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자부심 - 상실감, 수치심 그리고 새로운 우파의 탄생
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이종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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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대학교 사회학과 명예 교수인 저자는 자부심과 수치심을 바탕으로 최근 미국 사회의 우파를 이야기한다. 진보 진영이 놓치고 있는 사실을 보여주고 정치적 갈등의 주원인으로 도덕적 감정을 제시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지역적 자부심이 강한 이들이 겪게 되는 상실감이 '도둑맞은 것'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로 발산될 때 '우파'라는 이름의 색은 점점 더 짙어지게 된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전혀 낯설지 않다. 지난 선거를 거치면서 비슷한 양상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7년에 걸친 저자의 취재와 인터뷰는 전 세계적인 우경화의 원인을 찾는 단초를 제시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트럼프에 열광하고 민주당의 확고한 지지층이 공화당으로 돌아서게 된 원인을 이념이 아닌 감정에서 찾는 발상이 신선하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풀리지 않던 의문이 조금씩 풀려가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정치적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젊은 세대들의 우파 성향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단순히 상식의 문제라 여겼기에 그들의 태도 변화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는 그들의 상황과 변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실드 교수의 오랜 연구 결과는 경제적 박탈감과 정체성의 위기가 우파를 열광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빠르게 변하는 문화에 곧바로 반응하지 못하고 경제적 쇠퇴가 가팔라지면서 존재감마저 박탈당하는 현실에서 이들이 우파 정치인의 선통에 빠르게 흡수되는 현실이 구체적으로 보인다. 


어느 때보다 이념 갈등이 치열한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2030세대의 우경화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현재가 보인다. 서로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보듬으며 경청의 자세를 취한다면 격동하는 정치적 분노를 가라앉히고 진보 진영이 다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인간에 대한 이해다. 

겉보기에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자부심을 되찾아주고 있었다. 그는 대다수 미국인이 거짓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그들에게 제공했다. 그리고 그 거짓을 한 가지 진실과 결합했다. 잃어버린 자부심이라는 진실이었다.

p. 342

'내 진짜 모습을 알아봐준다.' 갈수록 심해지는 분열을 치유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흙덮이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봐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p. 399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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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치 - 한 번뿐인 아름다운 삶에서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진정으로 믿는 법
제이미 컨 리마 지음, 허선영 옮김 / 알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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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사는 인생, 진정한 내 가치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수많은 거절과 실패를 딛고 일어선 로레알 최초 여성 CEO인 저자는 진짜 나를 마주하고 자신의 가치를 믿는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스스로에 대해 의심이 들고 세상의 기준에 맞춰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거나 무언가 계속 부족하다는 불안감을 느낄 때 자신을 더 사랑하고 믿는 방법을 얘기한다.


그녀는 자신감과 자존감의 차이를 설명하고 거절과 실패를 딛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믿을 수 있는 방법을 하나 둘 일러준다. 외모부터 내면까지 오래도록 쌓인 불안을 지우고 용기 있고 당당하게 세상에 나아갈 수 있는 격려를 건넨다. 


특히 5장의 체중에 관한 이야기에 가슴이 뜨끔했다. 언제나 목표 체중이 달성되기를 기다리며 그날이 오면 삶이 더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조금 더 내 신체에 자신감이 생기면 무슨 일이든 다 해결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내 가치가 반드시 외모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걸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여전히 목표 체중에 대한 미련은 있지만 그로 인해 스트레스받고 싶지는 않다. 


또한 15장의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다. 저자는 자존감에 이르는 강력한 지름길을 설명한다. 자신의 외면과 내면을 보고 자기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글쓰기라는 도구를 사용하라 말한다. 이를 통해 자신을 보고 듣고 이해하고 연결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마지막 회사에서 나와 독립을 결심하게 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자신감과 자존감 때문이었다. 스카우트를 받고 이직을 하게 되었고 이전 직장보다 2배 정도 더 많은 연봉을 받으며 내가 하는 일을 더 좋아했었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지적이 계속되자 자신감과 자존감은 점점 작아졌다. 


하나의 일을 끝내고 이전과 같은 성취감을 느낄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사라졌다. 더 이상 나를 갉아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아무런 대책 없이 독립을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7년이 지난 지금 그날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이 생겼다.


책임감을 가지고 내가 가진 능력을 믿고 매일을 살아가다 보니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날의 눈물과 마음고생이 모두 씻겨 내려가는 것만 같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믿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내 가치도 계속 증명될 것이다.


