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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난민 - 제10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8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평점 :

제목을 보자마자 예전에 톰 행크스가 주연의 영화가 떠올랐다.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영화 속 톰 행크스의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바람에
뉴욕에 입국할 수도, 고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게 돼서 공항에서 머물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내게 '난민'은 영화 속에서나 들을 수 있는 낯선 단어이다.
간혹 TV 뉴스를 통해 본 난민들을 접하지만 역시나 다른 세상 이야기에 불과했다.
책에서 어린 소년은 누나에게 묻는다.
'난민이 뭐야?'
난민이란 뭘까. 고국에서 버려진 사람들? 고국을 버린 사람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버려지거나 버려야 했을까?
소년의 물음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 책에는 다양한 난민들이 모여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제3국을 선택한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어린 소년 '민'과 누나 '해나'가 있다.
어릴 적엔 아빠와 오빠에게 그 누구보다 사랑받고 컸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강제 결혼에서 도망쳐온 그녀,
아버지 나라의 국적을 얻어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한국으로 온 남자,
부족장의 딸로 태어났지만 자유를 알게 된 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한국으로 온 유쾌한 커플. 운 좋게 가족 모두 한국으로 올 수 있었던 중국인 가족,
그리고 하룻밤의 실수로 이 땅에 태어났지만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은 어린 소년과 누나, 아니 엄마.
읽는 내내 머릿속에는 내가 책을 다 읽었을 때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더 이상 세상에서 버려지지 않고 안정된 삶을 살기를 바랄 뿐이었다.
각자가 가진 어둠 속에서 이제는 밝은 세상으로 나와 봄날의 새싹처럼 새로운 삶을 살았으면 했다. 누군가는 난민이 되었지만 다른 누군가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 속에서도 그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하지만 기다림이 절망이 되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그렇게라도 그가 자유로울 수 있다면,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면...
결코 누군가의 아픔과 내 삶을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땅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난민'이라는 어려운 주제에서 나와 내 이웃, 종교, 인권, 빈곤 등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영특한 '민'이가 이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 멋지게 살고 있기를 바란다.