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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류 문명은 새로운 발명품이 등장하면서 큰 변화를 겪었다.
필요에 따라 문화와 문명이 발전했지만 그 과정에서 기득권들은 새로운 변화를 반기지 않았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누리던 부와 권력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선구자들을 핍박하고 그들의 기술을 몰살시키려 했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할 때도 권력의 중심에 있던 이들은 못마땅하게 여겼다.
하찮은 백성들이 글을 알게 되면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까 두려워 격렬하게 반대했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비슷했을 것이다. 중세 유럽에서도 필경사라는 직업이 있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글을 쓸고 책을 읽는다는 것을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신을 대리하는 그들에게도 금속 활자의 발명은 불경한 일이었다.
지식과 정보는 자신들과 같은 지배층에서만 독점해야 하고
사람들에게는 제한되고 편협된 정보만을 전해주어야 오래도록 통치할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이 뿌리 깊게 내려있었을 것이다.
바티칸 수장고에서 발견된 교황의 편지와 금속활자본을 전자현미경으로 비교 분석한 과학적 증거는
우리 기술이 유럽으로 전해졌을지도 모른다는 기분 좋은 가능성을 안겨준다.
이 가능성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금속활자가 지식 혁명을 이끌었으면
디지털 강국이자 반도체 1위 국가가 된 원동력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김진명 작가의 책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 책 역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궁금하기보다는 그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숨겨진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 안에 담긴 우리나라의 위대한 문화를 새롭게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이 땅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동시에 느끼면서
이 책이 단순한 소설이 아니길 바라는 작은 바람 또한 갖게 된다.
동아시아의 작은 국가에서 전 인류로 퍼져나간 활자 문명의 시작.
기분 좋은 가설을 세우며 앞으로 이어질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