스스로에게 의심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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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걸
해리엇 워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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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션 매거진 <오트>의 잘나가는 패션 에디터인 마고 존스는 출산 휴가를 앞두고 자신을 대신할 후임을 뽑게 된다. 그녀는 자신에게 가장 위협이 되지 않을 상대를 고민하다 이전에 약간의 친분이 있었던 매기를 선택한다. 언제가 따르고 싶었던 마고의 선택으로 기회를 잡게 된 뉴 걸 매기는 마고의 빈자리를 채우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출산 후 마고는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절친의 아이가 돌연 사고로 죽게 되자 불길한 예감을 빠져든다. 자신이 대타라 여겼던 매기가 승승장구할수록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믿었던 동료가 내 험담을 하고 누군가 내 비밀을 폭로하려 할 때 이들의 우정은 지속될 수 있을까. 소설은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던 여성이 경력 단절의 순간에 겪게 되는 불안감을 잘 보여준다. 또한 여자들의 관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미묘한 심리와 감정을 스릴러 형식으로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세 여성이 느끼는 감정에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 작가는 내 삶이라 여겼던 것들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될 때 느끼는 박탈감과 두려움,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는 불안감, 내가 꿈꾸는 삶에 대한 동경과 질투,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행에 흔들리는 우정 등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감정이 드라마틱 하게 표현한다.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 커리어와 육아가 원만하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은 언제쯤 오게 될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갈아 넣어야 한다. 가을의 문턱에서 매력적인 심리 스릴러를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한 여성들의 세계에 빠져보자. 


#가제본서평단 #도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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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조니 선 지음, 홍한결 옮김 / 비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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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내 쓸모를 다하는 것 같아 뭐라도 하게 된다. 회사를 다닐 때는 쉰다는 핑계가 당연했지만 프리랜서로 일하고부터는 쉰다는 개념을 상실했다. 정말 죽을 것 같이 몸이 아프지 않은 이상은 하던 일을 멈추었던 기억이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진짜 휴식'을 갖기로 해다. 과중한 업무와 생산성의 강박에 시달리다 번아웃을 겪은 이후 정말로 힐링이 되는 진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조용히 쉴 때 떠오르는 단상을 기록한다. 그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간단한 아이디어와 짧은 그림 등으로 기록된 기억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습관을 깨닫고 중요한 것을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하고 내 생각과 비교하기도 하면서 지금의 내 삶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 책에는 다양한 계란 요리가 등장한다. 익숙한 스크램블부터 처음 들은 차예단까지 요리 레시피와 여러 에피소드가 맛깔나게 보인다. 최근 내가 빠진 계란 요리는 반숙 계란이다. 다이어트라는 핑계로 식단을 하면서 매일 계란 2개를 먹고 있다. 나 역시 다양한 계란 요리를 시도했지만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건 역시나 익힌 계란이었다. 


하지만 반숙 계란은 결코 쉽지 않다.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만족할 만한 익힘 정도에 도달하지 못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맛있는 반숙 계란을 판매하는 곳을 찾아냈다. 계란 익힘 정도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맛있는 반숙 계란을 사서 먹는 것. 내가 선택한 최고의 레시피다.


저자는 다양한 식물을 키운다. '식물 살해자'인 나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다육식물, 염자, 에어플랜트, 마란타 등 낯선 이름의 식물을 정성껏 키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천재 N잡러가 식물까지 잘 키우다니, 그의 능력에 살짝 질투가 나기도 한다. 과로와 번아웃 언저리에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메시지는 쉬어도 좋다는 격려와 다시 시작할 기운을 건넨다.


8월은 유독 힘겨웠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일은 많이 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밑돌았다. 오랜만에 힘에 부친다는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8월의 마지막 주는 나에게 조금 시간을 주기로 했었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운동하는 시간을 늘렸다. 책 읽는 시간도 일부러 조금 더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8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완전히 일에서 벗어났다. 9월이 되면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지막 주어진 15분 동안 가만히 누워 아무런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오늘 하루 잘 버텼다고 나를 칭찬하고 내일도 잘 버텨보자고 다독이면서 말이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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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왈츠는 우리 없이도 계속되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손수연 옮김 / 저녁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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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두 살에 열다섯 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고 이혼한 지는 7년이 지났으며 전 남편과는 아직 친구로 지내는 엘사. 소설은 첫 장부터 엘사에 대해 사소한 것을 알려준다. 그녀의 입을 통해..


뱅상과의 첫 만남은 분위기부터 달랐다. 아내가 떠났고 두 딸과는 격주로 만나고 있으며 짜증이 난다는 이 남자. 소설가인 뱅상은 매주 수요일이면 한 시간 넘는 거리를 오고 가며 쇼메 박사의 진료실을 찾아온다.


그리고 두 사람은 대기실에서 마주치게 된다.


프랑스 소설의 느낌은 한껏 품고 있는 이 책은 상실의 아픔을 안고 있는 두 사람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진행된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일상이 무너진 엘사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뱅상의 만남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면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눈치챌 수 있다.


우울함과 슬픔에 잠겨 있던 엘사는 뱅상을 마주하면서 어느샌가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곧 자책감에 빠져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는데 이렇게 웃고 있어도 될까. 그 마음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불쾌했지만 만남이 이어질수록 뱅상의 마음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엘사를 통해 마음속의 슬픔과 마주할 용기를 낸다.


작가는 두 사람을 통해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을 읽으며 좋았던 부분이다. 다소 슬프고 어두울 수 있는 아픔을 밝은 분위기로 풀어낸다. 엘사와 뱅상의 티키타카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웃음이 난다. 


상처를 어루만지고 내일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는 작가의 방식이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그 만족감은 에필로그에 이르러서 절정에 달한다. 이 귀여운 커플의 결말에 안도감과 감동을 느낀다. 어쩌면 내게도 이런 만남이 찾아오지 않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려 본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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