘 지내니>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존재감과 소통에 대해 전한다. 

나는 누구인지, 관계 속에서 적당한 거리는 얼마만큼인지 우리는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혼자가 되는 건 두렵기에 작은 소식 정도는 서로 전하며 존재감을 느끼고 싶다.

타인에 대한 동경은 하마와 메뚜기의 이야기에 투영되어 있다.

하마와 메뚜기는 서로를 동경하고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욕심과 부러운 감정으로

서로 몸을 바꾸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탓에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생일 케이크를 굽다가 망친 큰개미핧기는 생일 초대를 취소하고 절망에 빠져 있었다.

동물들은 큰개미핧기에게 용기를 주고자 선물을 집 앞에 두고 갔다.

그 선물을 풀어보던 큰개미핧기는 용기를 얻음과 동시에 다른 동물들의 관심에 관심을 받게 된다.

나도 가끔 실수하고 실패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나에게 용기를 주는 친구들의 한마디가 있다. 그 한마디에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잘 다녀와>는 낯선 곳에 대한 동경과 여행을 테마로 하여 메시지를 전한다.

일에 치이고 심리적으로 힘을 때마다 나는 여행을 꿈꾼다.

나를 아는 이가 하나도 없는 낯선 곳에 몸을 숨기고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며 머릿속을 비우고 싶다.

동물들도 미지의 세계를 향한 꿈을 꾼다. 하지만 내가 사는 세상 밖은 만만치 않다.

떠날 이유를 찾기 위해 떠나고, 떠나기 위한 준비는 마쳤지만 막상 가려니 두렵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여행에 실망하는 동물들의 모습은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다.

톤 헬레헨은 동물들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내가 몰랐던 스스로의 모습을 작은 동물들을 통해 만나볼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일상의 지루함과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에 고민하기도 한다.

작은 책 속에 담긴 큰 의미를 되새기며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잘 지내니... 잘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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