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은 계속된다 - 어느 유대인 소녀의 홀로코스트 기억
루트 클뤼거 지음, 최성만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가장 어린 유대인 루트 클뤼거.
그녀가 세상에 꺼내놓은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말이다.
그녀의 어린시절은 유대인이 공원 벤치에 앉는 것이 금지된 시대였다.
영화관에도 갈 수 없었고 베이커리에도 갈 수 없었다.
어린 시절 그녀의 기억은 학대와 굶주림만 가득했다.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수용소에 갇혀 살아야 했고,
몸에는 수인번호를 새겨야 했으며 죽은 사람들로 가득찬 트럭을 마주해야 했다.
이 어린 소녀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저 유대인의 핏줄이라는 것 말고는..
참담한 그녀의 이야기를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 한장 넘기기가 힘들었다.
끔찍하고 참담했던 그 시절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우리도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내가 경험한 역사가 아니기에 함부로 입에 담을 수는 없지만
아마 그녀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어쩌면 그렇기에 더 힘들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현실에서도 그녀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그래서 우리에게 그날의 기억을 전해주고 있다.
한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록물로 남겨졌다.
인간이 인간을 잔인하게 학대했던 시절. 무엇이 인간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이런 끔찍한 이야기를 마주하게 될 때면 항상 떠오르는 질문이다.
특히 여성이기에 당해야만 했던 성적 착취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나게 된다.
우리는 그런 그녀들에게 용서라는 단어를 쉽게 말할 수 있을까.
뼛속까지 사무치는 그녀들의 고통과 원망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직접 경험하지 못했기에 쉽게 용서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는건 아닐까.
끊임없는 물음표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 책의 원제 <Weiter Leben>는 '계속 살아가다', '(기억속에) 살아남다', '(정신이) 계승되다'의 뜻을 담고 있다.
그녀의 고백은 앞으로도 계속되어 독자들의 가슴속에 큰 울림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